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사진=롯데리아 페이스북 공식계정
▲ 롯데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사진=롯데리아 페이스북 공식계정

최근 롯데리아에서 출시한 '밀리터리버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버거는 군복무 중 먹던 '군대리아'를 모티브로 완벽에 가깝게 재현했습니다. 군대리아는 버거 번 2개와 소고기 패티, 양배추 샐러드를 기호에 맞게 조합해 먹는 매주 일요일 아침 사병식당에서 먹는 버거입니다.

이전부터 군생활에 대한 '애증의 향수'로 수요는 꾸준히 있었고, 편의점에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버거를 내놓자 군필과 미필의 남성들이 호기심을 갖는 건 이해할 만합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군대리아를 보니 재입대하고 싶어진다"며 무서운 농담을 했고, 한 여성 트위터 이용자는 "남자들만 군대리아 사먹는 거 X웃긴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2020년 밀리터리버거가 출시된 건 최근 유튜브의 군대 예능 '가짜사나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덕입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밀리터리버거는 가짜사나이 등 군대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어 국군의 날을 앞둔 시점에 맞춰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군대 예능은 과거 MBC 등 공영방송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던 장르입니다. '진짜사나이(2013년)'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2016년)'은 남성과 여성 연예인이 출연해 '얼차려'를 받는 걸 방영하고, '전우애'를 보여주던 프로였습니다. 10% 안팎의 시청률이 나왔으니 나름 인기 예능이었던 셈입니다. 2020년 유튜브판 가짜사나이는 조회수가 500만에서 1000만 가까이 나옵니다. 지난 24일 게시된 가짜사나이 시즌2의 조회수는 벌써 600만을 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는 남성의 '향수'를 자극하는 코드입니다. 프로그램의 형식만 대동소이할 뿐 2020년판 '군대 예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군대 예능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철저히 원자화된 개인의 무한경쟁사회, 무력해진 사람들은 집단 품에 안기고 싶어한다"며 "집단성이 강화되면 주체성이나 시민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군대 문화의 획일성과 집단주의를 지적한 거겠죠.

밀리터리버거를 먹는 것도 유튜브 가짜사나이를 보는 것도 군대 문화가 꽤 퍼져있는 한국적 문화소비 코드의 한 단면일 거라고 봅니다.

오늘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지난해 1월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7월29일 “한국 육군이 변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신체적·정신적 장애의 근거가 된다고 고려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죠. 이는 지난 4월 군인권센터가 유엔에 진정을 넣은 것에 대해 유엔 측이 한국 정부에 보내온 서신으로, 지난 27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홈페이지에 공개됐습니다.

군대리아와 군대 예능을 변 전 하사의 전역 사건과 연결시키는게 무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쯤 다양성을 거부하는 병영 문화가 군대 사회의 소수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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