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의 인기 연재작 ‘인생존망’에서 여성 캐릭터의 신체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됐다가 원상복귀 되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평범한 장면이 모자이크로 가려진 것에 누리꾼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고 댓글을 통해 ‘과도한 검열’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방적 아냐…작가와 논의해서 수정한 것”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8일 올라온 ‘인생존망’ 52화에서 모자이크된 부분은 여성 캐릭터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장면이었다. 선정적인 장면이 아니었지만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이 부분은 게재 다음날인 19일 모자이크가 없도록 수정됐으나 논란은 계속됐다.

해당 장면을 본 독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모자이크가 없었으면 그냥 지나갔을 장면인데 왜 검열을 해서 일을 크게 만드나”, “바지 입은 남자가 허리 내밀면 모자이크 처리해주나”, “별것 아닌데 가리니까 더 이상하고 외설적으로 보인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논란에 대해 네이버웹툰 측은 19일 일방적인 수정은 없었다는 입장을 <블로터>에 전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장면 수정의 필요성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며 편집부에서 임의로 작품의 수정을 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건은 수정을 요청한 부분이 과하게 모자이크로 표현된 부분이 있어 작가님과 상의해 다시 수정(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의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수정 요청 자체가 ‘커다란 압박’

그러나 애초에 해당 장면이 왜 문제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여성 캐릭터가 옷을 입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에 무슨 수정이 필요하냐며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의 몸을 자연체가 아닌 성적으로 바라보는 구시대적 관점이 이번 모자이크 논란에서 엿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네이버웹툰 측은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장면의 수정을 작가에 먼저 요청했고, 작가는 이를 받아들여 해당 부분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편집부의 판단에 작가도 동의해 직접 수정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갑을' 관계가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 웹툰 작가는 “서로 논의를 한다고 하지만 네이버에서 수정을 요청할 경우 그걸 거부하고 원안을 고집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다른 작품을 함께 연재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수정 논의가 들어온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진 논란에 ‘알아서 기는’ 네이버

이러한 웹툰 검열 논란은 최근 벌어진 성인지 감수성 논란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에는 웹툰 작가 기안84의 ‘복학왕’ 304화 속 일부 장면이 여성 혐오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깨부수는 모습,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 정직원이 됐다는 암시 등이 문제가 됐고 기안84는 ”앞으로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  여성혐오 논란이 일어난 '복학왕'의 한 장면(왼쪽)과 수정 후 장면(오른쪽) /네이버 웹툰 갈무리
▲ 여성혐오 논란이 일어난 '복학왕'의 한 장면(왼쪽)과 수정 후 장면(오른쪽) /네이버 웹툰 갈무리

지난달 16일에는 웹툰 ‘헬퍼’가 연재 중단을 알렸다. 과도한 신체 표현, 미성년자 강간 미수 등 작품 속 여성 인물에 왜곡된 묘사가 논란으로 이어지자 휴재를 결정한 것이다. 작가 삭은 사과문을 통해 “악당들이 정말 얼마나 악한지를 알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불편한 장면들도 그려져야 했다”며 “댓글을 읽지 못했던 이유는 제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아서 기획했던 그대로의 만화를 독자님들께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돼서였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네이버웹툰 측이 부담을 느끼고 최근 검열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사소해 보이는 여성의 뒷모습을 수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창작의 자유 저해하지 않는 접점 필요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성적 묘사, 폭력 장면 등에 있어 예전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 성역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작가 창작의 자유와 독자의 정당한 비평의 중간점을 찾기는 사실 어렵다. 개인의 주관과 견해에 따라 논란의 장면은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대중의 논란을 우려해 웹툰 유통사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먼저 과도하게 ‘칼질’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는 창작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고 심할 경우 콘텐츠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판단의 객관성 확보는 중요하다. 네이버웹툰 측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사전 기준 등의 외부 가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내부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이에 따른 편집부의 자체 판단과 이용자 반응 등을 고려해 작가에게 문제 부분의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의 배제, 수정 요청 근거의 정밀화, 외부인 참가 등을 통한 객관성 확보 노력은 계속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측은 19일 <블로터>에 “현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 기준 등 외부 기관의 기준을 참고한 내부 가이드라인과 이용자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가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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