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의 고민은 책보다 자극적인 유튜브를 더 좋아하는 자녀들이라고 한다. 물론 어떤 아이라도 언젠간 유튜브를 접하겠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영상 콘텐츠 노출은 최대한 늦추고 책 읽는 습관을 먼저 심어주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

네이버가 지난달 출시한 ‘클로바 램프’는 이런 고민을 기술적으로 풀어본 시도다. 콘셉트는 꽤 이색적이다. 탁상용 조명에 AI 스피커, 카메라를 더하자 ‘책 읽어주는 스탠드’가 탄생했다. 맙소사.

▲  클로바 램프 컨셉 이미지 / 사진=네이버
▲ 클로바 램프 컨셉 이미지 / 사진=네이버

짐작컨대 클로바 램프 아이디어 제안자는 매일 밤 동화구연 노동(?)에 지친 어떤 부모가 아닐까 싶다. 잠든 아이 얼굴을 비춘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너한테 눈이 달리고 입이 달렸다면 나 대신 책을 읽어줄 수 있었겠지…’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다 ‘번뜩’했을 거라고. 미안! 농담이다.

어쨌든 최근 조카 사랑에 빠진 기자 삼촌이 미래의 2세를 그려보며 제품 체험에 나섰다. 사실 애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같은데 지갑을 여는 건 결국 어른이다. 그렇다! 네이버는 우리 마음부터 사로잡아야 한다.

희고 고급스러운 콩나물 조명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깔끔하고 간결하다. 화분에 심어진 하얀 콩나물 같기도 하다. 크게 호불호가 갈릴 듯한 느낌은 아니다. 각도 조절은 불가능한데, 뒤에 설명하겠지만 책 인식에 적합한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는 평면 램프 중앙에 있다. 본체엔 6개의 버튼이 있으며, 대부분의 기능은 음성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  램프와 카메라(좌), 버튼이 위치한 본체(우)
▲ 램프와 카메라(좌), 버튼이 위치한 본체(우)

얼마나 잘 읽나?

책 읽어주는 스탠드 콘셉트이니, 당연히 얼마나 잘 읽는지가 중요하다. 어른이 된 기자는 어린이용 동화책을 처분한 지 오래기에 고심 끝에 서점에서 이솝우화를 한 권 사 왔다. 적당한 글씨 크기와 그림, 내용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테스트에 적당하리란 판단.

작동은 어렵지 않다. 카메라 밑에 책을 펼쳐 놓고 책 읽기 버튼을 누르거나 ‘클로바, 책 읽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이때 책의 위치와 각도가 중요하다. 만약 카메라를 중심으로 책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고려한 걸까? 제품 설명서 뒷면에는 정확한 책 위치를 알려주는 가이드가 그려져 있다. 몇 번 쓰다 보면 책 놓는 위치는 금방 익숙해질 것 같다.

▲  정확한 책 위치를 잡아주는 가이드라인
▲ 정확한 책 위치를 잡아주는 가이드라인

글자 인식률과 구연 수준은 만족스러웠다. 페이지당 1~2개씩 인식에 실패하는 글자도 있지만 페이지 곡률이나 빛 반사에 의한 인식 오류로 보인다. 책을 평평하게 놓고, 밝은 조명보단 조금 약한 조명일 때 인식이 더 잘 되는 느낌이다. 조명은 독서, 창의력, 수리, 수면 모드가 제공되며 색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각각의 이름과 같은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

클로바 음성 AI가 적용된 목소리는 톤과 억양이 자연스럽다. 아이와 어른 목소리 중 선택할 수 있고 실제 부모가 읽어 주듯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도 쌍따옴표 속 글씨는 대화체로 읽는다거나, 특정 대목에선 약간 어둡고 느리게 읽는 등 일부 감정표현도 가미된다.

다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엉뚱한 곳에서 우울하게(?) 읽기도 한다. 또 페이지를 넘기면 3초 이내로 스캔을 마치고 이어서 책을 읽어 준다. 소소하지만 마음에 들었던 기능이다. 읽기 속도는 성인 기준으로 조금 느리게 느껴진다. 클로바 앱에서 약간의 속도 조절을 지원하지만 역시 기본일 때가 가장 자연스럽다.

어디까지 읽을 수 있나?

클로바 램프의 장점은 거의 모든 책을 오디오북처럼 바꿔준다는 거다. 굳이 매번 비싼 어린이용 오디오북이나 파일을 사지 않아도 된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 약간의 테스트 결과 보통 사이즈의 성인용 소설까진 무난하다. 대신 글씨가 작고 많아질수록 중간중간 인식하지 못하는 글자도 많아진다. 그림 위 글자도 인식률이 다소 낮아 보인다.

https://youtu.be/4cCRLa5rvwM

※클로바 램프 책 읽기 시연 영상(https://youtu.be/4cCRLa5rvwM). 포털사이트에 따라 영상이 지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극한(?) 테스트를 위해 성경(종교적 의도 없음)을 읽혀 봤다. 역시 무리다. 글자 크기 문제가 아니라 성경 특유의 페이지당 세로 단락이 2개로 나뉜 구조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대로 읽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페이지 한 줄을 가로로 쭉 읽느라 엉뚱한 소리를 할 때가 더 많다. 또 숫자나 영어 같은 사소한 대목도 하나하나 정성스레 읽어주므로 성경과 유사한 구조의 책이라면 기대하지 말자.

▲  극한직업 AI 1탄 - 성경편
▲ 극한직업 AI 1탄 - 성경편

끝이 아니다. 이색(!) 테스트로 클로바 램프에게 전자책도 읽게 해봤다. 테스트에 사용한 기기는 리디북스 페이퍼. 역시 전자책에 대한 AI 학습은 되지 않았는지 매번 기기 상단의 ‘RIDIBOOKS’부터 스펠링 하나씩 정성스레 읽어 준다(원어민 발음 지원).

의외로 본문은 꽤 잘 읽는 편이다. 문제는 페이지 넘김을 제때 인식하지 못하는 것. 종이책과 달리 페이지 넘김 제스처가 없는 까닭으로 보인다. 그냥 포기하자.

▲  극한직업 AI 2탄 - 전자책편
▲ 극한직업 AI 2탄 - 전자책편

사실 아이들이 클로바 램프로 소설이나 성경을 보진 않을 테니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책들을 얼마 간이라도 읽어낸 기기에 한 번 더 좋은 평가를 내려본다.

참고로 일반 책이 아니라 클로바 램프와 제휴를 맺은 일부 책들은 페이지 내용에 걸맞은 음원도 함께 재생된다고 한다. 목록은 제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모두 전집이다. 비싸서 테스트 못 했다. 대신 제품 공식 홍보 영상을 보면 꽤 그럴듯하니 참고해보자.

길동아! 책 읽고 ‘참 잘했어요’ 도장 받을래?

클로바 램프가 단순히 책만 읽어준다면 굳이 이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가격도 23만9000원(24만원!)으로 저렴하지 않다. 아직 어른의 지갑을 열려면 ‘한 방’이 더 필요한데, 이를 노린 것이 독서 도우미 기능으로 추측된다.

클로바 램프와 클로바 앱을 연동하면 자녀의 개별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이후 앱 내에서 아이가 하루에 읽을 책 수를 설정하고 이를 수행하면 ‘참 잘했어요’ 같은 디지털 도장을 찍어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혹은 ‘셀프 리딩’ 기능으로 아이가 직접 책을 읽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읽으면 목소리가 녹음돼 네이버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클로바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부모가 확인하고 칭찬 도장을 찍어 주거나 아이에게 클로바 램프로 직접 녹음한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

▲  2세 이름을 길동이로 짓고 싶은 건 아니다.
▲ 2세 이름을 길동이로 짓고 싶은 건 아니다.

꼭 책이 아니라 아이가 그린 그림을 클로바 램프에 인식 시켜 클라우드에 업로드 하는 기능도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평소 그린 그림을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부모와 함께 감상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에게 재미와 동기를 부여해주는 건 결국 부모의 몫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단순히 종이책만 주는 것보단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아이들에겐 더 효과적인 독서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대여 울지 말아요. 사실 조명 달린 AI 스피커니까

앞서 ‘스탠드에 AI 스피커와 카메라를 더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당연히 클로바 램프는 일반적인 클로바 AI 스피커 역할도 겸한다. 클로바 AI가 지원하는 모든 일상 명령어를 쓸 수 있으며 주니어 네이버가 지원하는 아이용 동요나 동화를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아이가 클로바 램프에 흥미를 잃었다면 마음을 비우고 어른을 위한 ‘조명 달린 AI 스피커’로 용도를 전환하자. 혹시 이 대목에서 인상을 썼는가? 당연히, 이는 우리 눈물을 거두기 위한 행복회로 가동의 결과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사진=네이버
▲ 사진=네이버

총평

그래서, 클로바 램프는 살 만한 제품일까? 개인적으론 ‘여유가 충분하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아이들 기준으로 책 읽기 수준도 만족스럽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성 AI 기능들도 쓸 수 있다. 소소하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기능들도 괜찮아 보인다. 자칭 ‘디지털 세대’라고 생각하는 젊은 부모라면 최후의 경우 ‘AI 조명’으로 전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구입해볼만 하다.

문제는 가격 장벽이다. AI 스피커내지 생활 조명으로도 쓸 수 있다지만, 이 같은 제품을 목돈 주고 사는 이유는 제품 시나리오처럼 ‘아이와의 행복한 독서 생활’을 꿈꾸기 때문일 거다. 아이가 확실히 좋아할 거란 확신과 지갑 내 여유가 있다면 추천하지만 ‘모험’이라면 조금 더 신중하길 바란다. 만약 주변에 클로바 램프를 먼저 구입한 지인이 있다면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추천

아이가 종이책 보기를 돌같이 하는 가정
부모가 읽어주는 책만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색다른 학습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부모

비추천

아이가 이미 스스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가정
책보다 AI와 노는 걸 더 즐기는 아이가 있다면
‘너무 비싼데?’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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