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지난달 21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미니링크’라는 기기를 출시했다. 손바닥보다 작고 납작한 타원형의 몸체. 지금까지 본 AI 음성인식 기기 중 가장 작고 앙증맞다. 하지만 조금 의아했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 미니’라는 AI 스피커와 스마트폰 앱 ‘헤이카카오’를 통한 AI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굳이 왜 더 작은 ‘미니’를 선보인 걸까?

▲  미니링크, 가운데가 기본형 제품. 좌우는 케이스를 장착한 모습이다. / 자료=카카오
▲ 미니링크, 가운데가 기본형 제품. 좌우는 케이스를 장착한 모습이다. / 자료=카카오

휴대용 카카오 미니

기능부터 살펴보자. 미니링크로 할 수 있는 일은 카카오 미니, 앱과 거의 다르지 않다. 날씨 확인, 음악재생, 카톡 송수신, 뉴스, 라디오, 번역, 오디오북, 팟캐스트, 일정/메모, 배달주문, 운세… 약 30가지 음성명령을 지원한다. 사실상 휴대용 카카오 미니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반면 “헤이카카오!” 같은 음성호출 기능이 빠졌는데, 미니링크를 쓰며 가장 애매하게 느낀 부분이다. 어차피 기능 실행은 음성으로 하는데 호출은 왜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을까?

이는 아마 개발팀에서도 고민했을 부분일 거다. 다만, 체험상 판단으론 기기 특성과 배터리 지속성을 고려해 음성호출 기능을 제외했다고 본다. 미니링크는 주머니에 넣거나, 책상에 올려 두거나, 거치대를 활용해 자주 쓰는 장소에 붙여 놔도 부담 없는 크기다. 대개 손 닿는 위치에 두고 쓰므로 음성호출 기능이 필요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

그 덕분일까? 300mAh라는 작은 배터리로도 완충 시 5일 이상 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미 말로 부르고, 말로 명령하는 사용자경험(UX)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버튼을 누르라’는 조건이 매력적일지 미지수다. 차라리 음성호출 기능을 탑재하되, 기능 ON/OFF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  미니링크에도 빠지지 않는 라이언 전무님, 그리고 카카오톡 지원 기능 일부(앱 갈무리)
▲ 미니링크에도 빠지지 않는 라이언 전무님, 그리고 카카오톡 지원 기능 일부(앱 갈무리)

너와 나의 링크

미니링크도 카카오 제품인 만큼 카톡 송수신 기능이 있다. “XX에게 OO라고 보내”라고 말하면 수신자와 전송 내용을 확인한 뒤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미확인 메시지들을 순서대로 확인할 수도 있다. 미니링크는 여기에 차별화 기능으로 ‘친구 지정하기’를 내세웠다.

친구 지정하기는 자주 연락하는 사람 한 명과의 보다 편리한 메시지 송수신을 지원한다. 전용 버튼을 눌러 지정된 친구의 메시지만 따로 확인할 수 있으며, 버튼을 두 번 눌러 음성으로 답장을 쓸 수 있다. 만약 시각장애 등 특수한 환경의 사용자라면 보호자와의 카톡 연락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음성으로 쓴 메시지는 말풍선 옆에 헤이카카오 아이콘이 표시돼 직접 쓴 메시지와의 구분이 쉽다. 참고로 미니링크로 메시지를 확인해도 ‘읽음 확인’을 뜻하는 ‘1’이 상대방의 채팅방에서 사라지니 괜한 오해(?)가 없도록 확인 후에는 가급적 답장을 보내주자.

미니링크와 타 기기의 오디오를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만약 외부에서 미니링크의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면 전면 버튼을 길게 눌러 스마트폰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다. 이때 스마트폰이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 이를테면 차량과 연결된 상태라면 미니링크와 차량 내 오디오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  자석식이라 거치는 쉽다. 대신 거치대 뒷면을 지지하고 눌러야 안정적인 느낌이다.
▲ 자석식이라 거치는 쉽다. 대신 거치대 뒷면을 지지하고 눌러야 안정적인 느낌이다.

주머니에 넣거나, 목에 걸거나, 붙이거나

미니링크는 함께 제공되는 차량용 클립, 마그네틱(자석) 거치대, 양면테이프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휴대할 수 있다. 거치대를 클립과 결합해 차량 내에 고정하거나 테이프로 벽면에 붙여 쓸 수 있다. 기기와 거치대 사이의 자성은 다소 약한 편이라 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낙하에 주의하자.

만약 캐릭터 케이스가 포함된 패키지를 구매한다면 목걸이와 고리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목에 메고 쓰는 경험은 꽤 괜찮았지만 미니링크 홍보 영상처럼 ‘운동할 때 목에 메고 뛰는’ 시나리오는 솔직히 공감할 수 없었다.

▲  밖에서 메고 다닐 땐 케이스를 벗겨야 시선을 덜 끌 것 같다
▲ 밖에서 메고 다닐 땐 케이스를 벗겨야 시선을 덜 끌 것 같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글쎄…

미니링크는 모호한 기기다. 작고 단순하지만 ‘특장점’을 고민할수록 ‘애매함’도 함께 차오른다. 엄밀히 말해 미니링크 만으론 구매 욕구를 잡아끌 요인이 적다. 카카오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으로도 쓸 수 있고, 집에 카카오 미니가 있다면 미니링크가 설 자리는 더욱 좁다.

대신 기존 스마트 기기를 보완하는 용도라면 조금 다르다. 카카오 미니보단 휴대성이 높고 헤이카카오 앱보단 빠르게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론 스마트폰 사용 중 카톡 확인 및 답장이 어려울 때 옆에 두고 요긴하게 썼다.

액세서리로서의 가치도 고민해볼 수 있다. 평소 음성인식 기능을 잘 쓰지 않는다면 차량이나 책상 등에 거치해 두고 쓰는 것도 괜찮다. 의외로 손 닿는 곳에 두니 스마트폰이나 카카오 미니를 쓸 때보단 음성명령을 더 자주 쓰게 됐다. 소소한 조작의 재미, 시각적 만족이 따른다.

여러모로 고민해 봐도 갑작스런 미니링크 출시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미 대중화된 AI 스피커의 틈새 수요를 채우는 제품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없어도 그만, 있으면 재밌는’ 기기다. 단품 3만2300원, 캐릭터 케이스 패키지는 4만1300원이다.

추천
휴대용 카카오 미니를 원했던 사람
아기자기한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

비추천
평소 음성인식 기능을 쓰지 않는 사람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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