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 "카야코·토시오 없이 우리는 해냈어"

발행일 2020-07-06 00:30:54
‘콘텐츠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온: 저주의집'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웬만한 공포 영화는 팝콘을 씹어가며 심드렁 하게 보는 내게도 피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주온' 시리즈다. 일본 특유의 음울한 감성과 '저주'라는 매개체로 전개되는 찜찜한 공포가 싫어서다. 이불 속을 들췄을 때 등장하는 '토시오'가 아무리 귀엽다 한들 죄없는 사람까지 저주로 죽여버리는 처참한 서사를 끝까지 볼 참을성은 없었다. 몰입할 만 하면 과거로 돌아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현재로 돌아오는 꽈배기식 전개도 머릿 속을 복잡하게 했다.

싫다고 하면서도 여름 내내 달고 살던 주온 시리즈는 2014년 '주온: 끝의 시작'을 마지막으로 잠시 잊고 살 수 있었다. '사다코 대 카야코(2017)'라는 끔찍한 혼종은 보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는데 이틀 전인 지난 3일 넷플릭스에서, 그것도 우연히 주온 시리즈 신작을 발견했다. 타이틀명은 '주온: 저주의집'. 제목부터가 직관적이다.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크게 숨을 내쉬었다. 주온 시리즈에서 해방된 지 6년 만에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 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온: 끝의 시작의 괴랄한(괴이하고 악랄한) 결말을 생각하니 당장 넷플릭스까지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예 보지 못했다면 차라리 건들지 않았을 것을, 내 손가락은 이미 1화 '재생' 메뉴를 누른 뒤였다.

불가사의한 일을 겪은 혼조 하루카(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크쇼에 출연해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이를 경청하고 있는 심령 연구가 오다지마 야스오(왼쪽에서 첫 번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주온: 저주의집'은 1화 첫 오프닝부터 '주온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며 시청자에게 친절한 예고를 건넨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시간 순서대로 서사를 전개하는 친절한 전개로 시청자를 현혹시킨다. 만악의 근원인 악령 '사에키 카야코'와 '사에키 토시오'도 나오지 않아 다소 가벼운 공포물 혹은 보급형 주온 시리즈 쯤으로 치부했다.

앞서 얘기했듯 전개는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일본의 한 단독주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저주의 집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주온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역시 '집'이 키포인트다. 심령 연구가 '오다지마 야스오'가 43년전 겪은 미스터리한 현상이 사건의 주요 배경이지만, 인물들의 개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혼조 하루카의 남자 친구 테츠야는 믿기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두려움에 치를 떤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배우 '혼조 하루카'와 그녀의 남자친구 '후카자와 테츠야', 전학생 '가와이 기요미'와 악연으로 맺어진 '유다이', 저주의집에서 못된 짓에 동참한 후 별안간 사라져 버린 '마이', 두 가정의 불륜 등이 각자의 서사를 시간 순서대로 전개한다. 1~2화가 자기소개 시간이라면 3화에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더니 4화에 끔찍한 장면을 여과없이 노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담습한 주온: 저주의집은 4화부터 마지막 에피스드까지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흔한 갑툭튀 없이도 찜찜함을 선사한다.

시즌1 에피소드를 모두 챙겨본 지금, 감상평을 한 마디로 종합하면 '젠장', 아니 '주온 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고의 찜찜한 공포를 선사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귀신 등장 비율도 적고 저주의 집에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싹쓸이 전개도 아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음습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는다.

저주보다 무서운 인간의 잔인함

주온: 저주의집은 공포영화 마니아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시리즈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지만, 그 반대라면 한 번쯤 들여다 볼 만한다.

저주의 원흉을 찾아가는 기본 틀은 그대로 지키면서 전개 방식과 서사는 기존 시리즈와 다른 결을 보인다.

원치 않는 악연의 굴레 속에서 파멸을 선택한 가와이 기요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여고생 콘크리트 사건, 나고야 임산부 살인 사건,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등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뉴스 보도 형태로 소개한다. 물론 주온: 저주의집은 픽션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사실에 가까운 일을 조명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저주의 집에 발을 들이면 목숨을 잃는 전형적인 서사에서 벗어난 점을 눈 여겨 볼 만하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세밀히 묘사하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야기의 틀을 구성하는 각 캐릭터 마다 살인, 치정, 과거와 맞물린 서사를 부여해 개연성을 찾았다는 것은 사골처럼 우려냈던 복제판 시리즈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특히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파멸을 맞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시리즈가 시도하지 않았던 스토리텔링에 감칠맛이 살아난다. 깜짝 놀라는 일회성 공포는 줄었지만 소름끼치는 사건들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조성한다. 손에 피를 묻힌 인간의 뒤로 귀신이 따라다니는 것을 강조함에 따라 전달하는 메시지도 분명해 보인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스토리텔링과 전개에서 합격점을 줄만 했다면 몰입도를 흐트리는 요소도 즐비하다.

사건이 실마리를 찾아갈 때쯤 시즌이 끝나는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여기까지만 보여준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너무 많아 찜찜함도 두 배가 됐다.

테츠야의 어머니가 접신을 시도하던 중 초자연적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오다지마 야스오의 과거도 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테츠야와 그의 어머니가 희생당한 이유도 물음표를 남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기'의 상징성과 검은 여자의 정체에 대한 설명도 없고, 죽지 않은 기요미의 아들이 왜 '도주 메신저'가 된 것인지도 알 겨를이 없다. 오다지마의 팬을 자처한 유아 납치 살해범 역시 왜 등장한 것인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주온: 저주의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음에도 여전히 주온스럽다. 반면 넷플릭스식 클라이막스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기에 몰입도 측면에서는 엄지를 치켜세울 수 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음악부터 사건을 파헤칠 수록 뿜어져 나오는 음습한 분위기로 시즌1이 마무리됐다. 장단점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분명하다. 마침내 카야코와 토시오 없이도 무서울 수 있다는 점.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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