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언팩]내 주머니 속 마카롱 소리는? LG '톤프리'

발행일 2020-09-13 18:37:00
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무선 이어폰이 언제 이렇게 보편화된 전자 제품이 됐나 싶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보면 열에 서넛은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다. 브랜드도 디자인도 가지각색이다. 한때 '디자인이 왜 저러냐'라고 욕 먹던 몇몇 제품들은 하도 자주 보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트랜드에 맞게 무선 이어폰 브랜드도 부쩍 늘었다. 1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제품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할 LG전자의 '톤프리(TONE Free, HBS-TFN6)'는 이 가운데 가격이든 음질이든 하이앤드급 무선 이어폰의 '관문'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LG 톤프리 크래들./사진=이일호 기자


마카롱 속 무선이어폰, 디자인은 '무난무난'

네모난 큐브 박스를 열어보니 크래들 케이스가 눈에 띈다. 동그랗고 작은 파스텔톤 색감의 크래들을 처음 본 순간 바로 마카롱이 떠올랐다. 이번에 리뷰로 다룬 제품은 스트로베리 색이었고 이밖에도 레몬, 라즈베리, 민트, 피스타치오 등 다섯 가지 컬러로 출시됐다. 색이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의미니 긍정적 부분이다. 손에 딱 달라 붙는 그립감도 인상적이다. 전작과 비교해 케이스 크기는 더 작아졌다고 한다.

크래들을 열어보면 앙증맞은 이어폰 근처에서 빛이 나온다. 알고보니 그냥 멋을 위한 빛은 아니고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하는 UV LED라고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에 청결이 중요해지기도 했고 그만큼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기능이 과연 제품의 단가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를 생각한다면 '꼭 들어가야 했나' 싶다.

이제 이번 리뷰의 핵심인 이어폰을 보자. 디자인은 모두에게 주관적이니, 기자 개인의 생각을 옮기자면 '나쁘지 않았'다. 출시 당시 콩나물이란 혹평을 들었지만 이젠 평범해진 애플 이어팟이나 역시 강낭콩이라 비판받은 갤럭시 버즈와 비교해 무난 그 자체다. 물론 디자인으로 욕 먹는 여타 무선 이어폰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는 부분은 다소간 아이러니하다.

커널형 이어폰은 착용감이나 음질은 뛰어나나 장시간 착용 시 불편함이 있다./사진=이일호 기자


이 제품은 커널형이다. 커널형 이어폰 대부분이 그러하듯 착용감은 안정적이고 잘 빠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귓속이 뻑뻑하고 먹먹해지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사운드 핏'이란 이름으로 인체공학적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사용자 일반이 그정도까지 실감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게 이어폰이야 터널이야?

처음 이어폰을 착용했을 때부터 놀랐다. 귓속 엄청난 울림 때문. 알고 보니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켜진 상태로 이어폰을 낀 것이었다. 이어폰 착용 시 외부와 소리가 단절돼 사고가 나는 일을 미연에 막도록 몇몇 무선 이어폰들이 지원하는 기능인데, 기자가 이걸 처음 경험한 것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리라...

...하고 포장해주고 싶지만, 이 기능을 넣으려면 좀 더 정교하게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주변 소리를 증폭해 이어폰 속으로 넣어주는 기능인데 마치 지하철이나 터널 속을 지나는 듯한 울림이 귓속을 때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부도 아니고 실내에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 울린다는 건 적잖게 불편한 지점이다.

'주변소리 듣기' 기능이 원래 이런 건지 궁금해 비교군인 애플의 '이어팟'을 빌려 써봤다. 마찬가지로 주변 소리가 증폭되는 게 확 느껴지긴 하지만, 톤프리처럼 울림이 심한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톤프리는 소리 울림이 워낙 커 밖에서 이어폰을 낄 때 이 기능을 켜면 이어폰에서 나야 할 소리가 주변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렇게 예쁜 기계에서 터널 소리가 난다니.../사진=이일호 기자


음질은 좋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고백할 게 있다. 기자는 이어폰 음질에 대해 잘 모른다. 현재 사용하는 제품도 '대륙의 실수' 시리즈인 QCY의 T5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제품 가격이 최저가 기준 1만2800원이며, 이는 시중에 팔리는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굳이 이야기하면 문외한이고, 일반인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톤프리는 'QCY보다 무조건 음질이 좋다'고 '누구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중가 15만8000원에 팔리는 이 제품이 T5보다 족히 13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국에서 디지털 음을 가장 아날로그답게 만든다는 메리디안(Meridian) 사와 협업해 사운드와 공간감을 완성했다는 게 LG의 홍보 포인트다. 나 같은 일반인이 차별점을 잘 못 느낀다면, 굳이 QCY 대신 톤프리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장 냉정해져야 할 지점이다.

영국 메리디안 사과 함께 만든 스페셜EQ는 다양한 청음감을 제공한다.


음질은 깔끔하다. 메리디안이란 이름값이 가진 '버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음질은 퍽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에서 톤프리 앱을 켜면 네 가지 사운드 모드(Special EQ)를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모드가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다. 특히 원음을 살려주는 내츄럴 모드에서 네오 소울의 대부 디 안젤로(D'Angelo)의 앨범이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콘택트의 OST를 틀었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청음을 한껏 한 이후 QCY의 T5를 들었을 때, 솔직히 엄청난 차별점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물론 두 이어폰으로 동시에 같은 곡을 들을 때 미세한 음질과 톤의 차이는 확실히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과연 13배 높은 가격을 합리화할 수 있는 수준인지 묻는다면 '글쎄'라는 답이 나올 법하다.

만약 QCY의 구작이나 그와 유사한 중저가형 제품들, 특히 음질이 별로인 제품을 쓰고 있다면 음질 차이는 확실할 것이다. 톤프리가 가진 탁 트인 듯한 음질은 여타 무선 이어폰 제품들와 비교했을 때 장점임은 확실하다. 다만 그게 일반 소비자에게 이 정도 가격의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소구점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이며, 나아가 음질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동급 가격대의 헤드폰이나 유선이어폰을 대체할 만한 수준인지도 잘 모르겠다. 철저하게 독자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LG니까 편한 부분

톤프리는 여러 편의 포인트들이 담겨있다. 가장 편한 건 무선 이어폰 착용 시 휴대폰과 블루투스가 연결되는 데 거의 지연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귓바퀴에 이어폰을 넣은지 채 1초도 되지 않아 '블루투스가 연결됐다'는 코맨트와 함께 음악이 들리니 전혀 불편함이 없다. 방 한 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소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잠시 끊겼다가도 휴대폰과 가까워지면 재빨리 다시 연결된다.

이어폰을 쓸 때 다소 간과되는 지점인데, 앱의 편의성도 매우 뛰어나다. 다양한 이퀄라이저를 바로바로 선택하거나 내 입맛에 맞게 음질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변 소리 듣기, 터치패드 기능 등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자주 물건을 다른 곳에 놓고 잘 까먹은 이들을 위한 '내 이어버드 찾기' 기능도 눈에 띈다. USB C타입 호환, 무선 충전 등도 깨알같이 좋은 기능이다. 가전 시장에서 글로벌한 입지를 지닌 대기업 LG답게 편의 하나 만큼은 끝내준다.

자, 무엇을 드시겠습니까?/사진=이일호 기자


만약 당신이 중고가 하이앤드 무선 이어폰을 쓰고 싶거나, 또는 음향장비 매니아인데 무선 이어폰에서도 좋은 장비를 쓰고 싶다면 LG 톤프리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다만 이는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의 이야기다. 톤프리가 갖는 장점, 즉 무난한 디자인과 좋은 음질, 각종 편의성 등은 그만큼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 당장 저가 무선 이어폰을 쓰면서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기자처럼 말이다.

이렇다면 사세요
- 돈 많아요
- 무선에서도 좋은 음질을 느꼈으면 해요
- 편한 게 좋아요
- 위생 신경 쓰여요
- 집 어딘가에 이어폰 잃어버렸을 때 소리가 났으면 좋겠어요

이렇다면 사지 마세요
- 웬만한 음질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 무선 이어폰이라도 10만원은 안 넘길 바라요
- 커널형 이어폰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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