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SNS를 통해 알려진 '포항 덮죽 상표권 도용 논란'에 이어 부산의 카레 전문점 '겐짱카레'도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겐짱카레 본점(본사) 주인의 '가짜 사위'가 허락없이 프랜차이즈를 내는가 하면 상표권을 출원해 요식업의 권리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SNS에 간곡히 써 놓은 호소문

겐짱카레 논란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부산에 본점을 둔 겐짱카레는 일본인 부부 요시다 켄지와 요시다 사치코가 운영하는 일본식 음식점이다. 해당 음식점은 각종 맛집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널리 유명세를 탔다.

▲  온라인 커뮤니티(왼쪽)을 통해 알려진 겐짱카레 논란과 피해를 호소한 요시다 켄지의 SNS.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요시다 켄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왼쪽)을 통해 알려진 겐짱카레 논란과 피해를 호소한 요시다 켄지의 SNS.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요시다 켄지 인스타그램 갈무리

문제의 발단은 한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해당 방송에서는 본사를 운영하는 요시다 부부와 가족들이 소개됐다. 2대 주인장인 요시다 부부의 딸과 사위가 6년간 배운 노하우를 공개하는 등 화목한 가족애를 선보였다.

그러나 해당 방송에 등장한 부부의 딸과 사위는 실제 가족이 아닌 종업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요시다 부부는 한글을 전혀 알지 못해 한국인과 그의 아내(방송에서 2대 주인장으로 소개된 사람)를 채용했는데 이들이 방송에서 사위와 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 2대 주인장이라고 속인 이들은 요시다 부부의 허락없이 부산 내 2개의 겐짱카레 프랜차이즈를 운영했고 본점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  한 방송에 출연해 요시다 부부의 딸과 사위로 소개된 부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한 방송에 출연해 요시다 부부의 딸과 사위로 소개된 부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러한 사실은 지난 5월 30일 겐짱카레 설립자인 요시다 켄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요시다 켄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금까지 사용하고 쌓아온 겐짱카레 상호를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현재 겐짱카레 서면점과 중앙동 본점이라 칭하는 곳의 사장)이 저 몰래 상호명과 얼굴 마크까지 제가 아닌 본인의 이름으로 상표등록해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썼다.

이어 그는 "또한 저의 딸이라고 방송을 통해 사칭까지 했다"며 "그것도 모자라 저의 가게 상호명으로 '겐짱카레 서면점'과 '겐짱카레본점(중앙동)'을 오픈해 겐짱카레를 최초 시작했던 본사 근처에서 버젓이 장사를 하며 제 카레인생 모든 것을 통째로 빼앗아 가려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더군다나 요시다 부부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이유가 세상을 떠난 딸이 부산에서 살았던 것을 잊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알려지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요시다 켄지 본인이 직접 적은 인스타그램은 작성 당시 해당 이슈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상표권 도용에 대한 비슷한 사례가 알려지지 않아 묻히는 듯 했으나 지난달 포항 덮죽 논란 이후 최근 '제2의 덮죽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가짜 사위, 상표 등록 후 거절 당해

<블로터> 취재 결과 겐짱카레 상표권은 '겐짱카레코리아'라는 법인에서 출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겐짱카레코리아는 지난해 8월 6일부터 '겐짱카레' 상표권을 꾸준히 출원했다. 올 들어 지난 8월 24일에도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다만 요시다 켄지가 상표권 및 프랜차이즈 도용에 대한 호소문을 올린 시점이 5월임을 감안하면 해당 출원 건은 가짜 딸과 사위가 진행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겐짱카레코리아 법인 등기를 확인해 본 결과 해당 법인은 요시다 사치코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남편 요시다 켄지의 경우 사내이사로 등기를 했는데 최초 법인 설립 시점은 2016년 9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겐짱카레 상표권을 출원한 것은 피해를 호소한 최초 설립자로 밝혀진 것이다. 그렇다면 요시다 부부가 거짓을 말한 것일까?

▲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검색한 겐짱카레코리아. /사진=인터넷등기소 법인 등기 검색 결과 페이지 갈무리
▲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검색한 겐짱카레코리아. /사진=인터넷등기소 법인 등기 검색 결과 페이지 갈무리

▲  겐짱카레코리아 법인 등기를 발급해 본 결과 요시다 부부가 대표 및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인터넷등기소 법인 등기 발부 페이지 갈무리
▲ 겐짱카레코리아 법인 등기를 발급해 본 결과 요시다 부부가 대표 및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인터넷등기소 법인 등기 발부 페이지 갈무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겐짱카레코리아(이하 요시다 부부 법인)는 피해자였다. 가짜 사위인 이씨가 먼저 지난해 1월 특허청에 '겐짱'과 대표 이미지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해 원 권리자인 척 조치한 것. <블로터> 취재 결과 이씨가 출원한 상표는 지난해 8월 23일 특허청의 출원 공고 일자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 정식 등록됐다.

요시다 부부 법인 측은 지난해 8월에서야 겐짱카레 및 이미지 상표권을 별도 출원했지만 거절 판정을 받았다. 이미 관련 상표권을 취득한 가짜 사위로 인해 실제 주인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  요시다 부부가 설립한 겐짱카레코리아는 이씨가 관련 상표권을 선점한 까닭에 겐짱카레 상표권을 거절당했다. 이후 특허청에 정식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가짜 사위인 이씨의 상표권 거절 통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 요시다 부부가 설립한 겐짱카레코리아는 이씨가 관련 상표권을 선점한 까닭에 겐짱카레 상표권을 거절당했다. 이후 특허청에 정식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가짜 사위인 이씨의 상표권 거절 통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결국 요시다 부부 법인 측은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가짜 사위가 낸 겐짱 및 이미지 상표권은 지난 8월 24일 특허청의 '거절 결정'을 받았다. 같은 날 요시다 부부 법인에서 이미지 및 겐짱카레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재출원하며 상표 관련 논란은 일단락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항 덮죽 사건'과 '겐짱카레 상표권 탈취 논란'처럼 소상공인의 아이디어를 뺏는 경우가 흔하다고 토로한다. 상표권부터 등록해 권리를 뺏거나 가까운 사이가 될 때까지 주변을 맴돌다 무단으로 프랜차이즈화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  방송에 출연해 사위이자 겐짱카레의 2대 주인장이라고 밝힌 이씨가 지난해 1월 출원했던 겐짱 및 겐짱카레 대표 이미지 상표권.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갈무리
▲ 방송에 출연해 사위이자 겐짱카레의 2대 주인장이라고 밝힌 이씨가 지난해 1월 출원했던 겐짱 및 겐짱카레 대표 이미지 상표권.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갈무리

▲  이씨가 출원 후 등록 절차까지 마쳤던 겐짱 상표권은 이의제기를 통해 지난 8월 최종 거절 결정을 받았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 이씨가 출원 후 등록 절차까지 마쳤던 겐짱 상표권은 이의제기를 통해 지난 8월 최종 거절 결정을 받았다.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포항 덮죽 사건의 경우 SBS 골목식당 등 공중파 방송을 탄 이력 덕분에 대중들이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겐짱카레 같은 사례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며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뺏기지 않도록 골목상권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요시다 부부 법인이 운영하는 겐짱카레는 부산 중구 대청로135번길 26(부산 중구 중앙동4가 42-2)에 소재한 본점과 부산 중구 광복로35번길 16-1(신창동 3가, 남포점)에 위치한 지점 등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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