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거래액 2조원·앱 다운로드 2600만건·월 평균 이용자 300만명. 여성 전문 쇼핑 앱 지그재그가 기록한 수치다. 입점 쇼핑몰은 지난 6월 기준 3700개를 넘어섰다. ‘초고속 급성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윤거성 이사는 “비결이 없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한다.

28일부터 양일간 개최하는 ‘마케팅 앤 테크놀로지 서밋 2020’을 위해 지그재그 윤거성 이사가 지난 22일 <블로터>를 찾았다. 대한민국 1등 여성 쇼핑 앱을 자부하는 윤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지그재그 제공
▲ /사진=지그재그 제공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MZ세대 여성 ‘정조준’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여성 전용 패션 서비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시작됐다. 마음에 드는 상품과 쇼핑몰을 ‘즐겨찾기’에 저장한 뒤 하나씩 클릭해 각기 다른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지향했다.

“지그재그는 동대문 패스트 패션(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유통시키는 패션 브랜드)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클릭하는 화면이 Z자, 지그재그의 형태로 흘러가는 모양을 보고 소비자들에게 위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 지그재그라 이름을 붙이게 됐다”.

실제로 지그재그 앱의 주요 고객층인 30대 초반 여성부터 10대 청소년들은 지그재그 서비스의 편의성만큼이나 ‘예쁜 디자인’에 만족한다. 개발자 출신인 크로키닷컴(지그재그의 모회사) 서정훈 대표의 감각적이면서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지그재그의 성공에 한몫한 셈이다.

세분화된 내부 시스템과 ‘타깃 마케팅’

지그재그의 성공은 특성별로 세분화된 내부 시스템과 장기적인 안목,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하는 ‘쿨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거성 이사는 지그재그의 남성 이용자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설명하면서 남성 쇼핑 서비스 운영에 대한 계획 또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철저한 ‘타깃 마케팅(표적을 확실하게 설정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운다. 남성 이용자에게는 광고 자체가 뜨지 않는다”

윤 이사는 본인 역시 지그재그 광고 배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종종 등장하는 지그재그 남성 이용자는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남성 MD 혹은 동대문 시장 관계자들일 거라는 게 윤 이사의 추측이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기획전도 흥행의 비결 중 하나다. 지그재그는 최근 ‘직잭위크’, ‘패션레시피’ 등의 행사로 또 한 번 ‘쇼핑러’들을 끌어모았다. 쉼 없이 펼쳐지는 이벤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그재그에는 전용 MD와 브랜드 마케팅팀, 셀러팀이 완전히 나뉘어 있다. 엄격하게 셀러(Seller)의 상황을 고려하는 팀과 유저들의 니즈, 트렌드를 분석하는 팀으로 분리해 각 팀의 특성을 살렸다. 분산된 시스템으로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많은 공을 들인다”

윤 이사는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는 성장은 건강한 성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내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 브랜드도 지그재그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위한 팀이 완전히 분리된 시스템, 냉철한 타깃 마케팅은 지그재그만의 특성이자 흥행 비결이다.

지그재그의 최우선 가치는 ‘동반성장’

1년 전에만 해도 지그재그의 사원 수는 70여 명이었지만 현재 기준 약 200명을 넘겼다. 윤 이사 또한 4월에 지그재그에 합류한 인원 중 하나다.

“가파른 성장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다. 영세 스타트업 기업이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는 성장이지만, 지그재그는 눈앞의 이익을 쫒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바탕으로 투자를 손실로 여기지 않는 우리의 철학이 비법이라면 비법이겠다”.

윤 이사와 지그재그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동반성장’이다. 지그재그만의 단편적인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협업하는 파트너와 함께, 나아가 대한민국의 패션산업과 나란히 성장하는 것이 지그재그가 추구하는 길이다.

“동대문 패션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과거에도 다수 존재했다. 지그재그의 서비스는 장황하거나 고난도의 기술력이 이루는 결과물이 아니다. 유저들의 편의성, 유저와 셀러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추구한 지그재그만의 포지션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윤 이사는 지그재그의 가장 큰 성공 원동력에 대해 ‘시크릿 레시피(Secret Recipe)’가 없는 것이 비결이라고 역설한다.

“특별한 한 가지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웹에 머물러 있던 서비스를 모바일로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할까?’, ‘셀러들은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을까?’ 등 작은 고민들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니 지금의 지그재그가 됐다. 전략이 없는 것이 우리만의 전략이다”.

지그재그 서비스 런칭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게 아쉽다는 윤 이사는 이번 대규모 채용과 함께 지그재그가 또 한 번 커다란 도약을 할 수 있는 ‘두 번째 시기’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지그재그와 새로운 지그재그는 다가오는 두 번째 성장을 이끌어갈 주역이 될 것이며 그를 위해 기업구조와 시스템을 견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여성 쇼핑 앱=지그재그’가 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함께하는 수많은 파트너들이 함께 성장하며 먼 훗날 이들이 “지그재그와 함께 해 행복했다”라고 지금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윤 이사와 지그재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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