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품으로서 부동산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법과 규제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불투명한 정보로 시장을 흐리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역시 한정적이다.

엘리시아(ELYSIA)는 이 같은 문제들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겠단 목표로 2018년 출범한 스타트업이다. 임정건 엘리시아 대표는 “부동산 투자가 어렵고 불투명하다는 편견을 깨고자 한다”며 “거대한 부동산을 ‘잘게 나눠’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  임정건 엘리시아 대표
▲ 임정건 엘리시아 대표

부동산의 주식화…투명성 확보에 집중

엘리시아의 블록체인 부동산은 쉽게 말해 ‘부동산의 주식화’라고 할 수 있다. ‘1개의 매물, 1명의 거래자’였던 기존 부동산을 ‘1개의 매물, n명의 투자자’ 개념이다. 부동산 지분 구매, 정산 및 이력 관리에 블록체인과 토큰을 접목함으로써 투명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나 ‘토큰(가상자산, 암호화폐)’이나 모두 투자자들의 경계와 불신을 부르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둘이 합친 개념이니 사업화가 쉽지 않았을 거라 여겨졌다. 임정건 대표는 “처음엔 가족들조차 믿지 않는 눈치”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나 “기존 부동산처럼 특정 집단의 말만 믿고 참여하는 투자가 아니라, 탈중앙화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P2P 거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시아의 목표도 철저한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시작 당시엔 접근성을 위해 웹 중심으로 회사 소유의 가상자산 지갑을 활용했지만 최근 자체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뒤 앱 기반으로 서비스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앱은 그 자체로 개인별 지갑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자산 소유 및 관리권도 모두 개인에게 넘어오는 탈중앙화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 앱으로의 서비스 축 이동이 끝나면 기존 웹의 역할은 부동산 보유자들의 플랫폼 참여 채널로 변경될 예정이다.

▲  엘리시아 모바일 앱 갈무리
▲ 엘리시아 모바일 앱 갈무리

부동산 자산 유동화+안정적 소액투자

엘리시아 플랫폼 내에서 부동산 소유주와 투자자는 지분 유통 및 환전 통화 역할을 하는 ‘EL토큰’과 부동산을 토큰화한 ‘부동산 토큰’을 매개로 거래를 진행한다. 투자자가 부동산 토큰을 구입해 소유하면 그 종류나 성격에 따라 월세 수익, 매각 수익, 또는 적립금 등의 추가 수익을 받아가는 구조다. EL토큰은 현재 국내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므로 원하는 시기에 부동산 토큰과 교환 후 판매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  엘리시아 공식 웹페이지 포트폴리오
▲ 엘리시아 공식 웹페이지 포트폴리오

이런 식의 거래를 통해 기존 부동산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뭘까? 임정건 대표는 “건물주는 전체 매각이 아닌 일부 판매를 통해 자산 유동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P2P 소액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판매를 마친 역삼동 ‘에셋2호’ 외에도 현재 엘리시아가 준비 중인 상품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40여개 원룸형 꼬마빌딩이다. 기존 부동산 P2P 투자가 건설 과정에서 투자금을 모으고 분양까지 성공해야 수익이 실현되는 것과 달리, 엘리시아는 이미 완공 후 전·월세 계약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란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부동산 가치와 평가에 대해선 제3의 기관들이 자유롭게 평가하고 비판할 수도 있다. 또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수익을 나누는 것 외에도 앨리시아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파생상품과 연결해 수익 다각화를 노려볼 수 있다.

마케팅 블록체인 지양하고 결과로 증명해내야

한편, 가상자산 연계 사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에서 시장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건 엘리시아에 앞으로도 주어질 장기 과제다. 임정건 대표는 “부동산과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단기에 해결될 거란 기대는 없다. 무언가 급진적으로 바뀌려면 정부 등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분위기가 녹록치 않다”며 “싱가폴처럼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규제와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언급한 싱가폴은 가상자산 사업에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국가 중 하나다. 엘리시아도 싱가폴에 법인을 두고 국내와 조금 다른 구조의 증권형 부동산 사업을 병행 중이다. 그는 “업계에서도 블록체인 기업이라면 블록체인을 통한 실제 가치 실현을 꾸준히 증명해내야 한다”며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블록체인을 지양하고 하루 빨리 업계 내에서도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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