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언젠가 가치를 인정받고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창업자들은 오늘도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스타트업 돋보기]에서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아이템과 이야기를 조명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무대에 설 때까지 거침없이 질주할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5> 차세대 데이터 농업 기업을 지향한다 – 그린랩스

“농장주의 수익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농업의 변화도 나타날 것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 도입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수익 증대를 돕고자 합니다”

농업은 정보통신(IT) 기술과 크게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온도·통풍·습도·일조량 등을 조절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이야말로 IT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문을 여닫고, 일일이 온도를 조절하고, 적정량의 물을 주는 등의 노고를 자동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또한 농부가 자리에 없더라도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금상첨화다. 게다가 애써 가꾼 생산품을 적정 가격에 팔 수 있다면?

차세대 데이터 농업 스타트업을 지향하는 그린랩스는 이러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팜을 국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신상훈 대표는 다른 산업은 모두 IT기술로 발전을 이루는데 ‘왜 농업은 예외일까’라는 문제 의식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그린랩스 제공
▲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그린랩스 제공

“과거에는 경험에 기초한 노하우로 농사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던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니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었죠. 하지만 스마트팜 도입 이후에는 자신의 농장에 특화된 데이터를 통해 농작물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와 함께하는 농장주들은 평균 20~30%의 생산성 증대를 경험하고 계시죠”

스마트팜은 기술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1세대는 농가에 각종 센서를 설치해 온도와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염도, 산성도(pH) 등 환경 정보에 따라 원격으로 농업 생산시설을 제어한다. 2세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게 농작물의 생육 관리를 돕는다.

그린랩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2세대 스마트팜 서비스인 ‘팜모닝’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팜모닝 모바일 앱으로 농장의 100%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기상 정보 알림, 데이터 기반의 작물 최적화 정보 제공, 온라인 일대일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해 현장에 가지 않아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언제든지 백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 대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았다.

▲  팜모닝 앱 구동화면 /그린랩스 제공
▲ 팜모닝 앱 구동화면 /그린랩스 제공

“스마트팜 구축은 장비가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장비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가성비가 가장 높다고 자부합니다.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가 있는 2000평 규모의 농가라면 장비 설치비가 2000만원 대입니다. 정부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더 싸죠. 스마트팜을 구축하고 나면 각종 잡무가 줄고, 생산성이 증대되고, 인건비가 감소합니다. 수익이 기존보다 50%까지 늘어났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800여종 이상의 작물 데이터가 4억개 이상 구축된 팜모닝의 클라우드 서버에는 실시간으로 농장의 다양한 환경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축적된 생육 정보 분석을 통해 팜모닝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유지 및 제어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때로는 몰랐던 오류도 바로잡을 수 있다.

▲  팜모닝 도입 농가 /그린랩스 제공
▲ 팜모닝 도입 농가 /그린랩스 제공

“어떤 분은 연료비가 부담스러워서 새벽에 비닐하우스에 틀던 보일러를 껐어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온도가 떨어지자 작물 생산량이 20%나 떨어지고 병충해에도 취약해졌죠. 연료비를 아끼려다 농사를 망칠 뻔한 것을 알아내고 조언해드렸습니다. 많은 농민들이 본인의 농사 패턴을 잘 모릅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 채 하던 대로 농사짓는 게 보통이죠. 저희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컨설팅을 합니다. 개개인의 환경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데이터 농업의 기본이죠. 이를 통해 농장주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신상훈 대표는 ‘스마트팜은 사업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랩스는 단순히 농사를 돕는 일을 넘어 유통 시세 분석, 판매 대행, 판로 개척 등을 아우르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고 편차가 심해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웠다. 유통업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다르다. 팜모닝은 농산물 시세 분석 및 흐름, 시가, 법인별 매입가 등의 자료를 통해 농장주가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에 매도하는가’입니다. 경험을 통해 농민들은 내 물건이 얼마에 팔리는지 대략 예상할 수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았죠. 팜모닝은 작물별 시세를 년도별, 시기별로 파악해서 보여주고, 어떤 시장에서 생산품이 얼마에 팔리는지, 유통업자에 따른 가격 차이 등을 데이터로 알 수 있도록 보여줍니다. 단순히 농작물 관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죠. 저희가 스마트팜에 머무르지 않는 데이터 농업 회사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팜모닝 앱의 시세정보 화면 /그린랩스 제공
▲ 팜모닝 앱의 시세정보 화면 /그린랩스 제공

다양한 서비스와 높은 만족도에 따라 사업은 성장 중이다. 그린랩스가 처음 출범한 2017년에는 팜모닝을 도입한 농장이 50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4000개 정도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1만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매출은 90억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3배 이상인 30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전망도 밝다.

신상훈 대표는 특히 농장주의 수입 증대를 통한 국내 농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농업 인구가 줄고, 농민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지며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 것은 결국 노동력 대비 수입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 대표의 롤모델은 네덜란드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지만 농지 면적은 네덜란드(182만 ha)가 우리나라(160만 ha)보다 더 넓어요. 만약 땅을 농업 용지로 쓰고 농사를 짓는 것이 건물을 짓거나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네덜란드처럼 농지 면적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농민의 수익이 늘어나면 농업의 기존 이미지가 개선되고 인재가 몰려들 것입니다. 저희 사업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수입이 좋아지면 궁극적으로 국내 농업의 파이가 커지고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그린랩스 제공
▲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그린랩스 제공

신상훈 대표가 원래 농업인 출신이라서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유명 소개팅 앱인 ‘아만다’를 만든 넥스트매치를 창업해 수많은 인연을 이어주던 그가 농업에 뛰어든 것은 ‘농업이 가진 본질적 의미’ 때문이었다.

“거시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어요. 저희의 1차 목표는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농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을 의미하죠. 유통의 구조를 바꾸고, 생산에 있어 없던 정보를 제공하고, 비싼 농자재를 싸게 하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작물의 가격은 내려갈 것입니다. 농가의 수입을 올리고 국민에게는 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제공하는 것, 그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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