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서비스가 예상되는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시장에 상륙할 조짐이 포착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가 소유한 OTT 플랫폼 '훌루'의 국내 상표권이 정식으로 출원됐기 때문이다.

훌루 상표권 출원 의미는?

23일 <블로터> 취재 결과 지난 21일 '훌루 엘엘씨' 명의로 '훌루' 서비스의 국내 상표권이 출원됐다. 훌루는 디즈니가 소유한 OTT 플랫폼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현지 콘텐츠업계에서는 디즈니가 디즈니+ 서비스 국가 확대에 발 맞춰 훌루 출시 지역도 함께 확대할 계획이다.

▲  /사진=디즈니+ 앱 갈무리
▲ /사진=디즈니+ 앱 갈무리

물론 상표권이 출원됐다고 해서 당장 서비스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상표권을 출원하는 것은 향후 서비스될 제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예비 과정이다. 출원 후에도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공고, 등록 등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곳곳에서 디즈니의 한국 진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는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디즈니+ 한국 서비스 가격이 유출됐다는 이미지가 떠돌았다. 해당 이미지를 보면 디즈니+ 애플리케이션(앱)에 소개된 월 정액 요금이 원화인 9500원으로 안내됐다. 연간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16%가 할인된 9만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지난 21일 출원된 훌루 국내 상표권. /사진=특허정보 키프리스넷 갈무리
▲ 지난 21일 출원된 훌루 국내 상표권. /사진=특허정보 키프리스넷 갈무리

<블로터>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이미지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 국가를 우회했을 때 나타난다. VPN으로 미국 등 디즈니+ 서비스 국가를 설정한 후 로그인 되지 않은 초기 화면에 이용 가격 안내가 표시되는 형식이다. 이날 확인해 본 이미지에서는 월 정액 요금과 연간 이용가가 각각 9000원과 9만원으로 표기됐다.

디즈니+에서 원화가 표시되는 것과 훌루 상표권의 연관 관계는 '패키지 상품'에 있다. 현재 디즈니+는 서비스 국가에 훌루, ESPN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월 12.99달러(약 1만4700원)에 판매중이다. 미국 현지 기준 디즈니+, 훌루, ESPN의 월 정액 스트리밍 가격이 각각 6.99달러(약 7900원), 5.99달러(약 6800원), 4.99달러(약 5600원)임을 감안하면 패키지 상품 이용 시 매달 5달러(약 5700원)를 절약할 수 있다.

▲  최초로 원화 가격이 표시된 디즈니+앱 화면(왼쪽)과 블로터가 23일자로 확인한 원화 가격. /사진=신소비님 블로그 및 디즈니+ 앱 갈무리
▲ 최초로 원화 가격이 표시된 디즈니+앱 화면(왼쪽)과 블로터가 23일자로 확인한 원화 가격. /사진=신소비님 블로그 및 디즈니+ 앱 갈무리

전문가들은 디즈니+의 원화 가격 유출과 훌루 국내 상표권 출원의 개연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디즈니가 지난 2월로 계획했던 디즈니+의 한국 지사 개소 계획 발표를 전면 연기함에 따라 서비스 일정도 전면 백지화 됐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국가의 서비스 예정일이 미뤄진 것을 보면 한국 진출 계획도 조정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훌루 국내 상표권 출원자가 훌루 엘엘씨임을 볼 때 디즈니를 제외한 단독 서비스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비즈니스가 중단된 상황에서 디즈니+가 한국 시장의 서비스를 무리하게 앞당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독주 체제, 당분간 계속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1일(한국시간) 공개된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약 330만명에 달한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과 각종 소식통을 인용해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이는 올 3분기 기준 23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웨이브보다 약 100만명 가량 많은 수치다.

특히 3분기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넷플릭스의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해당 기간 64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아태지역 가입자가 전 세계 신규 가입자의 46%를 차지할 만큼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 '사냥의 시간(왼쪽)'과 향후 공개될 영화 '콜'. /사진=넷플릭스, NEW
▲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 '사냥의 시간(왼쪽)'과 향후 공개될 영화 '콜'. /사진=넷플릭스, NEW

로이터통신 등은 한국에서 제작된 70여개 콘텐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출시된 후 31개 언어의 자막과 20개 언어로 더빙되는 등 강한 파급력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부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JTBC 등 국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에 투자하며 꾸준히 한국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시장 투자를 다각화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뉴(NEW)가 배급을 맡은 영화 '콜'이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면서 '승리호', '차인표', '낙원의 밤' 등 한국 작품들이 입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디즈니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디즈니가 한국 시장 진출 전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이동통신 업체와 제휴해 IPTV로 확보된 가입자를 한 번에 유입시키는 전략인데 사실상 넷플릭스가 KT, LG유플러스와 협업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낙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유력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디즈니가 공식화 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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