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  KT 5G egg 'BKE-500'.
▲ KT 5G egg 'BKE-500'.

‘링크시스와 KT가 ’5G 에그(egg)‘를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절로 나온 말은 “왠 5G 에그야?”였다. 아닌 게 아니라 5G 스마트폰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돼 ‘오지(5G)게 안 터진다’는 평을 듣는데, ‘5G 에그’라는 발상이 잘 안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이 기기를 언팩하게 됐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제품을 만지기 전부터 ‘5G가 잘 터지긴 할까’, ‘5G에서 LTE로 전환할 때 끊기는 것 아닌가’는 우려가 있었다.

2004년 와이브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주목을 받았던 것도, 얼마 안 가 외면당한 것도 잦은 끊김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LTE 에그도 있지만, 이미 장기간 망이 구축된 LTE와 5G 에그는 사실상 다른 기계로 봐도 무방하다. 일주일간 제품을 쓰면서 데이터를 취합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정리해본다.

▲  KT 5G egg 스팩.
▲ KT 5G egg 스팩.

일단 눈으로 보이는 스팩은 장난이 아니다. 42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깡패’ 같아 보이지만, 들어간 부품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퀄컴이 만든 세계 최초 5G 모바일 핫스팟 ‘스냅드래곤 X55’(삼성전자 EUV 공정이 들어간다.)과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패스트커넥트6800’이 탑재됐다. ‘고작 에그’ 정도로 치부하기엔 다소 고스팩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주안점에 둔 건 크게 세 가지로 ① 속도 ② 끊김 ③ 편의성이었다. 측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무선인터넷 속도 측정’ 앱을 사용했고, 속도는 정량적으로 확인하되 끊김과 편의성은 주관이 다수 개입됐다.

LTE보단 빠르지만, 아직은 아쉬운 속도

5G 에그인 만큼 속도가 중요하겠지만, 사실 기대하지 않는 쪽이 속 편하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5G다운 속도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내 지역 다섯 곳에서 세 차례씩 측정한 결과,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350Mbps, 업로드는 50~60Mbps 수준이었다. LTE로 전환했을 때 다운로드 속도는 약 100~200Mbps가 잡혔다. 좋게 평가해도 3.5~4배 정도 빠른 수준이다.

5G 속도가 이처럼 빠르지 않은 이유는 초고주파인 28기가헤르츠(㎓)가 아닌 3.5㎓를 쓰는 특수한 국내 통신망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정부가 조사해 발표한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평균 656.56Mbps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은 300Mbps 수준을 나타낸다. 28 망 구축이 앞으로도 요원한 만큼, 속도에서 기존 LTE 에그보다 장점이 크진 않다.

5G 에그엔 와이파이 최신 규격인 와이파이6(802.11ax·최대 속도 1.2Gbps)를 쓸 수 있다고 해 이를 지원하는 아이폰11을 통해 시험해봤다. 결과는 다운로드 360Mbps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는 500Mbps까지 속도가 올라간다는 말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당장 국내 5G 망 속도로 봤을 땐 높은 퍼포먼스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

5G-LTE 망 전환 잦아 불편

사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건 끊김 여부다. 기존 5G 망을 쓰는 에그의 특성상 5G에서 LTE로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때 통신이 순간 끊길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트리밍 영상을 본다거나 실시간으로 게임을 할 때 갑자기 인터넷이 끊긴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용 결과, 5G에서 LTE로, LTE에서 5G로 전환될 때 끊김 현상이 확실히 느껴졌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망 전환 때 끊김이 잦았고, 블라자드 사의 온라인 카드 게임 '하스스톤'을 하던 도중 연결이 중단돼 재접속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실시간 폰 게임을 한다면 와이파이를 끄는 쪽이 더 속이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도심지라도 실내에선 속도가 LTE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실내에서도 드물게 5G가 한 칸 정도 잡힐 뿐 대부분은 LTE 상태가 유지됐다. (5G는 가운데가 파란 불, LTE는 초록 불이 뜬다.)
▲ 도심지라도 실내에선 속도가 LTE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실내에서도 드물게 5G가 한 칸 정도 잡힐 뿐 대부분은 LTE 상태가 유지됐다. (5G는 가운데가 파란 불, LTE는 초록 불이 뜬다.)

망 전환은 얼마나 잦을까. 서울에선 5G 망이 비교적 잘 구축돼서인지 LTE로 전환되는 일이 잦진 않았다. 다만 실내(집·사무실 등)의 경우 5G와 LTE 사이를 자주 왔다 갔다 했다. 서울이라도 아직까지 주택가까지 5G 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지하철선 5G 망 구축이 덜 된 1호선에선 줄곧 LTE로 잡혔지만 5호선이나 9호선의 경우 5G와 LTE로의 전환이 잦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5G의 경우 기존 4G LTE보다 전파의 ‘회절성’이 약하다. 저주파의 경우 회절성이 높아 벽에 닿더라도 돌아가는 성질이 있는 반면, 반대로 고주파는 회절성이 낮아 그대로 벽에 충돌해 에너지가 손실된다. 현재까지 5G 망 주파수가 3.5㎓로만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3.5㎓ 망이 충분히 깔린다면 끊김 현상은 줄겠지만, 28㎓ 망을 쓰는 것만큼 빠르진 못할 것이다. 통신사들이 가진 '딜레마'다.

이번 테스트는 서울에서만 이뤄졌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5G 커버리지 맵에 따르면, 국내 5G망은 주로 서울, 수도권, 특별시와 광역시 등 각지 중심 지역에 구축됐다. 외곽 지역에선 서비스가 안 될 수 있는 만큼 에그 사용에 관심이 있다면 커버리지 맵에 한 번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  통신 3사 5G 커버리지맵. 사진 왼쪽부터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순. (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 통신 3사 5G 커버리지맵. 사진 왼쪽부터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순. (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돈 아끼기 측면에선 합리적 선택

5G 에그를 쓰려면 당연히 기기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런 만큼 제품의 크기나 무게도 중요하겠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 기기는 기존의 에그들보다 좀 더 크고(14센티x7.5센티x1.6센티), 더 무거운(181그램) 게 사실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하나 더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배터리는 4000mAh로 대략 하루가 안 되게 유지된다. 퀄컴 사의 퀵차지(Quick Charge) 3.0을 지원하는 건 확실한 장점이다. 배터리 80%를 충전하는 데 35분 정도면 된다고 하니, 충전을 잊고 나와 갑자기 방전되더라도 근처 카페에서 금방 충전할 수 있을 듯하다.

최대로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수는 16대로 USB 1대와 와이파이 15대까지 호환한다. 집에서 가정용 인터넷 기기로 써도 될 만큼 확장성이 넓다.(물론 갖고 나갈 경우 집에선 인터넷을 못 하겠지만...) 일부 에그가 지원하는 보조 배터리 기능이나 FTP(파일 전송 프로토콜) 기능은 없지만, 에그 본연의 기능은 잘 갖춰진 듯 하다.

▲  아이폰12를 자급제 폰으로 산 뒤 에그를 쓸 경우를 가정해 월 평균 요금을 대략 계산해봤다.
▲ 아이폰12를 자급제 폰으로 산 뒤 에그를 쓸 경우를 가정해 월 평균 요금을 대략 계산해봤다.

또 한 가지, 에그는 통신비를 아끼는 데 적합하다. 아이폰12를 예로 들면, 자급제 폰 가격이 116만원이지만 월 요금제를 6000~7000원(알뜰폰 기준)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24개월 약정 시 월평균 비용은 9만원(에그 요금제+스마트폰+스마트폰 요금제) 수준이 될 듯하다.

반면 통신 3사를 통해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로 제품을 살 때 월 납부액은 11만원을 훌쩍 넘는다.(KT 기준 11만8000원부터) 월 1~2만원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쌓이면 수십만 원이 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에그를 쓰는 이유일 것이다.

결론 : 어차피 에그는 살 사람만 산다

에그는 장단점이 확실한 기기다. 기계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동하면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기기이기도 하다. 또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매달 아깝게 나가는 통신비도 쏠쏠히 줄일 수 있다.

KT 5G 에그는 다소간 비싸 보이는 면도 분명히 있다. 다만 향후 5G 서비스가 개선될 게 분명하다는 점, 제품 스팩이 좋아 오래 써도 성능이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40만원이란 가격을 합리화시켜준다. 다만 다소간 불편한 기기를 하나 더 들고 다닐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어차피 에그는 쓰는 사람만 쓰고, 안 쓰는 사람은 안 쓸 기기이니 말이다.

▲  어차피 에그는 살 사람만 살 듯... (사진=KT)
▲ 어차피 에그는 살 사람만 살 듯... (사진=KT)


사세요
-에그 많이 써요.
-좀 더 빠른 에그가 필요해요.
-통신비, 인터넷비를 아끼고 싶어요.

안 사도 돼요
-짐을 줄이고 싶어요.
-매번 충전하는 걸 못 참겠어요.
-밖에서 노트북 작업을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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