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빗썸
▲ 사진=빗썸

국내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매각을 추진한다. 27일 업계에는 빗썸이 삼성KPMG를 주관사로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다만 빗썸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앞서 2018년 BK그룹 김병건 회장이 소유한 BTHMB홀딩컴퍼니와 한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상대측이 잔금 납입에 실패하며 작년 10월 매각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빗썸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졌으나 빗썸의 선택은 결국 또 한 번의 매각 시도다.

현재 빗썸은 방문자, 거래액 등 다수의 지표에서 업비트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사업자다. 또 최근 이어진 시장 침체 속에서도 상반기 501억원의 당기순이익(비덴트 공시 기준)을 기록했다. 내년 3월 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사업 신고가 남아 있지만, 통과 조건은 이미 대부분 갖춘 상태다. 예상 매각가격 또한 5000억~6000억원대로 높게 책정돼 있다.

이처럼 빗썸의 형편은 외형적으로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들 앞에 닥친 여러 복합적인 상황들을 고려해 유추해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IPO

IPO는 기업의 성공적인 엑시트(Exit, 투자회수) 수단 중 하나다. 특히 빗썸의 경우 IPO 성공 시 국내 첫 상장 거래소란 타이틀 획득과 함께 적지 않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도 긍정적인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현시점 빗썸의 IPO 시나리오는 성공 가능성이 낮게 평가된다. 가상자산 사업으로 상장심사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IPO를 추진했던 ‘왓챠’가 콘텐츠 프로토콜(CPT, 가상자산) 사업을 종료한 이유도 “가상자산 사업을 하고 있으면 IPO를 할 수 없다”는 한국거래소의 통보를 받은 까닭이다.

정부 역시 아직 국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의 활성화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지금껏 업계가 꾸준히 요청해온 업권법(특정 산업을 규정 짓는 기준 법률) 마련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금법에서 규정한 사업자 신고 조건 역시 해외와 비교하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관련 시장의 확대 및 양성화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

추후 IPO에 재도전하더라도,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빗썸을 둘러싼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빗썸의 경영권은 빗썸 지분 70% 이상을 소유한 빗썸홀딩스가 갖고 있다. 빗썸홀딩스의 주주는 비덴트(34.24%), DAA(30%), BTHMB(10.7%) 기타(25%) 등이다. 이 때문에 빗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던 적도 있으나, 올해 4월 빗썸홀딩스의 이정훈 의장이 약 65%의 빗썸홀딩스 지분을 직간접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며 실소유주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다.

하지만 이 의장도 인정한 것처럼, 외부에서 볼 때 빗썸의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는 분명 약점으로 작용한다. 주주들 사이의 마찰 방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매각은 이런 숙제를 끝마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러 주체가 보유한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화되고 명료한 지배구조 구축이 가능하다.

▲  빗썸 지배구조 / 자료=블로터
▲ 빗썸 지배구조 / 자료=블로터

거래소 사업의 불투명한 미래

미래 사업성에 대한 고민도 있다. 현재 블록체인, 가상자산 업계는 조만간 발표될 특금법 세부 시행령 내용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제도권으로 정식 편입되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기성 프로젝트, 군소 거래소도 대거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이후 시장이 대거 축소되고 신규 프로젝트의 발생 또한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이는 거래소 사업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거래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현재 체제에서 시장 축소는 곧 거래량 감소와 수익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상장피(기업이 코인 상장을 대가로 거래소에 지급하는 돈) 수익이 감소하는 것도 거래소 사업엔 적지 않은 타격이다. 물론, 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상장피를 받고 있다”고 말하는 곳은 없지만, 지금도 뒷단에서 상장피가 오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장에서 만났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형 거래소를 기준으로 상장피는 최소 수억원,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사실상 거래소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투명성이 강화되는 기업공개 직후에는 이런 상장피 거래가 어려워진다. 결국 '수수료+상장피'라는 양대 수익모델에 타격을 입을 경우, 아직 안착도 하지 못한 부대사업만을 가지고 충분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계산이 나온다.

지금이 빗썸 매각의 최적기?

국내 모 거래소 관계자도 “수익성 감소 등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지금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빗썸 입장에서도 현명할 수 있다”며 “또 빗썸을 둘러싼 몇몇 법적인 의혹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도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빗썸의 기업 평가가치는 약 5000억원 전후로, BK그룹 매각 당시의 4000억원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반면, 이런 평가가치는 빗썸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일명 ‘빗썸토큰’이라 불리는 ‘BXA 토큰’ 발행 및 상장 미이행에 따른 투자자들의 고소, 이정훈 의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은 현재 빗썸이 해결해야 할 법적 숙제다.

한편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상자산 허위거래 등을 이용한 사기 혐의로 가상자산거래소 ‘코미드’의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추후 비슷한 사건 처리에 있어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빗썸 인수에 사모펀드, 벤처캐피탈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잠재적 리스크를 일반 기업에서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빗썸 입장에서 지금은 매각이 이뤄져야 할 최적기임이 분명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매각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려면 무엇보다 장기적인 사업 수익성 입증, 그리고 내부적으로 곪아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빗썸의 이번 매각 성공 여부가 관련 업계에 미칠 명암도 적지 않은 만큼, 추후 이들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와 관련 왓챠 측은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 한국거래소로부터 IPO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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