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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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현재 이더리움 시세는 개당 619달러(한화 68만원, 코인마켓캡 기준)를 기록 중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일 전 500달러에서 600달러 돌파까지 걸린 시간도 불과 사흘 남짓이다.

최근 양대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모두 오름세를 보이며 시장 분위기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그러나 두 자산의 상승 배경은 조금 다르다.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통화량이 급증하자 안전자산의 성격을 지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기업과 투자 ‘큰손’들이 잇따라 비트코인에 호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페이팔 같은 대기업에서도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높아진 시장의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의 성장은 5년 이상 준비된 대형 프로젝트 ‘이더리움 2.0’ 전환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더리움 2.0 개시를 위해 지난 5일 이더리움 재단이 시작한 예금 컨트랙트(deposit contract)에는 24일 오전 목표액의 100%인 52만4288개의 이더(ETH)가 모두 모인 상태다.

앞서 모금 속도가 지지부진해 기한 내 성공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았으나,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뒷심을 보였다. 23일 목표액의 50%를 넘기더니, 다시 하루 만에 나머지 절반이 모두 채워진 것. 이에 따라 총 0~3단계로 구성된 이더리움 2.0의 첫걸음, 0단계는 예정대로 12월1일 첫 가동을 시작하게 된다.

▲  24일 오후 5시 기준, 60만개 이상의 이더 예치가 이뤄졌다 (자료=이더스캔 갈무리)
▲ 24일 오후 5시 기준, 60만개 이상의 이더 예치가 이뤄졌다 (자료=이더스캔 갈무리)

이더리움 2.0이 뭔데?

생태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더리움 2.0은 기존 PoW(작업증명) 방식의 이더리움 합의 알고리즘을 PoS(지분증명) 방식으로 바꾸고, 비콘체인(Beacon chain) 및 샤딩(Sharding) 등의 기술을 도입해 이더리움의 속도와 확장성을 대폭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일명 ‘세레니티(Serenity)’란 코드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갖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 시가총액 1위는 늘 비트코인의 차지였지만 스마트 계약 기반의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인 디앱(DApp), 탈중앙화 금융을 뜻하는 디파이(Defi)처럼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의 굵직한 변화와 성장을 이끈 개념은 대부분 이더리움에서 출발해 이더리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도 수많은 혁신 서비스가 이더리움을 통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보다 더 큰 생태계를 품기엔 이더리움이 지닌 구조적 한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수년간 많은 디앱이 이더리움 위에서 운영되며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들이 발생했고, 네트워크 수수료도 올랐다.

특히 기존 PoW 알고리즘 기반의 채굴 방식은 버려지는 컴퓨팅 자원이 많아 장기적으론 심각한 에너지 낭비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게다가 ‘친환경’이 과제로 떠오르는 최근 전세계 산업 기조를 봐도 PoW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을 창시한 비탈릭 부테린도 이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이더리움 개발 당시부터 PoW가 아닌 PoS 방식으로의 전환을 계획했으나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구현은 오늘날까지 미뤄져 왔다.
PoW와 PoS는 성격이 정반대다.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비트코인에도 적용된 PoW는 채굴에 필요한 수학 문제를 계산하는 기기(PC나 전용 채굴기)를 통해 블록 생성에 필요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맞춘 사람에게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부여하는 구조다. 따라서 보상 획득에 실패할 경우 문제풀이에 사용된 컴퓨팅 자원의 상당수는 버려지므로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에너지 낭비가 극심해진다.

반면 PoS는 주식과 비슷한 성격이다. 해당 네트워크의 가상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고 보상 획득 확률도 높아지는 구조로, ‘지분 증명’이란 말처럼 채굴이 아닌 보유 자산을 통해 경쟁하므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사라진다. 블록 생성에 참여하는 노드의 수 역시 PoW 대비 줄어들어 합의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이번 이더리움 2.0 예금 컨트랙트도 PoS로 전환될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필요한 이더를 스테이킹(예금처럼 자산을 넣어 두고 이자를 받는 것)할 검증인들을 모집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총 1만6000여명의 참여자들은 이제 일정량의 이더를 2.0 네트워크에 묶어 둔 대신 네트워크 운영과 합의에 관여하게 되며, 이더를 보상으로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첫걸음…완성까지 10년 걸릴 수도

이제 곧 0단계 가동이 시작되면 새로 도입되는 비콘체인이 기존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PoS 기반 이더리움 2.0 네트워크의 연결 및 거래 검증을 담당하게 되며, 1단계에선 네트워크의 분산 처리 강화를 통해 속도를 대폭 향상하는 샤딩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어 2단계는 스마트 계약의 확장을, 최종 3단계에선 이더리움 2.0 최적화를 통해 완전한 PoS 기반의 네트워크로 탈바꿈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앞으로의 이더리움 생태계가 계획처럼 이상적으로 움직일 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이더리움 2.0은 이제 막 무거운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며 각 단계별 진행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조차 2.0으로의 완전한 전환에는 최장 10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모든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기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2.0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묘한 공생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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