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운영체제 업데이트 후 먹통이 된 제품의 수리를 거부한 애플코리아가 역풍을 맞고 있다. 항의하는 사용자가 책임자 면담을 요청하자 “매니저가 미국인인데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물은 애플코리아 측의 무책임한 대응이 알려진 뒤 누리꾼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태다.

▲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애플의 새 운영체제(OS) 업데이트로 인해 손상된 구형 기기 사용자들에 대해, 제조사가 기기를 원상 복구하거나 무상 수리할 것을 명령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맥북 프로 2014년형 13인치 모델을 5년째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자는 “(애플의) 새 OS인 '빅서'로 업데이트를 진행한 뒤 제 맥북은 벽돌이 되었다”며 “한국 공식 AS 센터의 역할을 하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에 방문했지만 무상 수리 거절과 황당한 대응을 계속 겪었다”고 전했다.

청원자는 “이러한 AS에 불만이 많지만 그보다는 제조사(애플 및 애플 코리아)의 책임지려는 자세가 부재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문제가 발생한 기기들을 업데이트 이전 상태로 돌려주거나, 불가능하다면 무상 수리를 해주도록 명령해 달라”고 호소했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이와 함께 청원자는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던 자세한 사건 과정을 링크로 첨부했다.

내용에 따르면 지난 18일 청원자는 애플의 새 운영체제인 ‘빅서(Big Sur)’ 업데이트 후 고장 난 제품을 들고 서울 신사동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방문했다.

당시 담당 엔지니어는 보증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수리비가 50만원이 나온다고 말했다. 청원자는 “OS 업데이트를 하라고 해서 진행했을 뿐인데 왜 돈을 내야 하는가”라며 따졌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  빅서 설치 후 구형 맥북의 먹통 현상을 보도한 외신 기사 (더 버지 갈무리)
▲ 빅서 설치 후 구형 맥북의 먹통 현상을 보도한 외신 기사 (더 버지 갈무리)

하지만 같은 문제는 이미 국내외에서 많이 발생한 상태였다. 빅서를 설치한 2013·2014년형 맥북 프로 모델에서 동일한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던 것이다.

이에 청원자는 지난 23일 애플스토어를 다시 방문해 매니저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엔지니어는 “고객님 영어 할 줄 아세요? 오늘 계시는 매니저는 미국 분밖에 없다”고 말했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답답했던 청원자는 25일에 애플스토어를 3차 방문하고 어렵게 한국인 매니저를 만나 재차 무상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한 매니저는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이라는 증명을 할 수 없고, OS 업데이트는 강제가 아닌 고객의 선택이었다”며 “AS 기간이 끝난 구형 모델의 무상 수리는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청원인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지만 매니저는 “구형 기기를 이용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하지만 해외에서도 빅서 업데이트 문제로 인한 같은 사례가 보고되면서 전문가들이 주의하라는 조언을 하는 등 사건은 이미 큰 이슈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에 미국 애플 본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빅서 벽돌’ 문제의 해결책을 공개했다.

▲  애플의 빅서 벽돌 현상 관련 가이드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 애플의 빅서 벽돌 현상 관련 가이드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내용에는 전원 버튼 10초 이상 길게 누르기, 모든 외부 장치 분리하기, NVRAM 또는 PRAM 재설정 등의 방법이 안내됐다. 이와 함께 애플은 “이러한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 애플 지원에 문의해 추가 지원을 받으라”고 전했다.

해당 답변이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번역돼 올라온 것은 지난 25일이었다. 청원인이 애플스토어에 세 번째 방문했던 바로 그날이다. 본사의 공지까지 나왔음에도 매니저는 무책임한 태도로 고객을 응대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애플코리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애플스토어에 가기 전 영어 공부는 필수” “해결책이 있는데도 돈부터 내놓으라는 애플의 갑질”, “이번 기회에 애플의 태도가 바뀌도록 계속해서 항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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