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픽코마는 진정한 스타트라인에 서게 된 겁니다.” 만화·소설앱 ‘픽코마’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재팬의 김재용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열린 카카오 개발자 행사 ‘if(kakao) 2020’ 세션에 참석해, 일본에서 픽코마가 성장해온 과정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4월20일 설립된 카카오재팬은 지난 7월 현지 만화·소설 앱 매출 1위에 올랐다. 9월에는 전세계 만화·소설 앱 가운데 매출 1위, 비게임 앱 기준 매출 7위에 올랐다. 일본 진출 4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픽코마의 하루 거래금액은 아이폰에서는 200엔, 안드로이드폰에서는 0엔에 불과했다. 일본 현지 대형 출판사들은 2~3년 전부터 앱을 출시해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웹 기반 만화 서비스는 2006년 무렵부터 시장에 진입해 있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 늦은 후발주자인 셈이었다. 주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자체의 주목도도 낮았고 작품을 제공하려는 출판사도 드물었다. 당시만 해도 3개 출판사, 총 80개 작품이 플랫폼에 있는 전부였다.

7월 말까지 일일 열람자수 1만명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300명도 안 되는 일일 열람자수를 고려하면 높은 수치였지만, 7월27일 실제로 일일 열람자수 1만명을 돌파했다. 11일 이후 2만명, 또 9일 이후에는 3만명을 넘겼다. 2016년 연말이 되자 16만명을 기록했다. 하루 200엔이었던 거래금액은 2017년 거래금액 전년대비 15.3배, 2018년 전년대비 2.6배, 2019년 전년대비 2.1배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0년 8월 월간거래액은 약 460억원(42억엔)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배 이상 늘었다. 김재용 대표는 “파란만장, 이 단어가 딱이다”라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 만화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인 반면 미국은 1조5000억원, 중국은 3조원에 육박한다. ‘만화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국내 만화 시장의 5.8배 이상인 5조8000억원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규모를 자랑한다. 이 가운데 디지털 만화 앱 시장은 약 7.9천억원, 만화 웹 시장은 2.8배 큰 2.2조로 전체 디지털 만화 시장의 규모는 총 3조원 정도다.

김재용 대표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픽코마도 일본 전체 만화시장에서 비교하면 아직 작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거꾸로 말하면 지금부터의 성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픽코마가 성장한 원동력으로는 ‘작품’을 꼽았다. 독자와 작품을 연결하는 것이 픽코마의 본질적인 가치인 만큼, 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작가들과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용 대표는 “픽코마에는 작품과 독자가 만나면서 보여주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데이터들은 광고주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작품이 주인공이 되느냐, 광고가 주인공이 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작품, 크리에이티브가 수치와 데이터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와 데이터가 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과정에서의 ‘불빛’이 되기를 바란다”며 “4년 반의 시간들은 생태계 2.0을 만들어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비즈니스의 핵심인 좋은 작품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환경과 터전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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