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홍콩인 해방’이라는 문구를 제품에 새겨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는 애플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  애플 펜슬에 'Liberate HKers' 각인을 요청한 모습 /newmobilelife.com 갈무리
▲ 애플 펜슬에 'Liberate HKers' 각인을 요청한 모습 /newmobilelife.com 갈무리

홍콩의 대안 미디어 ‘코코넛홍콩’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애플 펜슬에 각인 요청한 문구를 거부당한 독자 챈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챈 씨는 지난 27일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애플 펜슬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Liberate HKers’(홍콩인 해방)이라는 문구를 새겨 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지난 29일, 그는 제품 대신 애플로부터 ‘직원이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전화를 건 애플 직원은 챈 씨에게 ‘Liberate HKers’ 각인 요청에 대해 “상부가 허가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부의 이유를 물었지만 직원은 그저 “자신은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고 알려만 줄 뿐”이라고 전했다.

‘열렬한 애플 팬’을 자처하던 챈 씨는 애플의 결정에 무척 실망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애플이 홍콩인들의 자유 발언권을 무시하고 정치적 검열을 실시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코코넛홍콩은 챈 씨가 “문구 각인 거부의 이유가 명확지 않으면 애플에 대해 지지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챈 씨는 에어팟, 아이패드 등 제품 구매 시 무료로 제공하는 문구 각인에 대한 설명과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이메일을 애플에 보내기도 했다. 30일까지 애플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챈 씨는 문서 자료를 남기는 것을 애플이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  ''Liberate HKers' 문구를 삽입한 애플 펜슬 이미지 /newmobilelife.com 갈무리
▲ ''Liberate HKers' 문구를 삽입한 애플 펜슬 이미지 /newmobilelife.com 갈무리

애플이 문구 각인을 거부한 것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엎드린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아이폰 불매 운동으로 매출 추락을 경험한 애플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애플 직원의 목걸이 사원증에 들어가는 미모지(사용자의 얼굴을 동작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주는 것) 캐릭터에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란색이나 검은색 액세서리가 들어가는 것을 내부적으로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황색 마스크나 홍콩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마스크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홍콩맵닷라이브’ 화면
▲ ‘홍콩맵닷라이브’ 화면

또한 지난해 10월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홍콩맵닷라이브’ 앱을 삭제하기도 했다. 홍콩의 반중 시위 참가자들이 텔레그램 메신저에 올린 정보를 수집해 경찰의 위치와 최루탄 사용 여부 등을 알려주는 앱이었다. 나온 지 며칠 만에 다운로드 횟수 5만여건을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일보는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애플을 거세게 비난했다. 논평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 했다. 삭제 이유에 대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앱스토어의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매출이 신통치 않다는 것도 한몫한다. 애플의 지난 3분기 중국 매출은 7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줄었다. 최근 가장 나쁜 성적을 거둔 것으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자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애플에 대한 불매운동이 중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  아이폰12프로 /애플 홈페이지
▲ 아이폰12프로 /애플 홈페이지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최근 자사 최초의 5G폰인 아이폰12 시리즈를 내놓았다. 성공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12가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애플을 엎드리게 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다니엘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애플의 성공에 있어 여전히 핵심이 되고 있다”이라면서 “내년에 아이폰 교체 수요의 약 20%가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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