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노선을 택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활용이 어렵게 되자 자체 개발한 '훙멍OS(Harmony OS)'를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CEO는 10일 화웨이 개발자 컨퍼런스(HDC)를 통해 "내년부터는 훙멍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올 12월 훙멍OS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베타 버전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CEO가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훙멍OS 2.0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화웨이 개발자 컨퍼런스 유튜브 갈무리)
▲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CEO가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훙멍OS 2.0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화웨이 개발자 컨퍼런스 유튜브 갈무리)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OS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와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후 화웨이는 오픈소스 라이센스 방식인 안드로이드 OS(AOSP)를 이용했지만 구글의 기술 지원이 중단됐고,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비롯해 지메일, 유튜브, 크롬 브라우저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빠진 상태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이에 화웨이는 결국 독자 생존 전략을 택했다. 이날 화웨이 발표에 따르면 훙멍OS 2.0은 기기에 따른 적응형 유저 인터페이스와 개선된 보안, 향상된 음성 인식 기능을 갖췄다. 또 화웨이는 크로스 디바이스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춰 더 빨라진 원격 읽기/쓰기 성능과 iOS보다 빠른 검색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된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독자 OS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4.2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OS는 25.15%로 그 뒤를 잇는다. 두 OS의 점유율이 99%가 넘는다.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까지 86.4%를 차지할 거로 전망했다.

특히, 구글 서비스 생태계를 이용하는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구글 앱이 금지돼 있고, 구글플레이 외에 다른 앱 스토어가 활성화돼 있어 대체 서비스들이 활성화돼 있지만 해외 지역에서 구글플레이, 유튜브, 지메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화웨이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대체할 자사 서비스 생태계를 강조했다. 이날 화웨이는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MS)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9만6000개 이상의 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자사 앱 장터인 '앱갤러리' 이용자도 4억9000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한편,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강화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칩 생산 중단 위기에 처했다. 리처드 위 CEO는 지난 8월 ‘중국정보화백인회 2020’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가 화웨이 기린 하이엔드 칩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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