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3일 극자외선(EUV) 공정을 쓰는 7나노 시스템 반도체에 ‘엑스큐브(X-Cube·eXtended-Cube)’를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EUV 시스템 반도체에 엑스큐브를 적용한 건 삼성전자가 업계 처음이라 한다.

▲  기존 시스템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와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사진=삼성전자
▲ 기존 시스템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와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사진=삼성전자

반도체를 위로 쌓아 올리면 뭐가 좋을까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EUV는 7나노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 기술이며, 엑스큐브는 3차원 적층 기술이다. 쉽게 말해 미세한 반도체 칩들을 위로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기존에 ‘평면’으로 배치하던 반도체를 위로 쌓아 올리니 2차원에서 3차원이 된 것이다.

기존 시스템 반도체는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부문과 기억공간인 SRAM 부문이 나란히 배치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웨이퍼 위에 로직과 SRAM 칩을 병렬하고 한 패키지로 묶었다. 두 부문의 칩이 양옆으로 같이 놓이니 단일 반도체 표면적은 당연히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7나노 EUV단에서 적용한 엑스큐브는 로직과 SRAM 칩을 위아래로 쌓는 형태다. 두 칩이 한 면적에서 위아래 배치되며, 기존에 와이어로 연결하던 건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실리콘으로 연결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방식을 적용했다.

반도체를 위로 쌓을 때 ‘혁신적’ 장점이 생긴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에 더 많은 칩을 실을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같은 면적에 놓인 반도체가 더 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직이 클수록 캐시메모리가 더 빨라지는 만큼 고용량 메모리 솔루션을 장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옆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위아래는 커지지만,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반도체 칩 자체가 두께가 얇아 층이 쌓여도 얇은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칩을 위아래로 쌓는 게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목표가 됐는데, 삼성전자가 7나노 이하 EUV 단계에서 업계 처음으로 이를 실현한 것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켓전략팀 전무는 “EUV 장비가 적용된 첨단 공정에서도 TSV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해냈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성능 한계 극복을 위한 기술을 지속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극강의 패키징 기술력,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1위 만들까

EUV 시스템 반도체의 엑스큐브 적용은 단순한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파운드리 부문에서 EUV를 활용한 7나노 이하 공정을 만드는 곳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세 칩들을 위로 쌓을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후공정 단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부터 후공정, 특히 패키징 기술에 주목해왔다. 이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선언과 연관지어 풀어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영광을 얻게 한 게 EUV를 포함한 전공정 기술력이었다면, 이제는 5G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을 이끌 시스템 반도체 차원에서 후공정의 지위가 커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TSV를 활용한 칩 적층화는 나노 단위의 회로에 얹은 작은 칩에 더 작은 구멍을 뚫어 실리콘 끈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큰 기술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멀티 칩 패키징(Multi-Chip Packaging),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 등도 삼성전자가 만드는 기술들이다.

이 같은 후공정 기술은 단일 칩의 퍼포먼스를 뛰어넘어 시스템 반도체 차원에서 하나의 반도체 안에 많은 것들을 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는 또한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차별적 묘안이기도 하다.

▲  지난 7월 30일 이재용(사진 왼쪽 네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은 천안 온양사업장을 찾아 현장경영을 벌였다./사진=삼성전자
▲ 지난 7월 30일 이재용(사진 왼쪽 네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은 천안 온양사업장을 찾아 현장경영을 벌였다./사진=삼성전자

지난 7월 30일 이재용 부회장이 찾아간 천안 온양사업장은 삼성전자 패키징 기술의 정수가 담긴 곳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기술은 몇 년 내 가동될 평택캠퍼스 P3 공장에 EUV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데 적용될 게 확실시된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이루겠다는 삼성의 야심이 착실히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HPC·AI 등의 고성능 반도체 관련 연례 학술 행사 ‘핫 칩스(Hot Chips) 2020’에서 엑스큐브 기술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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