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공짜폰, 차비폰으로 물의를 빚은 이동통신 3사가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용자 간 지원금을 차별하는 등 단통법을 위반한 이통 3사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통신사별로 부과된 과징금은 SK텔레콤이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이다. 또 125개 유통점에 대해서도 총 2억72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판매점 상가
▲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판매점 상가

5G 출혈 경쟁의 결과물


방통위는 5G 상용화 이후 불법 단말기 지원금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통 3사에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통 3사의 119개 유통점이 약 17만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지원금은 현금 지급, 해지위약금 대납, 할부금 대납뿐 아니라 사은품 지급이나 카드사 제휴할인 등의 방식도 활용됐다.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이용자 지원금 차별도 확인됐다. 신규 가입자보다는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에 대해 22만2000원을 더 많이 지급하고, 저가요금제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29만2000천원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용자를 차별했다.

이는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이통 3사 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당시 LG유플러스는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SK텔레콤과 KT를 신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 감안해 45% 깎아준 과징금


이번 과징금은 기준 과징금 775억에서 필수적 가중을 거친 933억원에서 45% 감경한 금액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G 조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통신 3사의 장려금 이력 관리 등 재발 방지 노력, 코로나19로 인한 중소 유통점들의 어려움 등을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권영상 SK텔레콤 정책협력 실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통 3사 경쟁 중 이용자 차별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5G 시장 활성화, 빠른 가입자 모집을 위해 불가피한 점이 있었고, 디지털 뉴딜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영훈 KT 공정경쟁담당 상무는 "이동통신 3사가 5G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전환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과거 불법 보조금 논란과 다른 측면이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유통점 상황이 어렵고, 5G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라고 말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상무는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5G 콘텐츠 개발 및 디지털 뉴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달라"라고 강조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지속되어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이후 이통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징금 감경비율을 정했다”라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통3사가 어려움에 처한 중소 유통점·상공인들을 위해 상생지원금, 운영자금, 경영펀드 등의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점도 제재 수위를 정하는데 고려됐다”라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 노력하겠다"


이동통신 3사는 "이번 심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시장 안정화와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3사는 공동으로 판매점 장려금 이력 관리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또 통신 3사는 이번 시정조치 의결과정에서 유통점에 대한 운영자금, 생존자금, 중소협력업체 경영펀드, 네트워크 장비 조기투자 등을 위해 총 71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방통위는 향후에도 차별적 장려금을 통한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지급행위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하고, 위반행위 발생 시 철저히 조사·제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2013년 12월 단말기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한 통신 3사에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2014년 8월에는 58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2018년 506억원의 과징금이 최대 규모였으나 이번 과징금 의결로 기록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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