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당초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가 유력해 보였으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 뒤집혔다. 기업 대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오라클과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15초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만남은 우연히 마주친 사람처럼 어색하다. 하지만 이 어색한 만남 뒤에는 '데이터'라는 필연이 자리 잡고 있다.


틱톡 매각 타임라인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틱톡 미국 사업의 기술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사업 전체 인수와는 거리가 있다. <뉴욕타임즈>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오라클이 틱톡의 주요 소유권을 갖게 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으로 틱톡 미국 사업에서 오라클이 깊이 관여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틱톡 미국 사업 인수전은 미·중 갈등에서 비롯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본사를 둔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가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공산당에 유출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어 8월 6일에는 바이트댄스와 미국 회사의 모든 거래를 45일 이내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90일 이내 바이트댄스의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도록 후속 명령을 내렸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력한 인수 협상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13일(현지시간) 오전 공식 성명을 내고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통보해 왔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제안이 틱톡 이용자와 미국 안보를 지키는 데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한 시간 뒤 오라클의 틱톡 인수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틱톡 데이터를 매개로 한 사업 확장


오라클은 전통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자다.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인 틱톡과는 사업 연관성이 멀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B2C 사업 경험이 풍부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경쟁에서 우위에 있던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오라클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소비자 데이터 사업을 키우려 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틱톡은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선, 틱톡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의 우량 임차인(앵커 테넌트)이 될 수 있다. 바이트댄스에서 틱톡 미국 사업을 분리할 때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틱톡은 미국에서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은 해당 시장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오라클은 매출 기준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오라클은 틱톡만큼 거대한 생태계와 이용자 기반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업체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오라클은 틱톡의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 광고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오라클은 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일반인의 프로필을 만들어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데이터 수수료 사업 등 수익성 있는 맞춤형 광고 시장을 노려왔다. 틱톡은 광고주에게 유용한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광고를 실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을 완전히 인수할지는 불분명하다. 주요 협력사 중 하나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파트너사로 선정된 만큼 오라클은 자사 클라우드 사업의 역량을 키우는 데 틱톡 플랫폼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는 "미국 시장에서만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틱톡에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할 만큼 이번 투자 유대가 강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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