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렌탈 괜찮네"…'한눈파는' 게임업계

발행일 2020-06-05 18:11:59
게임업계가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웅진코웨이 주식 1851만1446주(25.0%)를 1조7400억원에 사들여 인수한 넷마블에 이어 넥슨도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게임을 주력 사업으로 진행하는 두 기업의 행보는 어떻게 다를까.

엔터테인먼트 주시하는 넥슨

넥슨이 선택한 차기 동력은 '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일 넥슨 일본법인은 글로벌 IP를 보유한 상장사에 최대 15억달러(약 1조8128억원)를 투자한다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밝혔다.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들여 지분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주 NXC 대표. /사진=NXC 제공


지난해 1월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98.64%를 시장에 내놨지만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된 '메가딜'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김 대표가 게임 사업에 염증을 느껴 비게임 사업 분야로 외연을 넓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밝혀지지 않았다.

올 들어 지주사인 NXC가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NIS 인드라 펀드’ 주식 9만5000주를 취득할 것으로 공시하면서 인도 핀테크사업으로 전향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게임의 비중보다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오히려 넥슨은 사업 및 개발조직을 개편하고 신규 라인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게임 사업을 가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양대 앱마켓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과 글로벌 타깃 멀티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예열에 나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넥슨과 엔터테인먼트를 연결할 때 떠오르는 키워드는 '디즈니'다.

김 대표는 2015년 발간된 도서 '플레이'에서 "디즈니에게 제일 부러운 것은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부모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한테 돈을 뜯긴다"고 했다. 효과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디즈니식 운영 방안을 칭찬한 것이다. 지난해 일부 매체에서 디즈니가 넥슨을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나왔을 때 관심을 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넥슨이 디즈니에게 투자할 경우 내년 한국 출시가 예상되는 '디즈니 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법인의 자회사인 넥슨코리아와 디즈니 플러스간 콘텐츠 연계 및 IP 교류가 가능한 셈이다. 넥슨코리아의 개발 스튜디오에서 디즈니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거나 반대로 넥슨 콘텐츠를 활용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오는 11일 디즈니가 일본에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는 만큼 현지에서도 콘텐츠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넥슨이 보유한 현금을 현명하게 투자할 계획"이라며 "주요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훌륭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 품은 넷마블판 구독경제

넷마블은 '구독경제'를 '포스트 캐시카우'로 낙점했다. 지난해 10월 웅진코웨이 본입찰 당시만 해도 넷마블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고 알려졌을 만큼 의외의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진=넷마블


넷마블은 게임에서 습득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녹여낼 수 있는 이종산업을 '렌탈'에서 찾았다. 1989년 설립 후 정수기, 공기청정기, 연수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며 국내에서만 740만 렌탈계정을 확보한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12월 지분 25.0%를 확보한 넷마블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넷마블은 왜 구독경제를 선택했을까. 지난 5년간 넷마블은 기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 히어로즈 재팬·브라지엘 브라더스·빅 디퍼(AR·VR), 블록체인(클레이튼), 패션 인 테크(플랫폼) 등 다양한 비게임 사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다만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성장초기 단계이며 넷마블이 집행한 투자도 소규모였던 만큼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받는 구독경제 비즈니스모델(BM)을 채택하면 원활한 자금 유통이 가능해진다.

구독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점도 넷마블에게는 매력적인 '카드'로 평가됐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구독경제 시장은 5300억달러(약 64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넷마블이 가진 IT기술력(소프트웨어)과 웅진코웨이의 라인업(하드웨어)을 결합해 구독경제형 스마트홈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수익성 개선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2016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임직원 워크숍에서 "2020년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톱5 메이저 게임사 진입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조원대 넷마블 매출에 2조7000억원 가량의 웅진코웨이 매출을 더하면 방 의장이 세운 목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코로나19로 수혜를 봤다지만 규모 있는 기업의 경우 신작을 통한 해외 공략과 비게임 사업을 통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게임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종산업 간 결합이 올해 주요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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