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섭외에 애먹는 경우가 많았죠"

A사장은 유명 관광 명소를 찾아 가상·증강현실(VR·AR)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업체의 대표 프로듀서다. 기술력을 인정 받아 국내·외 에서 제작 의뢰가 밀려오지만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다. 무심코 배경으로 찍힌 개인 건축저작물 때문에 납품후 저작권 침해로 애를 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부터 시행되는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A사장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증강현실 등 영상·사진 콘텐츠 제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침해 면책'의 범위를 확대한 게 골자다. 현행법상 공백을 메우고 의도치 않은 침해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

개정전 현행법은 의도적인 인용(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과 사적인 이용 범위를 넘을 시(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이지 않았거나 부수적 소재로 제3자의 저작물이 쓰일 경우 법리적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롭게 시행되는 이번 개정안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관련 산업과 콘텐츠 제작 산업을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자 또는 개인 창작자가 제작 및 촬영시 주소재에 부수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 될 경우 저작권 침해를 면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예를 들어 A사장이 '전주한옥마을'을 가상·증강현실 영상물을 제작한다고 치자. 새 개정안에 따르면 주된 소재인 '한옥마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찍힌 개인소유의 저작물(조형물, 예술작품, 건축물 등)이 포함 된다면 타인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시 허락을 받지 않은 유명작가의 미술 작품 등이  뒷 배경으로 등장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극의 흐름상 의도적으로 배치 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피해서 촬영하거나 후반 작업 편집시 삭제 또는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번거러움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음향도 포함된다. 촬영중 녹음 또는 녹화된 타인 저작의 음원일지라도 주 소재와 연관 없이 우연하게 담긴 것이라면 걱정 할 필요 없다. 기존엔 현장에서 놓친 제3자 저작권이 있는 음악 등은 삭제 또는 후반 작업 등을 통해 편집해왔다.

악의적 고의 침해가 아니라면 활용 범위도 넓어진다. 제작 결과물에 제3자의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포함된다 해도 해당 콘텐츠는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하다. 또 전시회와 공연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공중채널 송신에도 허용된다.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 소재가 아니라 부수적으로 활용됐다 할지라도 제3자 저작물의 양적·질적 비중과 전체 구성상 차지하는 중요도 등이 현격히 클 경우 면책 조항에서 제외된다. 또 제3 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이 그대로 느껴져도 침해 면책에서 제외된다.

김승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제 3자의 저작권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측면 보다는 "의도치 않은 활용"에 대한 현행법상 공백을 채웠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제3자 저작권은 제작 목적과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법리적 해석과 접근이 가능한 만큼 단선적 해석보다는 다각적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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