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 결정의 부당함은 지난 6일 벌어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압수수색과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화에 그룹 총수가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주는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마당에 이를 모를리 없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이 균등감자를 결정한 이유가 혹시 경제적 논리를 떠나 다른 정치적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불러 일으킨다. 물론 검찰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위법 소지가 없었고 정상적 거래 범위에 속하는 범주에서 이뤄진 거래"라고 말해 다툼의 여지가 큼을 시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은 그룹 차원에서 금호고속 자금 조달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실행했다. 해외 투자 자문업체를 통해 금호고속 투자를 조건으로 한 일괄 거래 구조를 기획, 여러개의 해외 기내식 공급업체에 제안했고, 이를 수락한 스위스 게이트 그룹과의 거래를 주도했다.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체 변경과 금호 자금지원 거래 구조./자료=공정거래위원회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체 변경과 금호 자금지원 거래 구조./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 결과 2016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에게 30년의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는 것을 매개체로, 해당 기내식 공급업체가 소속된 스위스 게이트 그룹은 0% 금리에 만기 최장 20년인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1600억 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일괄 거래'를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 주고, 스위스 게이트 그룹은 그 대가를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한게 아닌,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였던 금호고속에 지불한 셈이라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다.

이 자체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총수의 이익을 위해 지렛대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거래가 반드시 아시아나항공에 손실을 끼쳤는지는 분명치 않다. 2018년 '기내식 대란'이 발생하긴 했으나 기내식 변경에 따른 대란인지 그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기내식 대란과 금호고속 자금 지원의 연관성은 수사 결과가 나와야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 있다.

▲  금호고속 BW 발행 내역./자료=공정거래위원회
▲ 금호고속 BW 발행 내역./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 외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부속 계약, 부속 합의(Side Agreement, Side letter) 등의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기내식·BW 일괄 거래를 진행했다고 당시 공정위는 밝혔다. 금호아시아나와 게이트그룹은 기내식·BW 일괄 거래 조건을 지속적으로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본 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공정위는 이 일괄거래가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금호고속 BW 금리(0%)는 정상 금리(3.77, 3.8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금호고속은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총 162억 원 상당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고 결론내렸다.

▲  금호 계열사의 금호홀딩스 자금대여 내역./자료=공정거래위원회
▲ 금호 계열사의 금호홀딩스 자금대여 내역./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또 기내식·BW 거래 논의가 지연되던 일시적 자금 미치매칭 시기 자금 사정이 급박해진 금호고속을 위해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가 저리로 자금을 대여했다고 밝혔다.

전략경영실 주도 하에 9개 계열사는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저리(1.5~4.5%)로 신용 대여했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은 정상 금리(3.49~5.75%)와 차이에 해당하는 총 7억2000만원 이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이번 위법 행위로 총수일가가 약 8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 공정위의 검찰 고발 내용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재건한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해 했던 여러 거래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금호 상표권 계약, 베트남 호텔인 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거래, 금호산업 지분 TRS 거래, 금호리조트 매각과 회계처리, 금호티앤아이를 활용한 계열사 지분 거래 등 무수히 많은 거래가 그룹 재건 과정에서 또는 재건 이후 이뤄졌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은 공정위 고발건을 넘어 수사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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