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에서 검을 만드는 드워프들. 리니지2M의 새로운 광고 영상이 나올 때만 해도 세간의 관심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향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노란 머리의 드워프 역할을 김 대표가 연기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게임 광고에 등장해 '택진이 형'으로 잘 알려진 그였지만, 드워프로 분장할 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적은 없었기에 더 큰 관심을 받았다.

▲  리니지2M 광고에 등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리니지2M 광고 영상 갈무리)
▲ 리니지2M 광고에 등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리니지2M 광고 영상 갈무리)

그러나 광고 영상에 숨은 메시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게이머는 물론 시청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 광고에 등장한 '검'과 숨은 세계관은 지난 24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택진이 형'의 큰 그림, 집행검

NC 다이노스는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4대2로 꺾고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규 리그를 1위로 마친 NC는 강적 두산을 꺾고 토너먼트까지 제패하며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  NC 다이노스 선수들과 함께 집행검 세레머니를 준비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빨간색 체크 박스). (사진=NC 다이노스)
▲ NC 다이노스 선수들과 함께 집행검 세레머니를 준비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빨간색 체크 박스). (사진=NC 다이노스)

구단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는 우승 세레머니를 위해 검은 천에 쌓인 대형 조형물을 마운드에 가져다 놓았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서 가장 강하고 비싼 검인 '집행검'을 특수 제작한 조형물이었다. NC의 주장이자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아 올리는 세레머니로 우승을 자축하면서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검은 천을 걷어 올린 후 양의지 선수의 세레모니를 흐뭇하게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자 NC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뚝딱뚝딱' 정성을 다해 검을 만들던 노란 머리의 드워프 대장장이의 노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리니지2M 광고는 한국시리즈 우승 시 집행검을 꺼내 들기 위한 커다란 복선이 됐다.

재미로 본 NC 세계관…"설득력 있네?"

재미로 본 해석이지만 엔씨소프트와 NC의 세계관은 게임과 야구를 잇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한국프로야구에 NC를 창단할 당시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지속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매년 200억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 프로야구 구단 운영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집행검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집행검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김 대표는 그토록 원하던 야구단 창단에 정성을 기울였다. 창단 당시 김 대표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 "개인 재산으로도 100년간 운영 가능하다"며 "구단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광을 자처한 그의 뚝심이 창단 9년 만에 리그·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로 귀결됐다.

특히 이번 광고 영상에서 보여준 그의 장인 정신은 마운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한국시리즈 중계방송 당시 등장한 리니지2M 광고 영상에서 방문객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망치를 두들겨 댄 것은 주변의 만류와 우려 속에도 프로야구 팀을 운영한 9년의 역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한 선수가 우스갯소리로 "양의지 사줘(영입해)"라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영입한 양의지 선수가 구단의 마스코트가 됐다. '린(리니지의 줄임말)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가 집행검을 뽑아 들면서 끝내 '린의지(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면 리니지가 된다)' 세레머니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김 대표의 진심은 엔씨소프트 게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시리즈를 한 달 앞둔 어느 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유저 전원에게 '한국시리즈 응원 티켓' 아이템을 배포했다. 이 아이템은 말 그대로 컬렉션 콘텐츠로 제작됐지만, NC가 우승할 경우 '만능 TJ 쿠폰'으로 바꿔주는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만능 TJ 쿠폰은 강화 실패로 날린 아이템을 복구할 수 있는 아이템인 만큼 리니지M 유저들이 가장 원하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  리니지M 한국시리즈 응원 티켓. (사진=엔씨소프트)
▲ 리니지M 한국시리즈 응원 티켓. (사진=엔씨소프트)

이를 통해 리니지M 유저들이 한 달 내내 NC의 우승을 기원하게 만들면서 게임 팬심을 야구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NC 프론트, 선수, 코칭 스태프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야구팬들의 함성이 더해져 우승을 일궈낸 측면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구단주이자 게임사 수장인 김 대표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김 대표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음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게 됐다"며 "많은 이야기를 준비해 왔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는 이야기, 이 한마디 전하고 싶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공한 야구 덕후'의 KBO 도전기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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