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소형, 중대형 시장에 지배적 위치에 올라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이들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소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 국내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즈>는 지난 21일 중국 가전업체 TCL의 자회사 CSOT가 내년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8.5세대(2200×2500mm)로,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에 지은 OLED 공장과 생산 패널 크기가 동일하다. CSOT는 지난 6월 일본 JOLED와 자본제휴 계약을 맺었는데 이를 통해 얻은 잉크젯 프린팅 공정 기술력을 신규 공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잉크젯 OLED 꺼낸 中, LGD 점유율 뺏을 수도

BOE와 CSOT를 필두로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6세대급 OLED 라인을 만들고 있다. 중국 1위 업체 BOE의 경우 잉크젯 프린트 방식으로 8K OLED TV 패널 시제품을 만들었고 중국 제조사들에 수급도 요청한 상태다. CSOT까지 OLED TV에 뛰어들 경우 LG디스플레이 중심의 대형 패널 시장에도 혼전이 예상된다.

CSOT가 광저우 라인에 적용할 잉크젯 공정은 유기발광소재를 액체로 만든 뒤 기판에 뿌리는 방식이다. 유기발광소재를 기체로 만들어 진공 상태에서 기판에 붙이는 '증착' 방식과 또다른 기술로 OLED의 차세대 공정으로 꼽힌다.

▲  용액 형태의 OLED 발광 재료를 기판에 뿌리는 잉크젯 공정은 OLED의 차세대 기술로 거론된다. /사진=LG디스플레이 블로그 갈무리
▲ 용액 형태의 OLED 발광 재료를 기판에 뿌리는 잉크젯 공정은 OLED의 차세대 기술로 거론된다. /사진=LG디스플레이 블로그 갈무리

다만 현 기술로는 잉크젯 공정의 장단이 뚜렷하다. 증착 방식에 쓰이는 장비인 '진공 챔버'보다 장비 가격이 싸고 소재도 덜 들어간다는 건 강점이다. 반면 액화 용액 속 불순물 문제, 프린팅 시 균일하게 액체를 찍어내기 어려운 점 등으로 증착 방식 대비 제품 화질이 떨어지고 수율도 낮은 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차세대 공정으로 불리는 건 맞지만 성능이 개선되기까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당장 OLED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금 수준으로도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대형 OLED 시장 점유율을 뺏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잉크젯 방식은 대형 패널에 특화돼있고, LG디스플레이 화이트 OLED(WOLED)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을 뿐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OLED 공정이 WOLED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육안으로 봤을 땐 휘도(밝기) 차이밖엔 없는 수준"이라며 "중가형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조금 업고 기술격차 좁히는 중국...2025년 점유율 따라잡힐라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 지위였던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도 조금씩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20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BOE는 아이폰12인치 6.1인치 중소형 OLED 패널 일부를 애플에 납품하게 됐다.

아이폰12에 들어간 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의 제품만 납품됐다. 아이폰12미니,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맥스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12 기본형에는 LG디스플레이가 각각 패널을 납품한다. 이번에 BOE에서 공급하는 패널 수량은 리퍼브(수리)에 쓰이는 수준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  BOE 플랙시블 OLED. /사진=바이두
▲ BOE 플랙시블 OLED. /사진=바이두

하지만 그간 품질 테스트에서 줄곧 떨어지던 BOE가 애플의 디스플레이 생태계에 편입됐다는 것만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의미한 변화라 보고 있다. BOE의 최고경영자 창청 부총재는 지난 9월 “5년 내 OLED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겠다”고 공헌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소형 OLED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1위를 차지했다. 중저가 리지드 OLED가 89.5%, 플렉시블 OLED가 72.6%로 양쪽 모두 전체 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플랙시블 OLED 시장에서 BOE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3분기 920만 개를 출하해 점유율이 전년 동기(6.2%) 대비 두 배 넘는 1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780만 개를 출하한 LG디스플레이(점유율 10.9%)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4위 CSOT, 5위 비전옥스 모두 중국 업체였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에 힘입어 삼성과 LG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시장분석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중국의 2025년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이 47%로, 51%인 한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SCC는 "한국이 여전히 OLED 생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 이점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라며 "중국 OLED TV 관련 투자에 불확실성이 크지만 중국(정부) 보조금이 집중되면 현재 중국이 LCD TV 분야에 도달한 것과 같은 목표를 이룰 것"이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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