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현된 여행이다.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모닥불을 바라보며 나를 괴롭히는 번뇌에서 잠시 멀어질 수 있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만큼 ‘어디로 떠나느냐’, ‘무엇을 가져가느냐’는 늘 고민이다. <캠핑일기>는 전국 캠핑장을 방문하거나 장비를 써본 뒤 주관적 체험담을 전하는 코너다. 복잡한 세상사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줄 캠핑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어반슬로우시티 글램핑카라반

▲  어반슬로우시티 글램핑카라반 전경 /촬영=김명상 기자
▲ 어반슬로우시티 글램핑카라반 전경 /촬영=김명상 기자

글램핑과 카라반이 조화 이룬 캠핑장

인류가 원시시대에 자연과 투쟁하며 떠돌이로 생활했을 때는 매일이 전쟁이었다. 사냥과 채집으로 고단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은 가족,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우며 쉬는 시간이었으리라. 그 기억은 우리의 DNA에 스며들어 본능과 같은 그리움으로 변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캠핑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캠핑 초보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다. 계절에 맞는 장비를 가져가는 것부터가 걸림돌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더욱 챙길 것이 많다. [캠핑일기]의 첫 시작 전, 장소 선정이 막막해서 주변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고 몇몇 캠핑장을 추천받았다.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은 춘천에 있는 ‘어반슬로우시티 글램핑카라반’이었다. 글램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글램핑의 가장 큰 장점은 몸만 떠나면 된다는 것. 텐트와 각종 집기 등이 현장에 모두 마련돼 있어 초보자라도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래도 정말 몸만 가도 되는 것일까 걱정된다. 예약 전에 캠핑장에 전화했더니 “먹고 싶은 음식만 챙기면 그만”이라고 하신다. 듣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

초록과 어우러진 영국 국기 무늬 텐트

캠핑 당일 춘천으로 향했다. 서울 기준으로 약 2시간 반이 걸려 도착했다. 가는 길은 절경이다. 굽이치는 북한강을 낀 주변 산은 어느덧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도심에서 벗어났음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체크인이 이뤄졌다. 차가 들어오자 관리자가 나와 예약을 확인하고 열 체크를 한 뒤 예약 사이트를 안내했다. 내부에는 글램핑을 비롯해 오토캠핑 사이트, 카라반, 펜션 등의 시설이 구분돼 배치돼 있다.

▲  유니언 구역 텐트 /촬영=김명상 기자
▲ 유니언 구역 텐트 /촬영=김명상 기자

들어가자마자 든 느낌은 ‘예쁘다’이다. 눈앞에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을 겉에 적용한 예쁜 텐트가 눈에 들어온다. 흔한 디자인의 텐트가 아니라서 특이하고 감성적인 만족감까지 채워준다. 사진을 찍어 오늘 머물 텐트라고 SNS에 알렸더니 예쁘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특히 여성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일단 텐트를 치는 것부터가 일이다. 던지면 펼쳐지는 원터치 텐트가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작업이다. 초보자라면 텐트 치다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자칫 힐링이 아닌 고난의 시작이 되는 것도 흔하다.

그러나 글램핑은 달랐다. 방문객을 위해 세팅이 완료된 타프 아래에는 테이블, 의자, 식기 도구, 조명, 수납공간 등이 마련돼 있었다. 콘센트에 전원을 꽂고 조명을 켜니 금방 훤해졌다. 텐트 안에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고 침낭이 덮여 있어서 아늑했다. 도착 직후 번거로운 작업 없이 바로 본격적인 캠핑이 시작된다는 것은 무척 만족스럽다.

번거로운 작업 없이 즉시 캠핑이 시작된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난로는 글램핑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빌리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난로 대신 매점에서 장작을 사서 일찍 불을 피우기로 했다. 컨테이너 형식의 매점에는 주류, 음료수, 각종 과자, 라면, 즉석밥, 커피, 모기향 등을 판매하고 있다. 고기, 야채, 양념 등은 없다.

장작 한 망을 사서 텐트가 설치된 나무데크 아래에 화로대를 놓고 불을 피웠다. 연기만 나고 잘 붙지 않아서 물어보니 사장님이 직접 와서 도와주셨다. 장작에 습기가 배었는지 불이 영 붙지 않는다. 요즘 캠핑 인구가 폭증해 장작 수요가 전년 대비 3배 정도 늘었단다. 장작 공급 업체가 나무 말릴 시간이 충분치 않다 보니 불이 잘 붙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참 후 불은 붙었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글램핑장 내부 /촬영=김명상 기자
▲ 글램핑장 내부 /촬영=김명상 기자

살펴보니 선반에 냄비부터 프라이팬, 국자, 집게, 버너 등이 있어서 바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과하거나 부족한 것 없이 딱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다. 캠핑 의자는 등받이가 높아 기댈 수 있어 편했고 테이블 길이는 4명이 앉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  화로대 요리 모습 /촬영=김명상 기자
▲ 화로대 요리 모습 /촬영=김명상 기자

화로대 옆에는 네모난 철제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불을 피우는 화로대 앞에 각종 재료를 올려놓고 요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예전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써보니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유용했다. 장비가 부족한 캠핑 초보 입장에서는 글램핑장에 세팅된 물품을 직접 써보며 자신에게 맞는지 시험해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름신’이 강림할 수도 있다.

▲  핼러윈 장식 /촬영=김명상 기자
▲ 핼러윈 장식 /촬영=김명상 기자

밤늦게 찾아온 지인에게 글램핑 텐트를 내줬다. 일반 캠핑 사이트라면 추운 데다 어두워서 텐트 치기가 힘들었겠지만 모두 마련돼 있다 보니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서로 가져온 음식을 꺼내 요리하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밤은 더욱더 깊어졌다. 핼러윈을 맞아 캠핑장 곳곳이 해골 마네킹과 호박등, 마녀 등으로 장식돼 독특함을 더했다. 운영진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깔끔한 시설로 쾌적함 더해

방문일은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이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차 유리에는 성에가 허옇게 끼었고 밖에 놔둔 물이 얼어 있었다. 출발할 때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져온 얼음은 물이 됐어야 하지만 아직도 단단했다. 글램핑 텐트에서 잔 지인에게 물으니 딱히 춥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용 온풍기를 따로 튼 덕분일 수도 있다.

▲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얼어버린 음료수 /촬영=김명상 기자
▲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얼어버린 음료수 /촬영=김명상 기자

화장실은 크지 않으나 깔끔했고 회색톤 타일로 구성돼 차분한 느낌을 줬다. 개수대에는 세제와 수세미가 있어서 따로 챙길 필요가 없었다. 남자 샤워실은 공용 형식이지만 여자 샤워실은 개별 탈의실에 샤워부스까지 있단다. 직접 들어갈 수 없어 자세한 평가를 할 수 없다. 설거지를 위한 개수대에는 수세미와 세제가 마련돼 있어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는 메인하우스 /촬영=김명상 기자
▲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는 메인하우스 /촬영=김명상 기자

사이트 간격은 적당한 편이다. 방문 당시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았고 바로 옆 텐트가 비어 있어서 고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옆 사이트가 비어 있어서 소음이 얼마나 잘 들리는지, 매너 타임 관리가 엄격한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매너 타임은 오후 10시부터다. 공지에는 매너 타임을 엄격히 적용하며 1회 권고 후에도 문제 발생 시 퇴실될 수 있다는 경고가 명시돼 있다. 또한 2팀 이상의 예약을 받지 않는데 아무래도 시끄러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파스텔톤 감성 카라반 ‘눈에 띄네’

어반슬로우시티의 차별점은 감성적인 카라반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빨강, 파랑, 핑크, 하늘색으로 칠한 4대의 카라반 앞에는 꽃무늬 타프가 쳐져 있다. 특히 여성들의 호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NS 사용자에게는 카라반 자체가 좋은 포토 스팟이 될 것 같다.

▲  카라반 외부 /촬영=김명상 기자
▲ 카라반 외부 /촬영=김명상 기자

카라반 내부에는 글램핑처럼 각종 도구가 완비돼 있다. 또한 개수대, 냉장고, 침대, 개별 화장실이 있어서 더욱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북한강 바로 앞에 카라반이 설치돼 있어 다른 사이트보다 운치가 더 짙게 느껴진다. 함께한 지인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에 여자 친구와 꼭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카라반 주변 모습 /촬영=김명상 기자
▲ 카라반 주변 모습 /촬영=김명상 기자

다만 날이 추워지면서 수영장이나 수상레저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다. 기온 탓에 9월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름에 방문했다면 만족도는 더욱 높았을 것이다. 캠핑과 동시에 웨이크보드, 보트, 에어바운스 등의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만큼 방문객 성향에 따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약 자체가 걸림돌…이용 시간 짧아 아쉬워

아쉬운 점도 있다. 주말이면 전체 사이트가 꽉 찰 만큼 예약이 빨리 마감된다. 오토캠핑장 20동, 글램핑장 15동, 카라반 4동, 펜션 2동이 다 찬다니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겨울에는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전체 사이트 중 절반만 예약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좀 더 여유롭고 조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지만 예약 전쟁은 심할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평일 이용을 권하지만 주말 방문을 원한다면 오픈 시기를 미리 알아보고 빠르게 예약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글램핑장 입실 시간은 오후 3시, 퇴실 시간은 오전 11시다. 가격은 높은데 이용 시간이 좀 짧다는 느낌이다. 오토캠핑장의 경우 오후 1시 입실, 다음날 오후 12시 퇴실이라 좀 더 여유롭다. 글램핑은 아무래도 텐트 정비 등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용자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텐트 내 침낭은 간절기 이불처럼 좀 얇다. 추울 때 전기장판만 믿기에는 걱정스럽다. 계절이 바뀌면서 기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개인 온열 장비나 패딩 등의 두툼한 옷을 따로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캠핑의 필수 용품인 장작은 1망에 1만5000원에 판매한다. 다른 캠핑장에서 장작 10㎏ 1망을 보통 1만원에 살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편이다.

별점 ★★★★☆
장점 전체적으로 예쁘다. 글램핑장 텐트도 멋스럽다. 관리자가 핼러윈 장식 등을 준비할 만큼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파스텔톤 카라반에서 찍은 감성 사진을 SNS에 올리면 스타가 될 것 같다. 여행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직원들이 친절해 도움을 받기 쉽다.
단점 예약이 어렵다. 예약 오픈 시기를 놓치면 주말의 경우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글램핑은 오토캠핑장에 비해 이용시간이 짧다. 겨울 캠핑의 필수품인 장작이 비싼 편이다. 미리 사서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여름이 아니라면 수상레저시설은 그림의 떡이다.

캠핑장 정보
이름 : 어반슬로우시티 글램핑카라반
주소 : 강원 춘천시 남면 가옹개길 108
시설 : 오토캠핑장 20동, 글램핑장 15동, 카라반 4동, 펜션 2동, 화장실, 매점, 샤워실, 개수대, 수상레저 시설 등. 전자렌지 및 냉장고는 공용시설을 이용.
매너 타임 : 오후 10시~오전 7시
기준 인원 : 사이트 당 최대 4명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