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3사에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다. 당초 7~900억원에 이르는 높은 과징금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45% 메가 세일’이었다. 게다가 신규모집 금지나 형사 고발 조치도 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방통위는 8일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을 위반한 이통 3사에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업체별로 보면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 등이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3사에 부과한 2018년 1월의 506억원을 경신한 것이다.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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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대 최대 수준의 감경률(45%)이 적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방통위의 제재 수위는 7~9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사 범위와 위반 건수, 위반율 등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액수였다. 과거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3년 12월, 이통3사에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1064억원에 달한 바 있다. 이번 방통위 처분을 앞두고 당시를 떠올리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막상 꺼내든 방통위의 칼날은 무뎠다. 이통3사 관련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기준율 2∼2.2%를 곱한 과징금은 약 775억원이었다. 여기에 최근 3년간 동일 위반 행위 4회 반복으로 20% 가산되는 것을 고려하면 총 예상 과징금은 99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방통위 회의에서 45%가 감경됐다. 당초 방통위 사무처가 제시한 감경률은 최대 40%였다. 방통위 위원들이 사무처의 감경 범위를 뛰어넘어 45%라는 이례적인 감경률을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신규 모집 금지 조치도, 추가적인 형사 고발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봐준 꼴이 됐다.

과징금 감경률이 45%나 되는 이유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이통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경비율을 정했다”고 밝혔다.

단통법이나 과징금과 직접 상관이 없는 코로나19까지 할인의 도구로 활용됐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통3사가 어려움에 처한 중소 유통점·상공인들을 위해 상생지원금, 운영자금, 경영펀드 등의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점도 제재 수위를 정하는데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이번 처분 과정에서 유통점에 대한 운영자금, 생존자금, 중소협력업체 경영펀드, 네트워크 장비 조기투자 등에 총 71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자금으로 읍소한 것이다. 하지만 운영·생존자금 등은 대출 지원책이고 네트워크 장비 투자는 원래 계획했던 투자였기 때문에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과징금은 방통위가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통3사는 119개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 차별도 있었다. 이통3사는 신규가입자보다 번호이동 등에 대해 평균 22만2000원을 더 얹어줬다. 또한 고가 요금제를 쓰면 29만2000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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