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더샌드박스 관련 자료와 백서를 받아 보고 NFT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향후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NFT가 이끌 것이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 길로 팀에 합류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의 인기를 디파이(Defi)가 주도했다면, 이젠 NFT 붐이 불어올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요한 더샌드박스 한국사업총괄 매니저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말한 NFT(Non-Fungible Token)란 세상에 단 하나씩만 존재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가상 증표)이다. 타인에게 전송도 가능해 디지털 저작물 거래 및 소유권 증명에 활용될 수 있다. 더샌드박스는 기존 블록체인과 NFT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해 오롯이 유저가 중심이 되는 탈중앙화 게임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  이요한 더샌드박스 한국사업총괄, 사무실은 강남 해시드 라운지에 있다
▲ 이요한 더샌드박스 한국사업총괄, 사무실은 강남 해시드 라운지에 있다

공개 이후 ‘블록체인판 마인크래프트’라 불리며 눈길을 끌었다.

더샌드박스를 이해하기 쉽고 간단히 설명하는 의미에서 블록체인판 마인크래프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표절이나 오마주는 아니다. 기존의 2D 픽셀 게임 ‘더샌드박스’를 3D 복셀 게임으로 재구성했다 보니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해보면 세부적인 요소들에서 차이가 있고, 마인크래프트보다 훨씬 정교하게 구현돼 있다.

원작 게임이 있다. 블록체인 버전으로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12년에 출시된 원작은 2017년까지 4000만 다운로드, 7000만개의 유저 제작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유저들이 만들어 공급한 콘텐츠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는데 당시엔 그들의 기여에 보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는 더샌드박스뿐 아니라 비슷한 류의 게임들이 지닌 근본적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크립토키티를 통해 NFT의 개념과, NFT를 통해 유저가 디지털 아이템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이에 회사에서도 더샌드박스에 NFT를 접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판단해 개발한 것이 3D 블록체인 버전의 더샌드박스다.

▲  자료=더샌드박스
▲ 자료=더샌드박스

블록체인과 결합해 무엇이 달라졌나?

전작의 장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누구나 NFT 복셀(Voxel, 3차원 도트) 아이템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로 게임을 설계했다. 모든 유저는 각자가 NFT 발행 주체이며 자신이 만들고 구입한 아이템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NFT는 블록체인상에 기록되는 것으로 기존 게임처럼 아이템의 잠재적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는 게 아니다.

제작 장벽도 크게 낮췄다. 개발이나 디자인은 몰라도 된다. 우리가 제공하는 복스에딧과 게임메이커를 활용하면 누구나 개성 있는 캐릭터와 물리적 법칙이 적용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저 레고를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이기만 하면 된다. 아이템 등록, 판매 수수료도 크리에이터가 아닌 구매자가 지불하도록 했다. 생태계 전반에 걸쳐 크리에이터를 무조건 우선하는 방향이다.

▲  직접 만들고, 유통하고, 즐기는 모든 과정에 유저가 참여할 수 있다
▲ 직접 만들고, 유통하고, 즐기는 모든 과정에 유저가 참여할 수 있다

보유한 아이템들은 랜드(LAND, 더샌드박스 내 개인 영토) 위에서 자신만의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데 사용된다. 랜드 구입에는 ‘SAND’라는 거래용 자체 토큰이 필요한데, 랜드 역시 NFT 기반으로 소유권이 전적으로 유저에게 귀속된다. 다만, 다른 아이템과 달리 랜드는 처음부터 16만6464개만 만들어졌고 추가로 만들 계획도 없다. 희소성에 의한 고유 가치를 보전해주기 위해서다.

유저 중심의 탈중앙화 환경에서, 게임사의 역할은?

게임 내 활동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고 필요한 기능을 개발해줄 뿐이다. 대신 유저들의 역할을 중요하다.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로, 게임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때론 더샌드박스 내 불법 콘텐츠를 찾아내 질서를 유지하는 모더레이터로 말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유저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보상과 순환경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나아가 자신이 보유한 SAND를 통해 게임 운영과 방향성에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샌드박스 내 유저는 단순한 이용자를 넘어 한 명의 ‘팀원’이 된다. 회사는 이들 생태계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관찰하고 돕는 역할만 한다.

NFT 아이템의 가치, 만약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면?

NFT 아이템의 매력은 블록체인에 영구히 기록되는 것 외에도, 그 이력에 따라 긴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매겨질 수 있다는 거다. 보통 예술품이 그렇듯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 혹은 아이템에 부여된 상징성에 따라 수집 가치는 충분하다. 가령, BTS 멤버가 직접 만든 복셀 아이템이 있다고 한다면,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 후에도 이를 보유하려는 팬들이 있을 거다.

무엇보다 지금은 그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 NFT 게임 생태계가 확장되고 한 게임에서 다른 게임의 NFT 스킨이나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공유하는 게임 간 제휴가 한층 쉬워지고 게임을 아예 흡수하는 등의 일도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아직은 그런 사례가 없지만 게임에 귀속되지 않는 NFT 상호 호환성은 관련 생태계가 커질수록 잠재적 활용 가치가 굉장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 성장에 필요한 것은?

일단 국내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다양한 거래소가 있고 대기업에서도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당분간 중요한 건 규제 리스크의 해소라고 본다. NFT가 게임 서비스에 가져올 순기능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투명한 이력 증명, 확률 조작 불가, 앞서 소개한 상호 운영성 등등 긍정적 요소들을 받아들인다면 게임 산업 내에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나아가 게이머들이 얻을 수 있는 보상도 커지면 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계 발전에 참여할 거다.

향후 서비스 계획은

더샌드박스는 올해 12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알파 버전 체험 유저나 게임 커뮤니티의 반응은 이미 꽤 좋은 편이다. 저번 랜드 프리세일은 5분 내에 완판됐고 기존 마인크래프트 유저들도 더샌드박스에서 생각보다 재밌는 디자인과 게임이 많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와서 소통하고 게임 출시 후에도 함께하길 바란다. 더샌드박스 유튜브를 통해서도 사전에 만들어진 다양한 데모 콘텐츠들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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