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가 간판 축구게임 'FIFA21'의 초상권에 울고 웃었다. 2000년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계약을 체결하며 신규 콘텐츠 개발에 성공했지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초상권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FIFA 시리즈 컴백한 베컴

데이비드 베컴은 FIFA 시리즈에서 키 플레이어로 꼽히며 많은 게이머가 이용한 선수다. FIFA 시리즈가 현실을 반영한 축구게임인 만큼 이른바 '택배 크로스'로 불리는 베컴의 이용도 또한 높았다.

▲  FIFA21 표지 모델이 된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EA스포츠에 대해 법적 다툼을 예고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데이비드 베컴 인스타그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트위터 갈무리)
▲ FIFA21 표지 모델이 된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EA스포츠에 대해 법적 다툼을 예고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데이비드 베컴 인스타그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2018년 베컴이 '위닝일레븐(PES)' 시리즈를 앞세운 코나미와 초상권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FIFA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FIFA의 라이선스를 통해 서비스 중인 넥슨의 '피파온라인' 시리즈에서도 베컴이 삭제된 바 있다.

EA는 베컴이 코나미와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를 기다려 새롭게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미러>,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베컴은 EA 측과 연간 4800만유로(약 634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FIFA21을 시작으로 약 3년간 지속되는 계약이다.

▲  인스타그램을 통해 'FIFA21 베컴 에디션'을 소개한 데이비드 베컴. (사진=데이비드 베컴 인스타그램 갈무리)
▲ 인스타그램을 통해 'FIFA21 베컴 에디션'을 소개한 데이비드 베컴. (사진=데이비드 베컴 인스타그램 갈무리)

베컴과 계약을 체결한 EA는 현재 서비스 중인 FIFA21에 관련 콘텐츠를 추가해 축구게임 팬을 공략할 계획이다. EA는 다음달부터 FIFA21에 '베컴 아이콘 시즌 카드'를 추가하는 한편 볼타 내 그라운드브레이커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지원한다. 내년 1월 15일까지 FIFA21을 플레이 하는 유저에게 얼티메이트 팀 버전 베컴(거래 불가)도 지급할 예정이다.

EA와 계약을 체결한 베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998년 FIFA98 이후) 23년 만에 다시 커버 모델로 돌아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FIFA21 베컴 에디션' 이미지를 게재했다.

"내 얼굴 왜 써!"…뿔난 즐라탄

EA는 베컴의 복귀에 들뜰 새도 없이 소송전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AC밀란에서 뛰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초상권 침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즐라탄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누가 EA스포츠에 내 이름과 얼굴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했냐"며 "나는 내가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의 일원인 것을 알지 못한다. 만약 그곳에 가입이 됐다고 해도 나는 (초상권을 쓰도록)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즐라탄 측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변호사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트위터에 자신의 초상권 사용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에 자신의 초상권 사용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트위터 갈무리)

EA 측에서는 황당하게 느낄 수 있는 반응이다. 현재 EA스포츠는 지난 1993년 첫 타이틀 발매 후 매년 FIFpro 측과 계약을 체결해 선수 이름과 초상권을 사용해왔다. 넘버링이 바뀔 때마다 선수들의 초상권과 이름을 사용했는데 약 27년 만에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즐라탄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축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올 시즌 영국 프리미어 리그 팀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한 가레스 베일도 즐라탄의 글을 리트윗 하며 동참 의지를 드러냈다. 이 외 많은 선수 에이전트들이 EA스포츠에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트윗을 리트윗한 가레스 베일. (사진=가레스 베일 트위터 갈무리)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트윗을 리트윗한 가레스 베일. (사진=가레스 베일 트위터 갈무리)

업계 일각에서는 관련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EA가 패소할 경우 FIFA 시리즈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IFA 시리즈는 매년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시켜 실제 선수에 가까운 모션과 인게임 디자인을 구현했는데, 초상권 및 이름을 쓰지 못할 경우 콘텐츠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A 측이 초상권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한다 해도 수십년간 사용된 시리즈를 감안할 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6월 EA스포츠가 브라질 법원에서 진행한 초상권 사용료 지급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경험이 있는 만큼 국제적인 스타들의 소송이 이어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할 지 모른다"며 "축구게임 판도가 PES와 FIFA로 양분된 만큼 EA측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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