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한다. 이로써 국내 항공 업계는 30년 간 이어진 양대 민항사 체제가 마무리 되고 자산 규모 40조원에 이르는 단일 FSC(Full Service Carrier) 체제로 재편된다. 하지만 이번 딜에는 수조원의 나랏돈이 투입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16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공식화했다.

산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한다"며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 업계는 총 자산 40조원이자 글로벌 항공산업 톱(Top)10위권에 이르는 초대형 항공사를 보유하게 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상승한다.

다만 이번 딜에는 대규모 나랏돈이 투입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3000억 원을 지원받아 이를 모두 소진했고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2400억 원을 추가 지원받았다. 대한항공 역시 올해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지원받았는데 이번 M&A를 통해 또 다시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일단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한진칼이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지원하고, 남은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를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17억원으로 주식 취득 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 29.2%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3월 13일이다.

한진칼은 유상증자 전에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은 투자 직후 8000억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 중 1조 8000억원을 꺼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을 사들이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 1조 5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주식 취득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에 이르게 돼 최대주주가 된다.

산은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나온 고육지책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양대 항공사 모두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를 동시에 지원하는 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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