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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수 GS그룹 회장(왼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 출처=GS그룹.
▲ 허태수 GS그룹 회장(왼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 출처=GS그룹.

GS리테일의 GS홈쇼핑 흡수합병 결정은 단지 사업적 측면에서만 그 의미가 국한되지 않는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올 초 지주사인 ㈜GS로 자리를 옮기며 오너경영 품에서 벗어났던 GS홈쇼핑이 재차 오너일가의 직접 경영을 받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합병법인을 이끌게 될 인물은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다. GS리테일이 밝힌 계획대로 오는 2021년 7월 1일 합병이 이뤄진다면 GS홈쇼핑은 약 1년 6개월 간의 독립생활을 끝내게 된다.

그룹 오너일가의 계열사 직접경영 여부는 작지만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 GS그룹처럼 규모가 거대하고 여러 분야에 사업을 뻗친 경우 그 의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대기업 그룹은 창업주가 사업을 일으킨 이후 2세 경영시대로 내려오면서부터 계열분리 이슈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데, 3세, 4세로 세대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계열분리 요구는 더욱 커진다.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오너일가 소속 인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나였던 회사가 세포분열 하듯 수십개로 쪼개지는 것은 사업확장뿐 아니라 승계 측면에서도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GS그룹은 현재 지배구조만 놓고 본다면 아직 계열분리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GS그룹은 현재 지주사인 ㈜GS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뿌리내리고 있는데, ㈜GS를 온전히 소유한 단일 혹은 소수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GS그룹 특유의 가족경영 철학 탓에 오너일가 소속 약 50명이 ㈜GS 지분 50%를 고르게 나눠 갖고 있는 형태다. 단일 최대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5.26%에 불과하고,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지분도 4.75%에 그친다.

▲  (주)GS 주주 현황. / 출처=금융감독원(2020년 2분기 기준).
▲ (주)GS 주주 현황. / 출처=금융감독원(2020년 2분기 기준).

㈜GS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GS건설도 마찬가지다. ㈜GS처럼 십수명의 특수관계자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으로 지분 8.8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가 16.8%를 고르게 소유하고 있다. 경영권 획득을 위해 소수가 돌발변수를 일으키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사업적 측면에서는 다소 다르다. 건설, 정유에너지, 유통 등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손자들이 각자 나름의 사업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소유’의 승계라기보다는 ‘경영’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향후 계열분리가 이뤄질 경우 현재 서로가 확보한 사업군이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  GS그룹 요약 가계도. / 출처=사업보고서 등.
▲ GS그룹 요약 가계도. / 출처=사업보고서 등.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GS건설 회장은 오랜 기간 그룹 내 건설사업을 이끌어왔다. 2002년 아직 LG그룹과 분리되기 전인 LG건설 시절에 회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18년째 건설업 수장을 맡고 있다. 허 회장이 보유한 GS건설 지분 8.89%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 역시 2013년 상무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GS건설에서만 근무하고 있다.

정유에너지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주의 차남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3남인 허진수 GS칼텍스 의장이 함께 경영해왔다. 이를 테면 사촌경영을 한 셈이다.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2007년부터 쭉 GS칼텍스에서 근무하며 정유업을 이어받았다. 그가 부친의 뒤를 이어 GS칼텍스 경영을 승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부친부터 내려오는 정유업 경영 전통 때문이다.

유통사업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이 이끌어왔다. 현재 GS리테일의 수장은 그의 차남인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으로, 유통사업에서도 건설, 정유에너지 사업에서와 같이 사업적 승계가 일어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GS홈쇼핑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손수 키워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GS리테일의 GS홈쇼핑 흡수합병 결정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단순 사업적 시너지만 고려해 내린 결정일까. 아니면 향후 공동경영까지 염두에 둔 선택일까. GS홈쇼핑이 GS리테일 지배 하에 들어간다는 것은 허태수 회장이 경영하던 홈쇼핑 사업을 사촌인 허연수 부회장이 넘겨받는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특히 허태수 회장이 슬하에 외동딸 허정현씨만 두고 있다는 것도 이번 합병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GS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의 강력한 유교문화를 바탕에 두고 있어 여성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가 어렵다. 허인영 승산 대표가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이를 고려하면 허 회장의 홈쇼핑 사업을 이어받을 인물이 없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승계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분명 이 점도 이번 합병에 영향을 끼친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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