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코스피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코스피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시초가를 밑돌며 마감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일부에서는 '거품 논란'까지 일어나는 모습이다.

빅히트는 이날 오전 9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초가 27만원 대비 가격제한폭(30%)까지 치솟은 35만1000원에 거래되면서 ‘따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장한 지 불과 3분 만에 하락이 시작됐고 1시간이 지나자 30만원 선이 무너지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빅히트는 시초가 27만원보다 4.44% 내린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록 ‘따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이날 빅히트 주가는 공모가 13만5000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며 예상대로 '엔터 대장주'에 등극에 성공했다. 종가 기준 빅히트 시가총액은 8조7323억원으로 코스피 33위에 해당한다. 이는 3대 엔터 기획사인 JYP, YG, SM의 합산 시총 2조7812억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앞서 코스닥에 입성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상장 후 각각 3거래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올린 것에 비해 ‘따상’에 실패했다. 나올 매물도 많다. 빅히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을 보면 1개월 이내 매도 가능한 기관 배정 물량 비중은 57.31%다. 바꿔 말하면 1개월 내에 기관 배정 물량 중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 이전부터 제기됐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은 향후 주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공모가의 기초가 되는 적정 주가 산출을 위한 가치 비교 대상 기업에서 빅히트는 엔터 3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를 빼고 네이버, 카카오, YG플러스,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5개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만약 SM엔터테인먼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면 할인율 적용 이후 공모가는 11만2000원에 머무르게 된다. 적정 주가를 높게 산출하려고 SM을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 대상에 넣은 이유는 양사가 네이버뮤직이나 카카오뮤직 등의 유사 사업을 영위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엔터 기획사와 본질적으로 다른 업종을 편입한 것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만약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면 공모가는 9만8000원까지 내려간다. 이런 이유로 일부 투자자들은 빅히트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차별화를 위해 빅히트는 일찍부터 자사의 정체성을 엔터사가 아닌 IT로 잡고 체질 개선에 노력했다. 최근까지 넥슨, 카카오 등 IT 관련 인력을 대거 영입했고 게임 개발회사인 '수퍼브'를 인수해 게임 산업에도 진출했으며 자체 플랫폼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빅히트가 대규모 IT자원을 글로벌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위버스’에 투입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위버스는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영상을 보고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빅히트는 올해 상반기에 위버스와 위버스숍 관련된 매출로 1127억원을 거뒀으며 이는 상반기 전체 매출액의 38.3%를 차지한다. 올해 8월 기준 구독자 수는 1353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위버스의 단점은 확장성이다. 빅히트 소속 가수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위버스를 쓸 이유가 없다. 태생적으로 유튜브나 카카오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성장을 꿈꾸기가 어렵다는 난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빅히트의 특정 아티스트 의존도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이 빅히트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97.4%, 올 상반기 87.7%였다. 특정 가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다. 군입대를 앞둔 이들의 자리를 메울만한 대형 후배 가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이외에도 엔터주의 특성상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평판에 따른 위험성,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미디어 환경 변화, 이용자 취향 변화 가능성 등의 변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할 때 빅히트의 향후 주가 흐름에는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3일 낸 보고서를 통해 “빅히트에 업계 1위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지만 IP(지적재산권)가 아티스트에게 소유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타사 대비 밸류에이션을 30% 할증 적용해 적정 주가 16만원을 제시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2일 ‘BTS는 영원히 젊지 않다. 빅히트는 새로운 ’빅히트‘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빅히트는 (BTS의) 음악이 멈추기 전에 다음 단계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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