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사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사진=LG그룹
▲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사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사진=LG그룹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사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확보하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보인다. LG는 1992년부터 막대한 돈을 들여 키운 배터리를 중심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게 확실한 만큼 LG는 신설법인을 중심으로 그룹의 자동차 전장사업 공급사슬을 글로벌 시장 곳곳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LG화학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본부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신설법인은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한다.

LG그룹은 일찌감치 배터리를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투자를 벌여왔다. 2018년 작고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를 먼저 읽고 1992년 배터리 개발을 지시했다. LG그룹은 배터리 사업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았고, 이에 전지사업본부 자산은 2010년 1조8927억원에서 2020년 14조7511억원으로 7.8배나 커졌다.

과감한 투자는 올해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4위(10.4%)였던 LG화학은 1년 새 점유율을 14.2%포인트나 끌어올리며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점유율 1위(24.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CATL과 파나소닉, BYD 등 상위 경쟁사 3곳의 점유율 하락분(10.7%포인트)을 뛰어넘는 상승폭이다.

다만 LG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기 위해선 배터리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120만대에서 2025년까지 1200만대 안팎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9년 387억9000만 달러에서 939억4000만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하반기에는 증시에 상장, 자금을 확보해 배터리 설비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지사업본부 분사는 LG그룹이 구축한 자동차 전장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통한 재원 확보가 가능해지며, 나아가 LG가 만든 배터리가 잘 팔릴수록 LG그룹 계열사들이 만드는 자동차 전장 부품 판매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분사할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을 필두로 LG전자(인포테인먼트, 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자율주행부품, 램프), LG이노텍(모터, 센서, 차량통신모듈),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 CNS(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미래차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놨다. 2018년에는 LG전자를 통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 업체 ZKW를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더욱 힘을 줬다.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비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가 적어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독과점 형태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온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핵심 업체로서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손쉽게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

손창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8월 발간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리포트를 통해 "배터리 시장은 기술과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고루 갖춘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라며 "향후 경쟁력 있는 5개 미만의 업체만 남게 될 전망"이라 내다봤다.

LG그룹이 배터리에서 세계적 회사가 된다면 자동차 전장부품을 만드는 계열사들에게도 이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구축한 영업망을 활용해 제품을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배터리 사업에서 성공하게 되면 계열사들의 자동차 전장부품 비즈니스 실적도 전반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을 필두로 배터리 사업 성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LG화학을 통해 제너럴모터스(GM)와 1조원씩 출자해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설립하는 한편 올해 들어선 폴란드 공장의 생산성도 확대했다. 지난 6월에는 구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직접 만나 전기차 관련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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