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으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전 세계에 배급했던 넷플릭스가 새로운 느와르 장르 콘텐츠를 공개한다. 인간수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진민 감독의 후속작 '언더커버(가제)'가 그 주인공이다. 위장잠입을 소재로 하는 언더커버는 한국판 느와르 장르로 제작될 뿐 아니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전문 제작사로 재탄생한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상호를 변경하고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부부의 세계 '여다경'은 잊어라

언더커버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잠입한 '윤지우(한소희 분)'의 복수극을 그려낸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캐스팅 보드에 따르면 한소희가 조직을 떠나 경찰로 위장잠입하는 윤지우를 연기한다. 한소희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격정적 불륜에 휘말린 '여다경'을 통해 색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관건은 기존 언더커버 장르와의 차이다. 스토리 라인의 큰 축은 '아버지의 죽음'과 '범죄조직과 경찰의 연결 고리'다. 마약 조직과 경찰간 대립이라는 큰 틀은 기존 느와르 장르의 큰 줄기를 그대로 답습한다.

▲  왼쪽부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사진=랑방컬렉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FN엔터테인먼트 제공
▲ 왼쪽부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사진=랑방컬렉션, 스타쉽엔터테인먼트, FN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언더커버 장르의 대명사로 불리는 '무간도'나 국내에서 큰 흥행을 거두며 후속작 제작을 논의중인 '신세계'와 다른 포인트가 있다면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위장잠입한다는 설정이다. 무간도가 조직과 경찰에 각각 위장잠입을 한 인물들의 갈등을 조명했다면 신세계의 경우 범죄 조직 일망타진을 위한 프로젝트가 극을 이끄는 장치로 활용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언더커버의 변수는 윤지우의 복수 대상과 그 끝에 숨겨진 진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 설정을 보면 변수가 될 인물들을 유추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박희순 분)'은 윤지우를 언더커버로 만들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넷플릭스가 인물 소개를 통해 '서늘한 카리스마'와 '속내를 알 수 없다'고 강조한 만큼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에 빗댄다면 윤지우의 주변 인물 역시 그냥 넘길 수 없다. 마약수사대 '전필도(안보현 분)'는 능력있고 강단있는 원칙주의자로 설정됐다. 비밀을 감춘 윤지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반전 캐릭터로 그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간수업' 감독의 후속작

언더커버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김진민 감독의 후속작이라는 점이다. 김진민 감독이 연출한 인간수업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실적 표현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청소년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스토리를 담았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과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과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대부분의 청소년 범죄 드라마가 일탈과 치유에 집중한 서사를 펼쳤다면 인간수업의 경우 '책임'에 대한 메시지로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청소년이라는 캐릭터 설정의 한계를 벗어나 '죄의 책임과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공식을 선택함으로써 시청자와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다. 언더커버 역시 김진민 감독만의 스토리텔링과 몰입도 있는 설정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되고 있다.

타이틀롤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제작 초기에 '언더커버 걸'로 정해졌던 타이틀명은 지난달 '네메시스'로 변경됐다. 이후 현재의 언더커버로 변했는데 이마저도 확정된 상태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네메시스로 타이틀이 정해질 당시 '조직의 명령을 받아 형사가 된 여자와 그를 체포해야 하지만 사랑에 빠진 경찰 이야기'로 소개됐던 스토리 라인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경찰에 위장잠입 한다'는 내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느와르 로맨스에서 액션 느와르 장르로의 변화를 암시한다. 한소희가 맡은 극중 이름이 '서지우'에서 '윤지우'로 바뀐 부분 역시 깨알같은 포인트다.

OTT 드라마 제작사의 색다른 시도

캐스팅과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 제작사 히스토리 역시 남다르다. 언더커버의 제작사는 이 드라마 제작을 발표할 당시인 지난 7월만 해도 '플리트'라는 상호를 사용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년새 수차례 상호를 변경했다. 2016년 4월 심엔터테인먼트에서 화이브라더스로 상호를 변경한 후 이듬해 3월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약 3년간 정체성을 유지하다 지난 7월 플리트로 상호를 변경한 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3일(공시 기준) 현재의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의 출범을 알렸다.

▲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갈무리
▲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갈무리

업계에서는 플리트로 사업을 운영했던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OTT 콘텐츠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면서 배급투자 자회사인 '메리크리스마스'와의 연관성을 찾는 과정에서 상호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면', '운빨로맨스', '군주', '조선생존기', '위대한 쇼' 등을 제작해 왔지만 언더커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틀을 만들게 되면서 OTT 콘텐츠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게 됐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는 OTT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제작사로 발돋움 하는 한편 자회사인 메리크리스마스를 통해 배급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이달 메리크리스마스가 송중기 주연의 영화 '승리호' 배급을 준비중인 만큼, 언더커버 등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OTT 콘텐츠까지 흥행할 경우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이달 들어 사명과 신규 대표를 선임한다고 공시하면서 사업 영역을 재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OTT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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