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 칩 제조업체인 '에스윈(ESWIN)'의 경영진으로 합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LCD 사업을 이끌며 오랜 노하우를 지녔고 삼성전자 중국 사장직을 역임하는 등 40년간 삼성에 몸 담았던 인사가 중국 반도체업계에 합류한 소식은 내부적으로 적잖은 충격을 줬다.

▲  왕둥성 에스윈 회장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중국 사장(오른쪽). /사진=에스윈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인물정보
▲ 왕둥성 에스윈 회장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중국 사장(오른쪽). /사진=에스윈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인물정보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장원기 전 삼성전자 중국 본부장(사장)이 BOE 창업자와 에스윈을 이끈다.

장 전 사장의 합류 소식은 지난 2월28일 진행한 에스윈 테크놀로지 그룹 이사회에서 처음 알려졌다. 왕둥성 에스윈 그룹 회장은 첫 이사회 회의 겸 창립대회에서 "지난해 6월 BOE를 젊은 세대에게 넘겨준 후 에스윈에 왔다"며 "오랜 친구인 장원기 사장을 초대했다. 장 사장은 경험이 뛰어난 파트너로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파트너와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장 전 사장의 에스윈 합류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전문인력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임원으로 발탁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 사업을 이끌며 다양한 성과를 냈다. 1997년에는 삼성전자 AM-LCD 천안공장 공장장(이사)을 역임했고, 2002년 디바이스솔루션총괄 천안공장 공장장(전무)을 거쳐 2004년에 LCD총괄 HD디스플레이센터 센터장(부사장)에 올랐다. 2009년 삼성전자의 LCD사업부 사장을 지낸 그는 2011년 12월부터 회사의 중국본사 사장에 올라 현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술력 유출이다. 1993년 BOE를 설립한 왕둥성은 2003년 하이닉스 반도체의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당시 한국이 보유한 LCD 기술을 빠르게 흡수했다. 하이디스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 기술을 장착한 BOE는 급속도로 덩치를 키운 후 2008년 대만 E-ink에 하이디스를 매각했다. 당시 기술만 흡수하고 팔아치웠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왕둥성이 합류한 회사에 장 전 사장이 부회장으로 함께 하면서 또 다시 기술 유출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윈은 LCD에 이어 OLED 구동 칩 설계 및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후발주자"라며 "삼성전자와 BOE에서 기술 역량을 다진 두 전문인력이 의기 투합한 것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에 위협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윈은 2016년 3월 설립된 기업으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재 중국 시안과 허페이에 대형 생산라인을 보유한 에스윈은 중국, 영국,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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