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사업이 SK텔레콤의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겁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T타워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선 ‘T맵’ 플랫폼, ‘T맵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는 다음달 29일 공식 출범한다. 자본금과 총자산, 자기자본은 각각 50억원, 1860억원, 1610억원이다.

박정호 사장은 주주들에게 “식사,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과 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해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Mobility Life Platform)’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역대급’ MAU 찍은 티맵, ‘날개’ 달까

신설법인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에 둥지를 튼다. SK텔레콤의 5G 스마트오피스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지난해 SK텔레콤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모인 모빌리티 사업단 250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티맵모빌리티로 옮겨간다. 부족한 인력은 경력직 채용을 통해 메울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계열사에서도 인력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T맵 기반 주차, 광고, 보험 연계 상품(UBI) 등 플랫폼 사업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T맵 오토’ ▲택시호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온디맨드’ ▲다양한 운송수단을 구독형으로 할인 제공하는 ‘올인원 MaaS(Mobility as a service)’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티맵모빌리티의 핵심 경쟁력인 T맵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 기준 T맵의 일사용자수는 454만명, 10월 월사용자수는 1323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차량등록대수 2375만대의 56%,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월사용자수 1800만명의 74%에 이르는 수치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T맵이 내비게이션에선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점을 활용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가에 따라 앞으로 티맵모빌리티의 성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사를 통해 독립 경영이 가능해지면 차세대 서비스 개발·제공과 더불어 국내외 다양한 업체와 협력이 가능해지고, 투자 유치도 수월할 수 있다. 신설법인의 추진력에 따라 시장 선점이 가능할 거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존재감이 압도적인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호 사장 ‘탈(脫)통신’도 가속화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의 시장가치를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25년 기업가치 4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까지 추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우버와의 협력도 예정돼 있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우버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우버는 이 회사에 1억달러(약 1150억원) 이상을, 분사되는 티맵 모빌리티에는 약 5000만달러(약 575억원)를 투자한다.

한편, 티맵모빌리티가 설립되면 SK텔레콤의 핵심 사업은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에 이어 ▲모빌리티까지 5대 사업으로 확대된다.

SK텔레콤의 ‘탈(脫)통신’ 기조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임 이후 종합 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매출에서는 비(非)통신 영역인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8.9% 증가한 1조52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0.3% 상승, 역대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사명 변경도 검토 중이다. 현재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트, T스퀘어, 티모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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