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하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공개되자 국내 인터넷업계가 ‘전면 재검토’를 호소하고 나섰다. 넷플릭스·구글 등 해외 부가통신사업자들을 제재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이 과도한 의무를 지게 되는 데다가 망 사용료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는 주장이다.

8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이날 넷플릭스법에 대해 “법률 개정취지에 맞도록 보편적이고 공평·타당한 기준과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수정하는 등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 모두 "인기협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개별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카카오도 적용 받는 ‘넷플릭스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넷플릭스·구글 등 해외 CP들이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면서도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으로,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서버용량·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 등 관련 사업자에게 사전통지를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매년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조치의 이행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가 부과된다. 적용대상은 전년도 말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이 각각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로 정해졌다. 과기정통부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 약 8개 기업이 해당된다.

“과도한 의무…통신사만 돕는 꼴”

넷플릭스를 조준한 개정안이지만,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불만이 크다.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의 접속계약·전용회선·서버판매 등에 도움을 주는 시행령”이라고 여겨서다. 이들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전부터 법안에 반대해왔다.

이날 인기협은 시행령에 명시된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법에서는 적용대상 기준으로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인 경우를 내걸었는데, 기준을 ‘1%’로 잡은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인기협은 “전체 트래픽에서 1%가 큰 부분인지, 고정적인지, 가변적인지, 그 기준은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알 수 있나”며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양인지 여부도 모호하다. CP는 자사 서비스가 사용하는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민간사업자(통신사)의 기준에 의거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도 비판의 요지다.

용어가 불명확한 것도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인기협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인 ‘서비스 안정성’이라는 용어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여기서 더 나아가 ‘과도한 집중’, ‘최적화’, ‘다중화’, ‘연결의 원활성’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업자와 서비스가 처해 있는 상황은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스타트업계도 같은 우려를 내비쳤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국내 인터넷업계는 법 통과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넷플릭스’가 표적이라고는 하지만, 통신망의 안정성에 있어 CP(콘텐츠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 자체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이용자 피해를 가장 우려하는 것은 CP사다. 넷플릭스를 보다가 넷플릭스가 잘 안 된다면 넷플릭스가 누구보다 더 걱정스럽지 않겠나.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의무화하고,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을 CP에게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사업자(CP) 측 한 관계자는 “자료 제출 의무가 부과되는 것도 의아하다. 시장에서 여러 판단이 작용하는 부분인데, 이를 단순화해서 의무화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에게 협상권을 그대로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기협은 시행령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단체들과 공동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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