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리프트가 항소심에서도 패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항소법원은 우버·리프트가 드라이버(운전기사)들을 직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의 결정을 따르라는 취지다.

앞서 법원은 두 회사에서 일하는 드라이버를 근로자, 즉 정직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유경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한 AB5(Assembly Bill 5) 법안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나왔지만, 당장 법적효력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대법원 항소가 남아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3일 대선일에 치러지는 ‘주민발의안 22호’ 투표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 드라이버는 직원일까? ‘22호’에 달렸다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1월부터 ‘AB5(Assembly Bill 5)’ 법을 시행하고 있다. ①회사의 지휘·통제가 없을 것 ②회사의 통상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것 ③회사와 독립적인 사업을 운영할 것 등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저촉되는 경우 회사는 종사자와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입증하는 책임은 회사의 몫이다. 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두 회사에서 일하는 드라이버를 직원으로 봤다. 직원이 되면 최저임금과 더불어 초과수당, 연차 등을 제공해야 한다.

우버·리프트는 ‘중개자’ 역할이란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은 드라이버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일 뿐 지휘·통제 권한이 없는 데다가 기술기업이므로 통상적인 업무에 종사시킨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반박이다. 지난 8월 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제기한 배경이다. 두 회사는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면 우버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직접고용’이라는 족쇄가 생길 경우 우버가 이들을 전부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사태가 이어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플랫폼에서 일하는 임시직 종사자들을 독립계약자나 직원으로 분류할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보호하는 방법을 고민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플랫폼 공동 수당펀드 조성 △종사자 근로시간에 따른 의료보험·유급 휴가비 지급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우버·리프트는 배달업체인 도어대쉬와 포스트메이트·인스타카트 등과 손잡고 AB5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민발의안 22호’ 입법도 추진 중이다. 앱 기반 운송·배달업체의 경우 종사자의 정규직 전환 의무를 예외로 하자는 게 골자다. 이 발의안이 통과되면 플랫폼 기업들은 캘리포니아에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부결되면 회사는 직격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법안 홍보에만 2억달러(약 2200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NPR에 따르면 “주민발의안 투표 역사상 가장 값비싼 캠페인”으로, 도어대쉬·포스트메이트·인스타카트 등이 들인 돈까지 합하면 약 3억달러(3418억원) 상당이 투입됐다. 이번 투표가 플랫폼 기업들에겐 앞날이 좌우될 수 있는 중대사건이어서다. 지난달 UC버클리대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민발의안 찬성은 39%, 반대는 36%로 나타났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25%에 달해, 결과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우버·리프트는 투표 캠페인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측은 “항소심 판결에 따라 유권자들이 주민발의안 제22호에 찬성하지 않으면 드라이버들이 독립계약자로 일할 수 없게 된다”며 “수십만명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주 전역에서 승차공유를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캘리포니아주의 한 우버 드라이버 단체는 우버를 고소한다고 밝혔다. 우버 앱을 통해 주민발의안 22호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종사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단체 소속 우버 드라이버인 벤 발데즈는 성명을 통해 “앱에 로그인할 때마다 거의 매번 메시지를 보고 ‘확인’을 눌러야 한다. (우버는) 법안을 지지하게끔 하기 위해 (드라이버에게)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버측은 <더 버지>에 “터무니없는 소송”이라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주민발의안 22호를 지지하고 있다.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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