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전자와 화학에서 동시에 맡고 있던 배터리팩 생산 시설을 LG화학으로 일원화한다. 팩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셀에서 경쟁력을 갖춘 LG화학에 팩 생산을 몰아주는 것이 그룹 자동차 전자장비 비즈니스 차원에서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LG그룹은 LG전자의 배터리팩 생산 시설을 LG화학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LG전자 배터리팩./사진=LG전자 B2B 홈페이지 갈무리
▲ LG그룹은 LG전자의 배터리팩 생산 시설을 LG화학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LG전자 배터리팩./사진=LG전자 B2B 홈페이지 갈무리

25일 업계 관계자와 LG전자·LG화학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LG전자의 배터리팩 생산 시설을 LG화학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LG는 지난해 12월 LG전자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부문이 맡고 있던 배터리팩 생산을 LG화학으로 이관하기로 확정했다. 현재 LG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배터리팩은 전자가 만드는 마지막 배터리팩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주)LG가 배터리팩 생산에서 어느 쪽이 더 경쟁력 있는지를 실사했었고, 그 결과 배터리팩 재료 비중 가운데 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여기에 경쟁력이 있는 LG화학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미국 매체 <데일리트리뷴>도 LG전자가 2018년 미국 미시간주 헤이즐파크에 2500만 달러(당시 한화 285억원 상당)를 투자해 세웠던 배터리팩 공장과 관련 자산을 LG화학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LG화학 중심 배터리팩 통합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가 2018년 만든 미시간주 배터리팩 공장. 최근 이곳 생산시설이 LG화학으로 넘어간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왔다.
▲ LG전자가 2018년 만든 미시간주 배터리팩 공장. 최근 이곳 생산시설이 LG화학으로 넘어간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왔다.

LG전자와 LG화학 측도 이관 사실이 맞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에서 자동차 전장 사업을 맡고 있고, 이에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양사가 각각 진행했던 배터리팩 생산을 화학으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생산 라인을 통합한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넘어가는 것은 아니며, LG화학에서 생산한 배터리팩을 LG전자에서 공급받아 제품을 완성 업체에 판매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 말했다.

LG전자가 배터리팩 생산 라인을 떼어내는 것은, 사실상 VS사업부문이 자동차 전장 사업에만 집중하고 배터리는 오는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해 출범할 LG에너지솔루션으로 몰아주겠다는 뜻이다. 지난 9월 17일 LG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LG화학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VS부문에서 배터리팩 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관 이유로 보인다. LG전자 VS부문의 주력 매출원은 텔레매틱스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구동부품 등이며 배터리팩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전기차 시대와 맞물려 전장 사업을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지만 당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LG전자의 VS부문의 지난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2993억원로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전자 내에서 불필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치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LG전자와 LG화학 간 배터리팩 생산 시스템이 달라 라인을 그대로 쓰기 어려워 이관에 대한 의미가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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