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의 '게임 전쟁'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신작 FPS '발로란트'를 다음달 2일 출시한다고 예고한 라이엇 게임즈의 발표에 게이머들의 시선은 일제히 블리자드를 바라보고 있다.

라이엇이 불편한 블리자드

양사의 신경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약 7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해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LoL)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대놓고 블리자드를 도발했다. 2018년 11월 열린 블리자드의 게임쇼 블리즈컨에서 와이어트 챙 블리자드 테크니컬 게임디자이너와 개발진이 “여러분은 핸드폰이 없나요?”라고 발언한 것을 패러디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팬들은 2018년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규 확장팩 및 '디아블로4' 발매 소식을 기다렸다. 디아블로 관련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 때문에 팬들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중국 넷이즈와 협업한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공개했고 블리즈컨 현장에는 탄식이 감돌았다. 이런 반응에 당황했던 블리자드 개발진은 "여러분은 핸드폰이 없나요?"라고 발언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한가득 들이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님폰없?(님 핸드폰 없나요?의 줄임말)'이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및 콘텐츠)으로 활용될 정도였다.

▲  제시카 남 LoL 담당이 블리자드의 '님폰없'을 패러디한 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LoL 10주년 영상 갈무리
▲ 제시카 남 LoL 담당이 블리자드의 '님폰없'을 패러디한 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LoL 10주년 영상 갈무리

라이엇 게임즈는 10주년 행사에서 신규 게임 소식을 활용하며 '님폰없?' 밈을 반대로 패러디했다. LoL의 모바일·콘솔 버전 게임 'LoL: 와일드리프트'를 소개하던 제시카 남 LoL 담당은 "여러분 핸드폰 가지고 계시죠?"라고 발언하며 블리자드와는 다를 것임을 암시했다. 디아블로 팬들이 패키지 타이틀을 원했지만 모바일 버전을 발표해 신뢰를 잃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멀티플랫폼 활용을 기대하는 유저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단순하게 대사 한 마디 패러디한 것을 두고 블리자드를 도발했다고 말할 수 없다. 라이엇 게임즈는 10주년 행사에서 신작 '레전드 오브 룬테라'와 '프로젝트A' 등을 소개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PC·모바일 버전 전략 카드게임으로 블리자드의 '하스스톤'과 포지션이 겹친다. 캐릭터 기반 팀대전 슈팅 게임을 표방한 '프로젝트A'는 발로란트로 타이틀을 확정짓고 '오버워치'와 경쟁에 나선다.

하스스톤과 오버워치 수요층을 겨냥한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경우 LoL 챔피언을 활용한 전략 카드게임으로 무작위성(랜덤)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발로란트는 개발 초기부터 기존의 FPS가 가진 핵 및 피커스 어드밴티지(핑 차이나 서버 불안정으로 먼저 움직이는 유저가 미세한 시간적 우위를 얻는 현상)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스스톤과 오버워치로 글로벌 마니아층을 보유한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경쟁이다.

텐센트는 우릴 보고 웃지

중국 게임기업 텐센트는 양사의 경쟁을 여유롭게 관망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며 블리자드의 경우 모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분 5%를 확보한 관계사다. 텐센트 입장에서 본다면 실적이 자사에 온전히 반영되는 라이엇 게임즈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2018년 기준 연간 실적도 양사가 비슷한 수준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매출 75억달러(약 8조원)를 기록했지만 블리자드의 수익 비중이 25%임을 감안하면 18억7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라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라이엇게임즈 매출은 약 17억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연간 기준 라이엇 게임즈가 블리자드의 매출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FPS 발로란트에 추가된 한국인 요원 '제트'. /사진=라이엇 게임즈
▲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FPS 발로란트에 추가된 한국인 요원 '제트'. /사진=라이엇 게임즈

신규 e스포츠 수익 창출도 텐센트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사안이다. 라이엇 게임즈가 LoL로 글로벌 e스포츠 시장 판도를 흔들었던 만큼 신작 발로란트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리그를 글로벌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점을 감안하면 블로란트도 유사한 형태의 구성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라이엇 게임즈가 내년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공모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는 미국 유명 게임사라는 공통점과 함께 텐센트의 지분이 스며든 기업들"이라며 "게임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시켜 줄 e스포츠 시장 패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신작으로 묘수를 둔 라이엇 게임즈의 공격적 행보가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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