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사진=한일시멘트 홈페이지)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사진=한일시멘트 홈페이지)

최근 시멘트세(稅)가 업계에서는 한창 논란입니다. 시멘트 1t당 1000원씩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인데요. ‘시멘트세’라는 별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시멘트업체 한정판입니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이슈는 아니지만 시멘트업계에서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한다고 생각하면 업체 입장에선 막막할 만하죠.

사실 시멘트세를 별도로 만드는 것은 아니고요. 시멘트를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에 추가시키는 것이 골자입니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다른 여당 의원들과 함께 발의했습니다.

새롭게 발의된 법안을 둘러싸고 두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쪽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시멘트업체들은 예전부터 지역 사회에서 대기오염 주범으로 꼽혀왔는데요. 시멘트를 만들 때 석탄 등이 연료로 사용되다보니 이산화탄소, 분진 등 유해물질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합니다. 시멘트업체들이 친환경설비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멘트업체들은 협회를 통해 반발하고 있고요. 이미 석회석에 대해 지역자원시설세를 내고 있어 이중과세라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지자체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멘트업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죠.

환경보호를 위해 시멘트세를 발의한 쪽이나, 이중과세라고 주장하는 시멘트업체 모두 각자의 입장과 논리는 타당해 보이는데요. 법안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실제 법안이 통과될 시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세금폭탄인지 아니면 업체들의 엄살인지 말이죠.

새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시멘트 1t당 1000원의 세금을 매긴다고 했죠. 이는 판매 기준이 아니라 생산 기준입니다. 시멘트를 만들었는데 업황이 좋지 않아 잘 팔리지 않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  2019년 주요 시멘트업체 생산실적.(자료=금융감독원)
▲ 2019년 주요 시멘트업체 생산실적.(자료=금융감독원)

먼저 지난해 주요 시멘트업체들의 생산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위는 각사의 2019년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생산실적을 기반으로 만든 표입니다. M&A를 통해 한 지붕 살림을 하는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를 같이 묶었고요. 마찬가지로 아세아시멘트와 한라시멘트의 실적도 더해서 계산했습니다.

시멘트업체들은 보통 시멘트 외에 시멘트를 활용한 슬래그시멘트, 슬래그파우더, 크링커 등도 함께 제조합니다.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도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통과되더라도 원안이 그대로 유지될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을 수 있죠. 이에 따라 사업보고서에 적힌 시멘트 생산실적으로만 따져보겠습니다.

시멘트 생산실적만 놓고 보면 한일시멘트(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의 생산량이 가장 많았는데요. 총 145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했습니다. 쌍용양회가 1110만톤을 생산해 뒤를 이었구요. 그 다음은 아세아시멘트(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1100만톤, 삼표시멘트 770만톤, 성신양회 730만톤 순이었습니다.

시멘트 1t당 세금 1000원이라 했으니 한일시멘트의 경우 시멘트 생산에 대한 세금으로는 145억원을 내야 합니다. 쌍용양회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111억원이구요. 아세아시멘트 111억원, 삼표시멘트 77억원, 성신양회 73억원입니다. 절대적인 액수만 본다면 절대 가볍게 여길 만한 수준의 금액은 아니죠.

그렇다면 시멘트세가 도입될 경우 각 업체별 부담은 어느정도일까요. 지난해 각 업체들이 거둔 영업이익과 비교를 해봤는데요. 지역자원시설세는 매출원가로 잡히기 때문에 영업이익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  2019년 기준 시멘트업체 시멘트세 예상 부담비중.(자료=금융감독원)
▲ 2019년 기준 시멘트업체 시멘트세 예상 부담비중.(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실적만 따져본 결과 시멘트세 도입으로 가장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쌍용양회로 분석됩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22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요. 영업이익 대비 세금 비중는 4.9%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시멘트세를 낸다고 해도 회사 운영에 아주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사업 외에도 환경자원사업, 임대사업, 해운사업, 골재사업 등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어 포트폴리오상 완충효과도 예상됩니다.

쌍용양회 다음으로 세금부담 비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아세아시멘트인데요. 영업이익(808억원) 대비 세금 비중은 9.5%로 10% 미만으로 계산됩니다. 삼표시멘트(15.2%)와 한일시멘트(15.4%)의 세금부담 비중은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성신양회의 경우 시멘트세가 도입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었는데 시멘트세 예상 지출비용은 110억원으로 세금 부담비중이 무려 52.9%에 달합니다. 특히 성신양회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6억원에 불과한데요. 시멘트 생산실적은 480만톤입니다. 시멘트세가 적용될 경우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는 상황이죠.

사실 시멘트세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만약 통과될 경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여파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 언제든 다시 이슈화 할 수 있죠. 이중과세라는 논란은 있지만, 같은 논란을 겪는 세법들은 이외에도 꽤 있습니다. 결국에는 단지 명분 싸움일 뿐이죠.  모쪼록 지역사회와 시멘트업체가 장기적으로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