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수리 안 됩니다. 매니저가 미국 분인데 영어 할 줄 아세요?”

최근 애플스토어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고객 대응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운영체제 업데이트 후 먹통이 된 노트북 수리 요청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이 ‘책임이 없다’는 무신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26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 A씨는 최근 서울 신사동 소재의 애플스토어에서 겪은 피해 사실을 '빅서게이트, 사람 바보 취급하는 애플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만화로 그린 내용에서 게시자 A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노트북에 새로운 맥OS ‘빅서’를 설치했다. 제품은 맥북 프로 레티나 2014년형 모델이었다. 2015년부터 아무 고장 없이 사용하던 노트북은 빅서를 설치한 후 부팅이 되지 않았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수리를 위해 애플스토어에 방문한 A씨는 엔지니어와 상담했다. 노트북 상태를 살펴본 매장 엔지니어는 “메인보드가 고장 났는데 무상 AS 기간이 끝나 50만원의 수리비가 나온다”고 말했다. A씨는 기기가 아닌 OS로 인한 문제라고 항변했으나 “빅서 업데이트로 인해 기기에 내재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황당했던 A씨는 업데이트 이전의 ‘문제가 내재된 상태’로 돌려달라고 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본 A씨는 같은 문제가 이미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빅서를 설치한 일부 애플 제품에서 ‘벽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기 문제가 아니라 OS 문제라고 확신한 A씨는 23일 애플스토어에 2차 방문했다. 해당 사실을 따졌지만 당시 엔지니어는 “그건 루머일 뿐”이라며 “I/O 보드가 부서져서 벽돌이 된 것이니 이걸 끄면 부팅은 된다”고 말했다.

계속 엔지니어에게 항의할 수 없었던 A씨는 매니저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고객님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묻더니 “오늘 계시는 매니저는 미국 분밖에 없다”고 답했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황당했지만 A씨는 급한 대로 쓰려고 노트북을 집에 가져왔으나 이번엔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았다.

25일에 3차로 애플스토어를 찾았지만 엔지니어는 “맥북 프로 13인치는 I/O 보드를 끄면 와이파이도 안된다”고 말했다.

답답했던 A씨는 항의 끝에 어렵게 한국인 매니저를 만났다. 무상 수리 요청에 대해 해당 매니저는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이라는 증명된 사실이 없고, OS 업데이트는 고객의 선택이었다”며 ”(애플의 과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AS 기간이 끝난 제품에 대한 무상 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 것 같냐는 A씨의 질문에 해당 매니저는 “구형 기기를 이용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18일부터 25일까지 수리 문제에 시달리던 A씨는 참다못해 자신의 맥북을 부수고 돌아왔다. 직접 겪은 부당함을 알리고 싶어서 게시물을 올렸다고 밝힌 A씨는 “만약 본사에서 (해당 문제를) 연구 중이니 좀 기다려 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애플코리아의 대응은 하나같이 정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이슈는 현재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퍼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애플스토어의 고객 응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게시물을 본 많은 누리꾼들은 “영어만 가능한 매니저가 있으니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해야 정상인데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다니”, “아직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 없어 결정할 수 없다면서 기다려달라고 말했어야 옳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소비자 과실'이라는 애플코리아의 대응은 여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맥루머스 등은 지난 12일 출시된 새로운 맥OS 빅서를 설치한 2013·2014년형 맥북 프로 모델 중 부팅이 불가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 모드로 부팅하거나 Mac의 NVRAM을 재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직 원인이 확실히 파악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애플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빅서 설치를 미루라”고 권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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