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회사를 발표하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 사진=카이스트
▲ 개회사를 발표하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 사진=카이스트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올해 전세계를 덮치면서 생겨난 신조어로,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전과 후로 나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이미 코로나19가 올해의 절반 이상 지속되며 인류의 일상과 기술, 특히 제2의 감염병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바이오 기술 연구에는 많은 변화와 진전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카이스트는 9일 GSI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휴먼 온라인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과 함께 차세대 의료·바이오 기술의 미래를 조망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개회사에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새로운 시대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뿐”이라며, “의학 분야의 혁신이 과거 우리가 누렸던 삶을 다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자우(Victor J. Dzau) 미 의학 한림원 원장도 환영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강과 관련한 혁신은 의생명공학 및 디지털 정보혁명의 융합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유전공학, 유전체 편집, 재생학, 면역요법, 합성생물학, 정밀의료학 등에 로봇학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의 융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인류 헬스케어 발전 속도 폭발적으로 가속할 것

기조연설에 나선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감염병 극복을 넘어 수명 연장까지’라는 주제로 의료·바이오 공학 기술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토마스 소장은 “현재 전세계 하루 사망자는 약 15만명 수준이고 이 수가 코로나 창궐 이후 오히려 줄었다는 주장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촉발한)인류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급격히 발전함으로써 누구도 죽지 않는 날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헬스케어 기술이 제약사 집약 사업에서 데이터 집약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많은 소형기기들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며, 약도 각 환자별로 필요한 양을 정밀 진단해 제조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 과정에서 함께 발전해야 할 산업으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꼽았다. 디지털 트윈은 실존하는 시설, 도구를 디지털 환경에서 복사해(Twin, 쌍둥이) 원격에서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토마스 소장은 “아직은 대형장비 모니터링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개발이 지속될수록 디지털 트윈을 통한 원격수술도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인 만큼 디지털 트윈 기술 관련 분야에서 밝은 미래가 예측된다고 밝혔다.

▲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
▲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

수명 연장과 관련해선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크리스퍼는 세균과 고균 같은 원핵생물 유기체의 게놈에서 발견되는 DNA 서열이다.

크리스퍼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유전자 오류 시정 △코로나 같은 미생물 제거 △인공 배양 △건강한 식품 제조 △멸종된 종 복원 △모기 퇴치 △해충의 전염병 확산 능력 감소 △장기 이식의 용이함 등 인류 수명 향상에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로 염기서열을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감염병 예방·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조지 맥도날드 처치(George McDonald Church) 하버드 의과대 유전학 교수는 ‘유전자 편집 및 게놈 기술의 발전’을 통해 현재 유전자 요법의 비용이 지금 대비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희귀 유전병 예방 △전염병 예방 △머신러닝을 활용한 더 높은 성공률 도달 △일반적인 질병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도 분산되리란 전망이다.

특히 핵산의 읽기/쓰기를 활용한 유전자 편집 요법이 가져올 비용의 절감은 무어의 법칙(반도체 칩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좋아진다는 이론)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를 것이며, 효과는 2~10배까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멀티플랙스(Multiplex)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예방과 치료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감염병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비용을 지금보다 1000배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노포어(Nanopor, 단분자 탐지)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엔 휴대폰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이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치료 비용의 절감과 감염병 예방 등은 모두 디지털 도구들을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조지 맥도날드 처치 교수 / 자료=KTV
▲ 조지 맥도날드 처치 교수 / 자료=KTV

빅데이터 기반의 유전체 연구 활발해지고 있다

수잔 투시(Susan Tousi) 일루미나 수석 부사장은 ‘게놈의 이해’란 주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선 유전체 관련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루미나는 2009년부터 유전체 시퀀싱(DNA 사슬 구성 염기의 서열 순서를 분석하는 기술) 연구를 진행해온 기업으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를 통해 병원체 추적 등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NGS는 감염병 분야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서울대에서도 감염경로 파악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실시간 유전체 데이터를 치료에 활용하거나 해당 연구가 맞춤형 질병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변이를 파악하면 유전체 카탈로그(Genome catalog)를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까지 많은 진전은 없지만 한국이 유전자 변이 파악을 위한 해독 기술 연구 분야에서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데이터 시퀀싱 비용이 감소하면서 유전체 연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전자 연구와 조작 및 생명 연장 등에 대해 이어진 논의에서 패널 토론에 참석한 데이비드 리스닉(David B. Resnik)은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윤리나 법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다”며 “오늘 언급된 변화들이 성공적으로 일어나길 바란다면 시간이 들여 이 문제에 대중이 관여할 수 있도록, 나아가 이 과정들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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