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는 '차세대 공기청정기'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PS5 사는 법' 등의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던 게시물이다. 공기청정기로 둘러댈 만큼 PS5는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줬다. PS 라인업 특유의 검정 색상 대신 흰 바탕의 포인트를 강조하는 형태로 '변화'와 '정체성'을 강조했다. 실물로 영접한 PS5는 '백색가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흰 자태를 뽐냈다.

이름 바꾼 듀얼센스, 어찌나 민감한 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주최한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PS5를 체험했다. 눈에 띄는 포인트는 '달라진 디자인'과 '전용 패드 듀얼센스'로 압축할 수 있다.

▲  실물로 본 플레이스테이션5와 듀얼센스. /사진=채성오 기자
▲ 실물로 본 플레이스테이션5와 듀얼센스. /사진=채성오 기자

듀얼 센스는 PS5의 전용 패드로, 전작의 '듀얼 쇼크'와 비교해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전작보다 예민해진 '햅틱 피드백(반응형 진동 기능)'은 듀얼센스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핵심 기능이다.

특히 게임 안에서도 얼음, 모래, 유리를 걷는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 반응을 통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패드를 쥔 양손이 부르르 떨릴 만큼 강한 진동을 주다가도, 걷거나 수영하는 상황에서는 호수처럼 잔잔한 떨림을 전했다. 물체의 저항이나 타격감에 대한 진동의 강약 조절도 자연스러웠다.

▲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첫 번째로 플레이해 본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에서는 햅틱 피드백과 모션 센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은 게이머가 아스트로가 돼 맵을 누비며 PS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게임이다.

워터 슬라이드를 통해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미세한 진동이 패드를 쥔 양손에 전달됐고 모션센서와 적응형 트리거를 활용해 점프 강도를 조절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패드의 방향에 따라 이동할 위치를 정하며, L2와 R2로 배치된 트리거의 눌림 강도에 따라 거리가 달라졌다. 미니게임에서는 적응형 트리거 강도에 따라 레버를 당기는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  아스트로의 플레이룸. /사진=SIEK
▲ 아스트로의 플레이룸. /사진=SIEK

적응형 트리거의 경우 게임 안에서 활을 당기거나 차량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단계적인 눌림이 가능하다고 하니 관련 장르의 몰입도가 어느 정도 일지 유추할 수 있었다.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에서도 개틀링건 아이템을 발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적응형 트리거의 물리적 저항감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을 체험한 후 만난 타이틀은 '색보이: 빅 어드벤처'다. 이미 햅틱 피드백에 취한 터라 색보이를 통해서는 어떤 반응을 체감할 지 기대감이 앞섰다. 색보이: 빅 어드벤처는 초기 화면을 접할 때부터 당황스러웠다.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데 화면에 표시된 시작 버튼 아이콘에 익숙치 않아 애꿎은 트리거 및 △, □, ○, X 버튼만 연신 눌러댄 것. 알고 보니 패드 우측에 배치된 '크리에이트' 버튼이 시작점이었다. 크리에이트는 기존의 '공유' 버튼에 콘텐츠 제작 기능을 더한 메뉴다. 해당 메뉴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했다.

▲  색보이 빅 어드벤쳐. /사진=SIEK
▲ 색보이 빅 어드벤쳐. /사진=SIEK

▲  색보이 빅 어드벤쳐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 색보이 빅 어드벤쳐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색보이의 경우 맵을 탐험하며 골드를 모아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스트로의 플레이룸이 게임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PS의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콘텐츠였다면, 색보이는 경쟁과 육성에 초점을 맞춘 타이틀이다. 지형지물을 활용해 보석을 획득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라인을 통과해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1인칭 플레이를 하다보니 경쟁 요소를 느끼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좌우로 나뉜 두 개의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의 활용도도 앞선 게임과 달랐다. 막다른 공간에 부딪힐 때와 몬스터를 타격하는 상황에서 전달되는 햅틱 피드백이 다를 뿐 아니라 점프 발사대 역할을 하는 꽃봉우리 안에 들어가 멀리 날아갈 때의 진동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너트에 박힌 볼트를 타격할 때와 몬스터를 때려 잡는 타격감도 비슷한 듯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에 탑승하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점이다. 놀이기구에 탑승하는 것이 필수 항목이 아님에도 점프 키를 누른 후 트리거(R2)를 길게 눌러 매달리는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해 수십 번을 반복해야 했다.

▲  발란 원더월드의 캐릭터 설정 화면.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 발란 원더월드의 캐릭터 설정 화면. /사진=채성오 기자, 촬영 협조=SIEK

40여분이 지나고 마지막 타이틀인 '발란 원더월드' 체험존으로 이동했다. 양손에 느껴지는 진동의 체감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벌써 마지막 타이틀이라니. 발란 원더월드는 '소닉' 시리즈와 '나이츠'를 개발한 나카 유지와 오오시마 나오토가 20년 만에 팀을 이뤄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은 캐릭터를 선택하고 각종 기념품을 수집해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동과 점프 외에 별다른 타격 기술이 없어 지루함을 느낄 때쯤, 전용 의상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또 한 번 듀얼센스의 특징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전용 의상은 동물과 식물을 형상화 한 아이템으로, 의상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초반 획득 가능한 '빙글 늑대' 의상의 경우 버튼을 누르면 빠르게 회전하며 내려 찍는 점프 기술을 선보인다. 점프할 때마다 강렬한 진동이 양손을 감싸는데, '하늘 점퍼' 의상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했다. 하늘 점퍼는 공중에서 점프했을 때 버튼을 길게 누르면 수백번 가량 발을 휘저어 체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의 쓰임새도 달라져 이동과 아이템 수집에 영향을 끼쳤다.

대작 타이틀로 해 봤으면 어땠을까

세 가지 타이틀 체험을 끝내고 돌아서는 길. 여전히 PS5는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트리플A급 타이틀이 없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비슷한 액션 어드벤쳐 장르로 체험존을 꾸밀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초 체험존에 전시된 타이틀은 그래픽이나 속도 개선 등의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성능 위주의 리뷰는 어려울 듯 했다.

▲  플레이스테이션5(오른쪽)와 재원표. /사진=채성오 기자, 표=SIEK
▲ 플레이스테이션5(오른쪽)와 재원표. /사진=채성오 기자, 표=SIEK

▲  듀얼센스 상세 재원표. /표=SIEK
▲ 듀얼센스 상세 재원표. /표=SIEK

다만 듀얼센스는 머릿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진행 상황에 따른 햅틱 피드백의 강도 차이는 물론 적응형 트리거를 통해 물체를 당기거나 점프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세밀해졌기 때문. 민감한 물리적 반응이 더해지면서 현실에 가까운 게임성을 구현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듀얼센스에 특화된 슈팅, 레이싱, 스포츠 장르 타이틀일 경우 말 그대로 '살아있는 손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학처럼 꼿꼿히 서 있는 PS5를 바라보며 트리플A 타이틀로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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