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오랜만에 매장이 인파로 붐볐다. 해당 제품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란’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이에 인터넷에서는 'NO재팬'의 상징과도 같은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추후 전망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유니클로는 13일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손잡은 ‘+J(플러스 제이)’ 컬렉션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유니클로는 ‘+J 컬렉션의 구매 수량을 1인당 상품별 1장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일명 ‘되팔이’로 불리는 리셀러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재판매를 위한 구매는 금지된다’는 안내도 같이 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질 샌더의 제품을 10~20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은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불을 댕겼다. 13일 +J 컬렉션 판매가 시작된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개장 전부터 많은 구매자가 줄을 섰고, 일본 불매 운동 이후 뜸했던 매장은 오랜만에 북적이며 활기를 띠었다. 온라인에서도 일부 물량이 빠르게 매진되기도 했다.

▲  13일 유니클로 매장 앞에 몰린 인파 (트위터 갈무리)
▲ 13일 유니클로 매장 앞에 몰린 인파 (트위터 갈무리)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동 매장을 지나는데 200명은 서 있는 것 같더라”, “매장 들렀는데 이미 반 이상 팔렸고 줄이 한 바퀴 도는 수준이었다” 등의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제품이 다 팔려서 원하던 제품을 사지 못했다는 불평도 이어졌다.

이러한 열기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J 컬렉션 판매를 개시한 일본의 주요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졌고, 온라인 사이트는 접속 폭주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SNS에는 일본 구매자가 몰려 대혼잡이 벌어진 매장 내 상황을 찍은 사진이 SNS에 다수 올라왔을 정도였다.

▲  13일 일본 유니클로 매장에 몰린 인파 (트위터 갈무리)
▲ 13일 일본 유니클로 매장에 몰린 인파 (트위터 갈무리)

유니클로의 +J 컬렉션은 국내에서 2009년 10월 처음 선보였다. 첫 출시 당시 유니클로 주요 매장 앞에는 개장 전부터 제품 구매를 원하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인파가 몰리면서 물량이 모자라 디스플레이 제품까지 동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는 유니클로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경제 공격으로 본격화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유니클로는 사업 부진에 시달려 왔다.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의 2019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4% 줄어든 903억엔(약 9607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니클로 해외사업부문의 매출은 8439억엔(약 8조978억원)으로 17.7% 줄고, 영업이익이 502억엔(약 5340억원)으로 63.8% 감소했다. 당시 회사 측은 국가별 실적을 따로 밝히지 않았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었고,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158억엔(168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한국 사업이 부진했음을 직접 언급했다.

이러한 유니클로의 실적 악화는 일본산 불매운동의 큰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J 컬렉션의 인기를 계기로 유니클로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유니클로의 매출 상승은 곧 일본 불매운동의 약화로 해석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행사에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 것은 유니클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질 샌더라는 디자이너의 이름값에 기댄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같은 대형 이벤트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열기는 금방 식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터넷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질 샌더를 투입한 유니클로 전략의 승리”, “선택적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사례”,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이 끝났음을 보여준다” 등의 글을 올리며 비꼬기도 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다른 누리꾼들은 “비싼 오리지널 제품을 못 사는 사람들이 몰렸을 뿐인데 불매가 아예 끝났다고 단정할 수 있나”, “유니클로보다는 질 샌더 콜라보 제품을 산다는 심리적 만족감만 얻고 빠지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 “이번 행사 이후에도 유니클로에 사람들이 지금처럼 몰릴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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