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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SF8: 간호중'

▲  간병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 '간호중'.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 간병에 최적화된 휴머노이드 '간호중'.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인간의 존엄성은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으며, 해당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념이다.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논리. 그렇다면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AI) 로봇에게도 '존엄'이 필요할까.

웨이브 오리지널 시네마틱 'SF8'의 첫 번째 에피소드 '간호중'은 먼 미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를 그린다. 고도화된 AI 기술을 활용해 간호에 특화된 휴머노이드가 상용화 된다.

요양 병원에 보급된 휴머노이드는 환자가 가질 이질감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 외형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제조사인 독일의 TRS는 가격에 따라 대상 범위를 보호자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10년째 어머니를 간병하던 연정인은 옆 병실 보호자의 죽음을 계기로 삶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 10년째 어머니를 간병하던 연정인은 옆 병실 보호자의 죽음을 계기로 삶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연정인(이유영 분)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문숙 분)를 간호하기 위해 고성능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 분)을 구매했다. 7년간 정인의 어머니를 간병한 간호중은 정인과도 자매 같이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물려받은 유산으로 간호중을 구매하고, 힘겹게 인쇄소를 운영하던 정인은 옆 병실 보호자인 최정길(엄혜란 분)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았던 대상이 사라지자, 가까스로 붙잡았던 이성의 끈이 뚝 끊어진 느낌이다.

정길의 죽음은 IT 기술이 발전된 미래에서도 빈부격차로 인한 삶의 불균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보급형 휴머노이드를 구매한 정길은 환자만 지키는 로봇의 수행 기능으로 인해 마지막 순간 보호받지 못한다.

▲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반면 고성능 휴머노이드 간호중은 달라진 정인의 말투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두 명의 존재 앞에서 우선 순위를 파악하고 결정하던 간호중은 끝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정인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감정을 느낀 AI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살인 행위를 저지른 것.

이 드라마는 두 가지 가정을 두고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AI가 존엄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그렇다면 AI는 행위의 실행자와 피실행자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실제로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은 2018년 2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5만20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  휴머노이드 간호중의 간곡한 부탁에 전원 장치를 꺼버릴 지 고민하는 사비나 수녀.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 휴머노이드 간호중의 간곡한 부탁에 전원 장치를 꺼버릴 지 고민하는 사비나 수녀. /사진=간호중 영상 캡처

의사도 포기한 환자를 10년째 간호하다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보호자. 그를 살리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내린 AI 로봇.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지닌 AI 로봇과 마주한 수녀의 결단. 간호중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고도화된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생명 윤리를 한 시간의 러닝타임안에 녹여낸다. 데이터를 학습한 후 자가 발전을 통해 인간에 가까워진 AI 휴머노이드에게도 존엄을 지켜줘야 할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고민해야 할 최고의 숙제가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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