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  삼성전자 '갤럭시 핏2'. /사진=이일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핏2'. /사진=이일호 기자

포털 검색창에 '웨어러블(Wearable)'이란 말을 쳐보자. 오래된 순으로 정렬하니 1998년, '98년 주목받는 정보기술'이란 제목으로 처음 이 용어를 언급한 뉴스가 보인다. 이후 2000년 들어 '몸에 지니는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급격히 등장 빈도 수가 높아지더니 2002~2003년부턴 더이상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 웨어러블, 즉 몸에 걸치는 전자기기는 벌써 수십년 된 이야기다. 시계로 분류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무선 이어폰, 안경, 셔츠, 신발 등 몸에 걸치는 지능형 장비들은 지난 20여년 간 '정말 많이' 출시됐다. 그런데도 웨어러블은 실생활과 아직도 거리가 있다. 기능적으로도, 편의 측면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  인터넷 뉴스에 웨어러블이란 용어는 1998년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들어 이 용어의 사용 빈도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 인터넷 뉴스에 웨어러블이란 용어는 1998년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들어 이 용어의 사용 빈도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모처럼 '가성비'로 승부수를 던졌다. 스마트밴드 '갤럭시 핏2'(이하 핏2)가 그 주인공이다. 가격은 4만9500원. 전작 '핏'의 고급버전(R370·출시가 11만8800원)보다 성능은 나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경쟁 포지션에 있는 샤오미 '미 밴드5'보다도 고작 9600원 비싼 수준이다. 삼성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꽤나 흥미로운 가격이다.

디자인, 착용감은 '합격점'

이번 언팩은 철저히 '사용자 경험'(UX) 측면에 집중했다. 아직까지 대중의 스마트밴드 사용 경험이 많지 않고, 때문에 어떤 제품이 더 나은지에 대한 상대적 측면보단 철저하게 처음 제품을 써본다는 입장에서 이 제품을 과연 사는 게 적당한지로 평가 잣대가 맞춰졌다.

▲  화면이 꺼졌을 때와 켜졌을 때. /사진=이일호 기자
▲ 화면이 꺼졌을 때와 켜졌을 때. /사진=이일호 기자

우선 핏2의 가장 기본이 되는 '디스플레이'를 보자. 대각선 27.8mm 크기의 화면을 처음 봤을 때 '선명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제품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아몰레드(AMOLED)'로 저가 LCD 제품보다 휘도와 명암비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물론 이는 최근 몇 년새 비슷한 가격대에 출시되고 있는 손목밴드 웨어러블 기기의 일반적 추세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심플하다'는 말이 적합해보인다. 캐쥬얼 복장·운동 복장·세미 정장 등에 모두 잘 어울렸고, 특히 딱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이라 패션에 둔감한 사람도 편하게 찰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착용 측면에 있어 후크를 고정한 뒤 밴드를 안쪽으로 밀어주는 방식은 손목 줄을 끼고 빼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게 보였다.

▲  심플하면서도 곡선을 지닌 디스플레이는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킨다. /사진=이일호 기자
▲ 심플하면서도 곡선을 지닌 디스플레이는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킨다. /사진=이일호 기자

유저 인터페이스(UI)는 간편하다. 화면 맨 처음 '시계'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겨가며 다른 기능으로 이동할 수 있고, 처음(시계)으로 돌아가려면 화면 아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양옆으로 화면을 넘길 때 끝자락 굴곡이 있는 디스플레이는 촉감 측면에서 사소하게 기분 좋은 지점이다. 곡률 디스플레이는 OLED와 3D 글라스가 결합돼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착용감은 어떨까. 스트랩 타입의 밴드는 손목에 적당히 감기면서도 장시간 차고 있어도 땀이 차지 않아 편했다. 1.1mm의 두께, 21g의 무게는 손에 차고 있어도 차지 않은 듯한 착용감을 준다. 다만 시계를 비롯해 손목에 뭔가 붙어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찰 만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 추후 단점 부분에서 더 언급할 텐데, 현 상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여전히 착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유용한 기능들, 아쉬운 기능들

서두에 언급했듯 웨어러블 기기는 아직 UX가 부족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UX 측면에서 전반적인 대중 경험 자체가 부재한데, 이는 '지금 수준의 스마트워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때문에 핏2에 대한 평가는 철저히 기능적 측면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스팩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기능이 별 쓸모 없다면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  핏2는 실시간으로 걸음 수를 측정해 화면에 보여주며, '삼성 헬스' 앱에서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 핏2는 실시간으로 걸음 수를 측정해 화면에 보여주며, '삼성 헬스' 앱에서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핏2의 기능은 시계·걸음 수·운동량·수면 수준과 질·스트레스 측정·전화 및 문자 응답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걸음 수와 운동량, 수면, 스트레스 측정 등은 내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헬스케어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게 쓴 기능은 '걸음 수 측정'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 1만 보 이상 걸을 때가 많은데,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지 않더라도 손목만 들면 현재 시간과 함께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평상시 걷기 운동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거나,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주는 스마트폰 앱을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기능이다.

▲  폰에선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등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밴드 상에서 전화를 그대로 받을 수 없는 건 아쉽다./사진=이일호 기자
▲ 폰에선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등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밴드 상에서 전화를 그대로 받을 수 없는 건 아쉽다./사진=이일호 기자

스마트폰과 연결해 문자나 전화, 카톡이 왔을 때 손목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알림' 기능도 편한 지점이다. 간혹 진동모드로 주머니에 넣어놨다가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품이 손목에서 바로 울리니 놓치고 지나갈 수 없다. 특히 전화를 받지 못해 거절해야 할 때, 버튼 한 번만 누르면 해결된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다만 밴드를 통해 직접 전화를 받는 기능이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다.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일 경우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더라도 밴드 조작을 통해 전화를 받을 수 있는데, 핏2에는 이 기능이 들어가있지 않다. 전화를 받기 위해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야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불편한 지점이다.

헬스케어는 '계륵'... 인터넷엔 비판 눈에 띄어

여타 기능도 살펴보자. 스트레스 지수 측정과 운동량 측정 등 직접적으로 헬스케어와 관련된 기능들이 눈에 띈다.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나 스트레스에 상시 노출된 사람들에겐 필요한 기능일 수 있겠다. 다만 일주일여간 제품을 착용해 본 결과, 솔직히 말해 그다지 손에 가지 않는 것들이었다.

지금 수준에서의 헬스케어 기능은, 엄밀히 말해 계륵과도 같다. 과연 스마트폰을 쓰면서 헬스 앱을 애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몸에 착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조금 편할 수는 있겠으나, 몇몇 운동들은 수동 측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진 유의미한 데이터를 주지 않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헬스케어 기능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지점이다.

▲  핏2에는 스트레스 측정 기능이나 손씻기 기능도 있다.(하지만 쓰진 않았습니다.)/사진=이일호 기자
▲ 핏2에는 스트레스 측정 기능이나 손씻기 기능도 있다.(하지만 쓰진 않았습니다.)/사진=이일호 기자

몇몇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제품을 착용하고 잠에 들 때, 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탓에 손을 움직일 때마다 제품이 환하게 빛난 것이다.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특유의 환한 빛이 얼굴을 찌를 때는 속칭 '눈뽕'을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 제품 밝기를 줄이고서야 이 불편함이 해소됐는데, 아침이 될 때마다 다시 밝기를 높여줘야 하는 또다른 불편함이 생겼다.

인터넷 공간을 찾아보니 핏2과 경쟁작 미 밴드5를 비교하는 글과 영상들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핏2의 단점을 거론하는 것들이었는데 예컨대 줄넘기 기능의 경우 미 밴드는 실제 뛴 횟수를 카운팅하지만 핏2는 시간만 잴 뿐 갯수는 세지 않는다는 점, 미 밴드5는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버튼이 담겨있는데 핏2는 이 기능이 없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  왼쪽은 샤오미 미 밴드5, 오른쪽은 갤럭시 핏2. 디자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사진=이일호 기자
▲ 왼쪽은 샤오미 미 밴드5, 오른쪽은 갤럭시 핏2. 디자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사진=이일호 기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워치 페이스(화면) 종류가 한정됐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미 밴드의 경우 전용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워치 페이스를 고를 수 있고, 나아가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디자인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반면 핏2는 한정된 워치 페이스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훨씬 떨어진다.

이밖에 제품을 스마트폰과 페어링할 때 일부 제품은 호환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안드로이드5.0 이상·램 1.5GB 이상, 아이폰의 경우 iOS10 이상·아이폰7 이상에서만 페어링이 호환되며, 일부 아이폰의 경우 특정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요즘 안드로이드·iOS를 안 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어쨌든 아이폰 유저는 이 기기를 쓰기 어려우니 유의하도록 하자.

웨어러블의 혁신은 언제쯤...?

핏2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삼성이 출시한 가성비 제품'이라는 점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앱의 UI 측면에서 뛰어난 삼성 헬스 앱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경쟁사 제품보다 핏2를 쓰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삼성 스마트폰이라는 '뒷배' 덕분일 뿐, 제품 자체의 강점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헬스 케어든, 업무 보조 기능이든, 시계 기능이든 여전히 기존의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큼의 UX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크고 불편하며 하루 한 번씩 충전을 해줘야 한다는 극악의 단점이 있더라도, 그 자체 기능만으로 핏2와는 '안드로메다' 급 차이가 있다.

이번 언팩은 개인적으로 '아직 웨어러블 기기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전자 기기는 최근 수 년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적 성취를 얻어냈지만, 그걸 우리 일상에 딱 맞는 형태의 제품으로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90년대 보급형 컴퓨터의 등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5'로 인한 컴퓨터의 대중화, 2000년대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통한 스마트폰의 혁신적 변화는 우리의 삶을 그야말로 '180도' 바꿔놨다. 웨어러블은 언제쯤 우리의 삶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맛보여줄까.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전자기기에 촉각을 세워야 할 이유다.

이러면 사세요
- 가성비 스마트밴드를 사고 싶어요.
- 전화 올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게 귀찮아요.
- 갤럭시와 잘 연동되는 스마트워치가 필요해요.
- 시계도 보고 운동도 하고 알림도 받고 싶어요.

이러면 사지 마세요
- 웨어러블로 삶을 바꾸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게 필요해요.
- 시계를 차면 왠지 두드러기 같은 게 나요.(기자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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