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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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갔을 뿐인데 모르는 남자가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고 연락한다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식당이나 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출입명부 작성이 일상화된 가운데 명부를 훔쳐보고 연락을 취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20대 여성 A씨는 경기도 평택시의 모 프렌차이즈 카페를 방문한 지 40분 후인 새벽 1시 15분경 낯선 남자 B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핸드폰 번호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만 새 번호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신원불명의 남자 B는 A씨의 이름을 언급하며 “외로워서 연락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A씨가 “누군데 번호와 이름을 아느냐”고 묻자 남자는 “(카페에서) 코로나 명부를 봤다. 이것도 인연인데 소주나 사드리려고 했다. 심심하면 잠깐 보자”고 질척거렸다.

A씨는 연락이 계속 이어지자 불안감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9일 모 커뮤니티에는 피해 여성이 직접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서 A씨는 “번호를 바꾼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낯선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늦은 밤이라 무서웠던 저는 그다음 날 누구냐고 물어봤다”며 “그 사람은 뻔뻔하게 코로나 명부에서 제 번호를 얻었다고 했다. 두려움에 경찰서에 가서 고소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이 신고를 받고 연락을 하자 남자는 되레 따지고 들었다. B씨는 “번호 따서 문자 몇 개 보내고 통화한 적 없는데 왜 신고를 해서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평택 송탄 바닥 좁은데 저도 곤란하다. 대한민국 남자가 문자질 몇 번 했다고 상황을 이렇게 만드나”라고 항의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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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지만 고소는 쉽지 않았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업주나 직원 등이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했을 때만 해당돼 적용되지 않고, 성범죄 관련 법률은 지속적이거나 음란한 대화, 사진 등이 없기 때문에 불순한 의도가 다분함에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한 B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불안감 조성)로 고소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B씨의 경우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불안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느낀 불안감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개인정보 노출 문제는 일찍부터 우려된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방역 수칙이 강화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다중이용시설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전자출입명부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업체는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고 있는데 입장 순서대로 쓰다 보니 다른 방문자의 이름, 전화번호 등이 노출되고 있다. 방문객이 적을 경우 상대가 누구인지 유추하기 쉽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누리꾼은 “일부의 일탈로 명부 작성을 허위로 하거나 못쓰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생기는 것”, “남잔데 아무 데서나 대한민국 남자 들먹이지 마라”, “저런 사람 때문에 명부 작성 협조가 안 되면 코로나19 확진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태도 진정되기 어려우니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수기명부 비치 및 관리 세칙에 따르면 업주는 명부 작성 시 방문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게 해야 하며 명부는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4주 후에는 파쇄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불이행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만약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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