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삶의 방향은 순간의 선택과 선택에 조금씩 궤적을 달리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한번의 선택은 대개 2년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아이폰 이용자에게 선택지는 좁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로 탈출이냐.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질 뿐이었다. 아이폰은 아이폰일 뿐이었다. 하지만 단일 모델을 고집하던 아이폰도 라인업을 늘리기 시작했다. 영광의 시절은 지났고,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애플도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해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 ‘아이폰12’는 네 가지로 나왔다.

지난해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의 차이는 명확했다. LCD와 OLED, 이에 따른 미묘한 디자인 차이와 화면 크기, 듀얼 카메라와 트리플 카메라, 그리고 가격, 가격, 가격. 하지만 이번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의 차이는 좁혀졌다. 같은 OLED 화면에 같은 크기, 마감 디테일만 다른 똑같은 디자인. 동일한 5G 지원. 카메라 정도를 제외하고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그만큼 가격 차이도 좁혀졌다.

디테일만 다른 같은 통조림 디자인


아이폰12는 프로 모델과 마찬가지로 각진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깻잎 통조림’으로 불리던 아이폰4와 5 시절 디자인이다. LCD 화면을 사용해 베젤, 두께 등이 프로 모델보다 조금 더 두껍고 투박했던 아이폰11과 달리 아이폰12는 프로와 같은 OLED 소재를 사용해 껍데기 모양은 완전히 같아졌다. 또 화면 크기도 6.1인치로 통일했다. 가로, 세로, 두께, 71.5x146.7x7.4mm로 일반 모델과 프로 모델의 크기가 동일하다. 전작 아이폰11과 동일한 화면 크기에 제품 크기는 작아졌다.

▲  (왼쪽부터)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2
▲ (왼쪽부터)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2

차이는 일부 소재와 마감 디테일에 있다. 프로 모델은 테두리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해 빛에 따라 번쩍인다. 반면 일반 모델은 알루미늄을 적용해 무광으로 마감했다. 후면 마감에도 차이가 있다. 한 장의 유리를 통으로 깎아 만든 건 동일하지만, 일반 모델은 유리 느낌을 강조해 반짝이게 마감했다. 카메라 모듈부는 매끈한 느낌으로 다르게 포인트를 줬다. 프로 모델은 정반대다. 매끈한 느낌으로 마감됐으며, 네모난 카메라 모듈부만 반짝인다. 이 같은 소재와 마감 차이 덕분에 무게는 162g으로 프로 모델보다 25g 가볍다.

디스플레이 사양도 동일하다. 두 모델 모두 애플이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라 부르는 OLED가 들어갔다. 전작 아이폰11은 LCD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 소재의 차이는 성능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명암비에 강점이 있다. 이번 아이폰12는 전작 1400:1 수준에서 프로 모델과 같은 2000000:1 수준으로 명암비가 늘었다. LCD는 백라이트 특성상 어두운색을 표현할 때 한계가 명확하다. 색을 표시하는 액정 패널과 빛을 내는 백라이트가 분리돼 있어 까만색이 온전히 까만색이 될 수 없다. 액정 뒤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OLED는 장시간 사용할 경우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일부 아이폰12 이용자들은 어두운 환경에서 검은색이 LCD처럼 회색빛으로 표현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내 손에 쥐어진 아이폰12는 다행히 어둠으로 가득했다.


듀얼 카메라 vs 트리플 카메라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카메라다. 초광각, 광각, 망원으로 구성된 ‘삼구 인덕션’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한 프로 모델과 달리 일반 모델은 초광각과 광각으로 구성된 이구 인덕션이 적용됐다. 해당 카메라의 사양은 1200만 화소 초광각(F2.4, 120도 시야각), 1200만 화소 광각(F1.6)으로 같다. 아이폰12는 2배 광학 줌, 최대 5배 디지털 줌을 지원한다. 프로 모델은 여기에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F2.0)를 더했다. 최대 4배 광학줌, 10배 디지털 줌을 지원한다. 또 사물의 깊이를 측정하는 라이다 스캐너가 적용됐다.

듀얼이냐 트리플이냐의 차이는 멀리 있는 사물을 더 가깝게 보이도록 하는 망원, 줌 성능에 차이를 준다. 아이폰12는 망원 카메라가 없는 탓에 줌을 최대로 당겼을 경우 처참하게 뭉개진 이미지가 나를 반긴다. 또 피사체를 강조하고 배경을 흐려주는 인물사진 모드에도 영향을 준다. 카메라 두 개를 써서 깊이 정보를 파악해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해 배경을 날려주고 인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아이폰12는 광각, 프로는 망원 또는 광각 카메라를 활용해 인물사진 모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카메라 특성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낸다. 프로 모델의 망원을 활용한 인물사진 모드가 좀 더 인물 사진용 렌즈(85mm)를 활용한 DSLR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  아이폰12 5배 줌 사진. 디테일이 뭉개진다.
▲ 아이폰12 5배 줌 사진. 디테일이 뭉개진다.

애플이 강조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스마트 HDR, 딥퓨전, 야간모드 등 핵심 기능이 아이폰12에도 들어갔다. 둘 다 같은 ‘A14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탑재한 덕이다. 어두운 곳에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제공해주는 야간모드는 초광각, 광각, 전면 카메라 모두에 적용된다. 단, 프로 모델의 경우 사물의 깊이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스캐너 덕에 저조도 상황에서 6배 빠른 자동 초점과 야간모드 인물 사진, 향상된 AR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외 상황에서 라이다 스캐너의 활용도는 낮다.

차이 좁히고, 가격대 넓히고


카메라를 제외하고 일반 모델과 프로 모델의 차이는 거의 없다. 같은 크기에 같은 OLED 화면, A14 바이오닉, 5G, 자석을 통해 무선 충전 효율을 높인 맥세이프 등을 제공한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같다. 전력 잡아먹는 5G와 전작보다 줄어든 배터리 용량에 비록 배터리 깡패의 위상은 사라졌지만, 하루 정도는 간당간당하게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나머지는 아이폰12 프로 리뷰를 봐도 무방하다.

‘급’ 차이는 좁혀졌고, 가격도 좁혀졌다. 아이폰12(109만원 부터)와 아이폰12 프로(135만원 부터)의 가격 차는 최저 모델을 기준으로 26만원. 프로 모델과 40만원 차이가 났던 아이폰11(99만원)보다 비싸졌다. 대신 애플은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렸다. 애플 팬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컴팩트한 크기의 ‘아이폰12 미니’(5.4인치)가 추가됐다. 또 역대급으로 화면이 큰 아이폰인 ‘아이폰12 프로 맥스’(6.7인치)가 미니와 동시 출격한다. 가격은 각각 95만원, 139만원부터. 아이폰12 4종은 각기 다른 크기와 기능에 따라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우리네 삶의 모습도 조금은 달라진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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